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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검열 6.4 지방선거 위원검열 모습. 위원들은 투표수를 보지도 않고 개표상황표에 도장을 찍어 공표하는 식으로 투표수를 검열하는 모습이 보였다.
▲ 위원검열 6.4 지방선거 위원검열 모습. 위원들은 투표수를 보지도 않고 개표상황표에 도장을 찍어 공표하는 식으로 투표수를 검열하는 모습이 보였다.
ⓒ 이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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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개표절차와 관련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위법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어 보인다.

선관위는 개표할 때 위원검열의 방식 등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19대 국회 종료 때까지 개정안은 통과하지 못했다. 또 강동원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투표소 개표'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입법 처리되지 못했다.

현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는 여러 투표함을 모아 한 곳에서 집중식 개표를 한다. 개표절차는 투표지정리→ 투표지분류기로 분류→ 심사, 집계→ 위원검열, 공표 순서로 진행한다.

하지만 법상으로 국회의원 선거의 개표는 사람이 해야 하고 '전산조직에 의한 개표(전자개표)'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선관위는 컴퓨터로 제어하는 '투표지분류기'라는 기계장치를 개표에 사용한다. 선거구별로 수십만 매에 이르는 투표지의 개표를 신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선관위는 공직선거 개표에 이 분류기를 사용해 후보자별로 투표지를 분류하고 집계하면서도 '전자개표'를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분류기를 거친 뒤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 단계에서 모두 육안 확인심사를 하기 때문에, 분류기는 그저 투표지를 후보별로 분류하는 단순 기계장치일 뿐이라는 이유다.

현 공직선거법 규정대로라면 이 분류기를 돌린 투표지는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 단계에서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집중식 개표'를 하면서 선거법 규정에 맞게 개표를 진행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도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한 투표지는 이후 약식으로 개표를 진행해 왔다.

실제로 18대 대통령선거 개표에는 투표지분류기 1392대를 사용했다. 서울 25개 지역선관위에서 분류기 250대를 사용했다. 서울 630만7869표를 25개 선관위가 나눠 개표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4시간 정도다.

투표지분류기는 분당 300여 장 정도의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구분하고 분류한다. 사람이 개표를 하는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 단계는 분류기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다. 특히 위원검열은 한 위원이 검열하고 다음 위원에 넘겨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위원장이 개표상황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해 공표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예를 들어 1개 지역선관위의 투표수가 약20여만 매라고 할 때, 각 위원이 투표지분류기 속도로 검열을 진행해도 666분(11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현재는 불과 서너 시간에 지역선관위 개표를 마친다. 투표지분류기로 10여 분 걸려 분류한 투표수를 1~2분 만에 위원검열을 끝내고 공표한 개표상황표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공직선거법 제178조3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표지 분류기 다음 단계인 심사집계와 위원검열에 대한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자는 작년 8월 28일 현 공직선거법 상 심사집계와 위원검열을 위법하게 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 선관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 내용은,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한 뒤 개표를 날림으로 하는 경우", "심사집계부에서 투표지를 한장 한장 심사하지 않고 휘리릭 훑어보고 끝내는 경우", "개표상황표를 공표하기 전에 위원들이 투표수를 규정대로 검열을 하지 않은 경우" 등을 했을 때 개표의 효력에 관해서다.

개표절차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와 답변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을 선거법 규정대로 하지 않았을 때 유효한지 선관위에 물어봤다.
▲ 개표절차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와 답변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을 선거법 규정대로 하지 않았을 때 유효한지 선관위에 물어봤다.
ⓒ 이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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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선관위는 "개표상황표의 무효 여부는 선거쟁송의 절차를 통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선거국 관계자는 "개표가 잘못 진행되면 개표참관인이 개표현장에서 시정 요구를 해 바로잡을 수 있다. 개표상황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표되었는지 여부는 선거소송 등을 통해 판단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심사집계부의 육안 확인심사를 위해 '속도를 늦춘 계수기'를 도입해 4.13 총선 개표에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현 공직선거법 제181조1항에 따라 개표를 하려면 '개표참관인으로 하여금 개표소 안에서 개표상황을 참관하게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계수기를 비롯해 수십여 단계로 나눠 개표를 진행하면 개표 참관을 제대로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거권자의 신청을 받아 개표참관인 수의 100분의 20 이내에서 개표참관인을 추가로 선정하여 참관하게 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었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이런 조치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 공직선거법에 따른 집중식 개표를 할 때 개표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법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개표 절차와 관련한 공직선거법을 바로잡지 않고 진행한 선거로 인해 국회의원의 정통성과 자격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 개인블로그 이프레스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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