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서장훈, 예능의 거인된 골미남  4일 오후 서울 무교동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JTBC 예능 <아는 형님> 제작발표회에서 서장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아는 형님>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8명의 남자가 각자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질문을 그들만의 방식대로 풀어주는 '형님들의 고군분투 예능 프로그램'이다. 5일 토요일 밤 9시 40분 첫 방송.

▲ '아는 형님' 서장훈, 예능의 거인된 골미남 지난해 12월 4일 오후 서울 무교동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JTBC 예능 <아는 형님> 제작발표회에서 서장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최근 TV 방송을 보면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때 한국스포츠를 대표하여 각 종목을 빛내는 스타급 운동선수들이 방송활동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단발성의 게스트 출연을 넘어서 고정 패널이나 MC로 활약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있는 '스포테이너'로는 단연 농구스타 출신 서장훈을 꼽을 수 있다. 은퇴 후 <무한도전>, <런닝맨> 게스트 출연을 거쳐 <사남일녀>,<애니멀즈>를 통하여 예능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서장훈은 점점 활동 범위를 넓혀가더니 최근에는 <힐링캠프>, <동상이몽>, <아는 형님>, <썰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 자리를 꿰차며 전업 방송인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방송인으로서 서장훈은 농구선수 시절과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운동선수 출신다운 거구와 남성적인 외모와는 상반되는 논리적이고 재치 있는 언변에 놀라고, 다시 그 똑똑함을 실속 없게 만드는 의외의 허당 기질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또 한 번 배신한다.

서장훈은 실제로 그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구라처럼 투덜대면서도 할 건 다하고, 냉철해 보이지만 알면 알수록 빈틈도 많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포지션에 있다. 실제로 방송상의 서장훈을 보면 '보급형 김구라'라는 이미지가 연상될 정도로 김구라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보통 전문 예능인이 아닌 스포테이너들은 순발력이 중시되는 토크형 프로그램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서장훈은 전문 예능인들 사이에서도 재치나 말솜씨가 크게 밀리지않아서 오히려 토크 프로그램에서 더 편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가장 차별화된 강점이다.

반면 농구선수 시절의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정작 몸을 써야하는 상황에서는 소극적이고 서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서장훈의 특징이다. 결벽증 의혹을 받을 만큼 깔끔한 것에 집착하고, 무심한 척하면서 남들의 평가에 민감하며, 자기와 관련된 지적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아니, 그게 아니고'라면서 변명이 많아지는 등 체구에 걸맞지 않게 허술하고 약한 모습에서 의외의 예능적 재미를 만들어내는 웃음포인트가 나온다.

스포테이너, 예능 프로그램 평정 나서다

 '우리동네 예체능' 안정환, 예능 진출한 테리우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안정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시청자들의 도전장을 받은 연예인 팀이 도전자 팀과 대결을 펼치는 생활밀착형 건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매주 화요일 밤 11시10분 방송.

예능 진출한 '테리우스' 안정환. 사진은 지난해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안정환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 ⓒ 이정민


축구스타 안정환은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 이후 숨겨진 예능 잠재력이 폭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정환은 은퇴 이후, 그간 다큐 형식이나 야외에서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형 프로그램에 꾸준히 모습을 비쳐왔다.

안정환이 본격적인 예능 스타로 자리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2014년까지 방송된 <아빠, 어디가>부터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허당 아빠의 진솔한 모습과 의외로 구수한 입담을 과시하며 선수 시절의 세련된 차도남 이미지와는 또 다른 상반된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해는 자신의 전공을 살린 스포츠 예능 <청춘FC>에서는 축구선수로서 한 번 실패를 맛본 축구 미생들의 감독을 맡아 냉철함과 유쾌함이 교차하는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조건-집으로>나 <마이리틀 텔레비전>, <냉장고를 부탁해>, 파일럿 예능 <미래일기>등을 통하여 운동선수 시절과는 또 다르게 무뚝뚝하면서도 자상한 태도, 도시적인 외모와 어긋나는 털털하면서 구수한 다중적인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김성주와의 만담형 토크를 통하여 선수 시절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와 동료 축구인들에 대한 뒷담화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마리텔> 출연분은 단 1회 출연으로 벌써 '레전드 방송'으로 꼽힐만큼 안정환의 거침없는 입담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자녀들과 고정 출연하고 있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축구선수 이동국, 종편 예능 <개밥주는 남자>, <머슴아들> 등에서 활약 중인 농구스타 현주엽, <남남북녀>의 야구스타 양준혁은 방송에서 꾸준히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스포테이너들이다.

방송 통해 새로운 이미지 구축한 스포테이너들

방송 활동은 현역 생활동안 주로 제한적인 세계와 인관관계 속에서만 살아왔던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이다. 실제로 많은 스포테이너들이 호기심 반, 경험 반으로 일회성 출연했다가 점점 방송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의 재발견 혹은 재창출이 주는 쾌감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서장훈, 안정환, 이동국 등은 방송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해당 종목에서의 인지도와는 별개로, 대중적으로 친근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연예인에 비하여 스포츠 스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특히 서장훈이나 이동국처럼 과거 해당 종목에서 실력만큼이나 논란과 '안티팬'이 많기로 유명했던 인물들에겐 방송 출연이 본인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장훈이 방송 활동을 시작한 공식적인 명분 중 하나도 대중과의 '소통'을 통하여 그간 알려진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로 잡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이라는 이중적인 정체성 때문에 평가가 엇갈리던 추성훈이나, 월드컵의 '비운남' 이미지가 강하던 이동국은  육아 프로그램에서 가정적이고 친근한 딸바보의 모습을 통하여 경기장에서의 거친 모습과는 또 다른 인간미로 공감대를 자아냈다.

과거에는 전공에서 벗어난 스포츠 스타들의 연예 활동을 무분별한 '외도'로 규정하여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도 많았다. 최근까지 김연아나 손연재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부분적으로나마 방송 출연 및 연예 활동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면서 종종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도 이런 선입견과 무관하지 않았다. 특히 운동선수 출신으로 일회성 출연에 그치지 않고 전문 방송인으로까지 완벽하게 전업에 성공한 사례는, 씨름 스타 출신의 1세대 스포테이너 강호동 정도를 제외하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대가 달라지면서 대중들의 인식도 점점 바뀌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경기장에서 드러난 모습과 상반되게 진솔하고 인간적인 매력과 숨겨진 끼를 발산하는 스포테이너들에게 호감을 보내고 있다. 최근의 방송들의 포맷이 점차 다양해지고 갈수록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굳이 예능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설정이나 인위적인 연출이 개입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스포테이너들의 활동 폭이 넓어진 중요한 배경이다.

판에 박힌 연예인들이나 프로 예능인들의 패턴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솔직한 매력을 발산하는 스포테이너의 매력에 더 신선함을 느낀다. 방송이 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포테이너들의 활용법에 더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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