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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개에 그런 복잡한 사연이 있었어요?"

본 의원이 학술논문 무료공개 문제를 국정감사 현안으로 다루자, 동료 의원들의 반응이었다. 학술계 현안은 그만큼 국민적 무관심의 영역이고, 재정적으로도 소규모의 분야이다. 그래서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고, 사회적 이슈도 되지 않는다. 관련 예산도 쥐꼬리만 하다.

처음에 이 문제를 접할 때는 공공기관이 민간사업과 중복된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단순한 접근이었다. 그러나 각 기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요청해서 분석하면서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줄줄이 얽혀 있음을 발견했다. 저작권 문제, 학문 종속성 문제, 국부유출 문제, 공공기관 예산 낭비 문제, 비정상적인 관행(특정업체 밀어주기, 2배 영수증 요구) 등.

공공기관의 '학술논문 무료공개' 사업을 국정감사하면서 내가 처음 놀란 것은 해외 학술시장 규모의 거대함과 국내 학술시장 규모의 초라함이었다. 톰슨로이터, 엘스비어 등의 해외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은 연 매출과 순이익이 수(십)조 원 대였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은 200억에 불과했다. 세계 30조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2천억 원 규모이지만, 2천억  원 국내 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90%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톰슨로이터, 엘스비어 등의 해외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은 연 매출과 순이익이 수(십) 조원 대였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은 200억에 불과했다. 세계 30조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2천억원 규모이지만, 2천억 원 국내 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90%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톰슨로이터, 엘스비어 등의 해외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은 연 매출과 순이익이 수(십) 조원 대였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은 200억에 불과했다. 세계 30조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2천억원 규모이지만, 2천억 원 국내 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90%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 이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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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내가 놀란 것은 SCI와 Scopus가 해외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었다. 본 의원은 SCI가 권위있는 국제기구인 줄 알았다. 그만큼 정부당국과 대학에서 이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SCI 등재와 Scopus 등재가 논문 평가뿐 아니라 연구자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돼버렸다. 해외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에 국가가 나서서 의존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분명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연구재단과 같이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해외 기업인 '엘스비어'(scopus 운영)와 제휴하고 협력해서 한국 학술지의 Scopus 등재를 위한 마케팅 행사를 공동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톰슨로이터가 운영하는 논문 원문서비스 사이트 SC에 게재된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논문. 35.95$에 판매되고 있다.
 톰슨로이터가 운영하는 논문 원문서비스 사이트 SC에 게재된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논문. 35.95$에 판매되고 있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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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내가 놀란 것은 정작 무료로 공개해야 할 논문이 고가의 유료서비스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연구자금으로 생산된 논문은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논문이기에 국민들이 무료로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가 R&D 투입 논문이 해외 출판사에 독점 계약되서 유료로 서비스 되고 있었다. 한국연구재단 정민근 이사장의 논문도, KISTI 한선화 원장의 논문도 해외 출판사이트에서 유료 서비스 되고 있었다.

국민 세금이 투입돼 생산된 논문을 다시 구독료를 내고 봐야 하는 현실이다. 심지어는 해외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가 소속 대학 도서관이 비싼 구독료 때문에 '네이처'를 구독하지 않아 본인의 논문을 '네이처'를 통해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었다.

네 번째로 내가 놀란 것은 공공기관의 학술단체를 향한 '슈퍼 갑'질과 이에 저항하지 않는 학술계의 침묵이었다. 지식인들의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대목이었다.

한국연구재단은 등재지(후보지) 평가를 하면서 '온라인 접근성' 항목을 통해 사실상 논문 무료공개를 강요했다. 우수학술지 평가에서는 '논문 무료공개' 항목을 넣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업무협약서'를 통해서 학술단체의 자율성, 독립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도 학술단체에 지원금을 주면서 평가항목에 '무료공개'를 비롯한 논문 디지털화 방식, 파일형식, 제작방법 까지 특정 솔루션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학술 논문의 질과 이러한 평가기준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수논문과 논문의 디지털파일 형식이 무슨 상관인가? 그러나 학술단체와 연구자들은 침묵했다. 공공기관을 향해 저항은커녕, 문제제기 조차 하지 않았다. 학술지 평가와 지원의 양날의 칼을 쥔 공공기관 앞에 연구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보였다. 이러한 사정에 대해 모 대학 교수이자 학술단체 대표께서 본 의원에게 국정감사를 하는 동안 편지를 보내왔다.

 모 학회회장이자 모 대학교수인 신아무개 교수가 본의원실에 보내온 국정감사 지지편지.
 모 학회회장이자 모 대학교수인 신아무개 교수가 본의원실에 보내온 국정감사 지지편지.
ⓒ 이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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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로 내가 놀란 것은 공공기관의 뻔뻔함이다. 기관에 따라서는 10년이 넘도록 사업을 지속하면서, 성과지표에 대한 점검이 없었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으면서 원래 목표로 했던 성과를 달성하지 않아도 아무런 개선사항이 없었다.

또, 공공기관끼리 중복된 사업을 추진해 예산 낭비가 지적됐다. 한국연구재단, KISTI, 과총 모두 똑같은 논문 무료공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질병관리본부까지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예산을 따내기 위해 명분있는 사업계획이 필요한 공공기관의 속성이 그대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과총의 경우 특정업체 밀어주기, 2배 영수증 청구와 같은 부도덕한 사업진행 방법까지 나타났고, 본 의원의 지적에 '즉각 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민간사 DBpia와 공공기관 사이트 해외방문자 수. 출처: SimilarWeb.com(2015. 03. - 2015. 08)
 민간사 DBpia와 공공기관 사이트 해외방문자 수. 출처: SimilarWeb.com(2015. 03. - 2015. 08)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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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로 내가 놀란 것은 공공기관의 진정성 없음이다. 스스로 연구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사업을 지속하고, 오히려 확대하고 있었다. 이미 한국연구재단은 스스로 자문을 구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 위법성의 위험성을 자문받은 바 있다.

공공기관의 사업은 적법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공성이 바탕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술 논문 무료공개' 사업은 가장 기본적인 '적법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본의원의 질의에 한국연구재단은 40만 건의 논문 중 7천 건이 개인저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서면 답변했다가 나중에 1만 명으로부터 동의를 구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본 의원의 지적에 대해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현재 실태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지식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데 있어서 학술정보 서비스산업의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콘텐츠는 국력이 되는 시대이다. 데이터가 힘이 되는 시대이다. 민관이 협력하고 상생해서 대한민국의 학술콘텐츠가 그 진가를 발휘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주길 바란다. 민간은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서비스 고도화와 데이터 품질 향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지식 콘텐츠 강국은 국가적 어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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