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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놀랍게도, 이 의원은 아직도 더민주 소속이며 원내대표 자리도 유지하고 있다. 비록 당무는 거부하고 있지만)가 지난 5일 국회 취재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했다.

간담회 발언 전문은 별로 길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최근 정치권, 특히 야권의 상황이 다사다난하여 여러가지 뉴스가 매일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차원의 실망을 안겨준 내용은 드물었기에 일부 내용을 옮겨 비판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가 28일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문재인 대표와 스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문재인 대표와 스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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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렇게 답을 했다.

"문 대표와는 어제도 만났는데 생각이 변한 것이 없더라. 문 대표도 그렇고 조경태 의원도 그렇고 부산 마이너리티들이 고집이 대단하다. 신흥무관학교 주축도 양산농조 출신들이었다. 박헌영도 거기 출신이다. 부산 개혁파가 여의도랑 언어가 다른 것 같다. 과연 부산 개혁파가 여의도 바꿀 힘이 있느냐."

무슨 뜻일까? 이 원내대표의 조부(이회영)가 설립한 신흥무관학교와 박헌영까지 거론하며 굳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문재인 대표가 '부산' 출신의 '비주류(마이너리티)'라고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아무리 선의로 해석한다 해도 지역 비하, 학력 비하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만약 문재인 대표 본인이 경험한 지역적 특성 속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한다면 자기고백과 하소연의 차원에서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대립하는 상대방이 출신 지역과 비주류성을 언급하며 그것을 이유로 "소통이 안 된다, 생각이 세다, 여의도를 바꿀 힘이 있느냐"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매우 무례한 발언이다. 

지역으로 사람 구별하는 이종걸, 야당 원내대표 맞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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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원내대표는 또한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다.

"조경태 의원도 그렇고, 노무현 대통령도 언어마찰이 많아서, 그것 때문에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도 생기고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국빈방문할 때 내가 같이 가서 오사카, 교토에 있는 한통련을 방문했다. 그분들도 센 분들인데 다 밀양, 사천 출신들이었다. 부산 개혁파와 여의도는 언어가 다른 것 같다."

문재인 대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왠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조경태 의원까지를 싸잡아서 '특정 지역 출신, 강성, 말 안 통하는 비주류' 로 규정해 비하하는 발언이다.

이쯤 되니 이종걸 원내대표의 '주류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사회의 구성원들을 주류와 비주류로 굳이 구분한다면, 이 원내대표는 한국사회에서 확고부동한 주류라고 자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제의 발언록에서는 주류로서의 자부심이나 4선 의원으로서의 품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이 발언이 특히 심각하게 와 닿는 것은 이 원내대표가 다른 당도 아닌 야당, 더민주(아직까지는!) 소속 의원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뿌리는 호남이다. 호남은 역사적으로는 천대를 당했고, 지역주의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군사독재세력 때문에 현대사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차별과 소외를 당해 왔다. 지역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저급하고 교양없는 행동이라고 여겨지는 2016년 오늘날에도, 호남 출신 장년층 이상 출향민 중에는 출신 고향을 밝히기 꺼려하고 호남 방언을 쓰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호남을 뿌리로 하는 당의 원내대표가 지역을 들먹이며 상대방을 규정하고 공격하다니. 한없이 가볍고 몰상식한 행동이다. 역사 인식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야당의 원내대표라면 이 나라에서 지역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구구절절 비판을 하기가 허탈할 정도로 실망스럽다.

"자살할지도 모른다" "그년"... 막말의 연속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대화 나누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지난해 8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대화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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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원내대표의 황당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탈당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탈당은) 이쪽 당(더민주) 의원들 거취가 정해지면 해야 한다, 제일 먼저 튀어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이 아직 입에 붙지 않아서 말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쪽 당'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니 그의 마음이 얼마나 떠나 있는지 알아보고도 남겠다. '예의'를 운운하며 거취를 정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탈당한 의원들은 그러면 뭐가 되나? 졸지에 이종걸 의원 발언으로 '예의를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은 이미 '튀어나간' 안철수 전 대표와 김한길 전 대표, 그리고 몇 명의 탈당 의원들이다.

'예의'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속내는 뻔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더민주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하위 20% 컷오프 작업이 끝난 후, 추가 탈당자들의 윤곽이 정해지면 그때 이끌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대로 된다면 참으로 '주류'답고 '예의'도 있는 특별한 탈당이 될 듯하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실언은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5일 이전의 발언에서 대표적인 것은 다음의 두 가지다.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것이 이번에 세 번째다. 이번에 떨어지면 자살할지도 모른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자살 사건과 그가 남긴 '리스트'로 정치권이 충격에 빠져 있던 작년 5월,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필승의 심정으로 배수진을 친 것이라기엔 지나쳤다. 그렇게 세게 말을 한 덕분인지, 능력 덕분인지 무난히 원내대표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창 대선 국면이었던 2012년 8월에는 트위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며 '그년'이라고 지칭해 구설에 올랐다. 항의하는 트위터리안에게 "'그년' 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해명했지만 글의 맥락상 구차한 변명이라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5일 트위터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의원을 '그년'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고 있다. 관련 사진은 이종걸 최고위원 트위터 갈무리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2012년 8월 당시 박근혜 의원을 트위터 상에서 '그년'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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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 글실수에 일가견이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 5일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그 정점을 찍은 듯하다. 짧은 발언록 전문에 지역차별, 학력차별, 자기모순적 궤변이 가득하니 말이다.

야당 원내대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비판하는 언론도 없어

5일 오후에 나는 그의 발언록을 읽고 인터넷과 조간을 주목하며 후속 기사를 찾아봤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는 없었다. 거의 모든 기사들이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회기자들 중 반장단과 함께한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었는데도 말이다.

거기 있던 수많은 기자들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을까? 스트레이트로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느끼고도 쓰지 않은 것일까? 야권에 뉴스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라 다들 너무 바빠서 쓰지 못했을까? 이유가 어찌되었든 실망스러운 일이다. 

가정해 보자. 만약에 다른 정치인이, 예를 들어 문재인 대표가 다른 사람을 지목해서 그의 출신 지역과 비주류성을 들먹이며 비판했다면 보수언론에서는 즉각 사설을 동원해 지엄하게 비판했을 것이다. 종편 언론들은 그 발언을 빌미로 최소한 3박 4일은 리포트했을 것이다. 이것은 나 개인의 무리한 예단이 아니다. 경험적으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측이다.  

그러나 오늘 이 시점까지도 이종걸 원내대표의 '부산 마이너리티' 발언에 대해 꼬집어 비판한 기사를 찾기 힘들다.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언론이 이 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그래서 나 한 사람이라도 몇 줄 써서 기록으로라도 남기고자 이렇게 쓴다. 이 기록으로 한 야당 4선 의원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언론, 아니 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신비함을 기억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선 시민기자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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