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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도쿄모터쇼 다카히로 하치고 사장이 무대 위에 올라 연설하고 있는 모습.
 지난 10월 도쿄모터쇼 다카히로 하치고 사장이 무대 위에 올라 연설하고 있는 모습.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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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오후 일본 도쿄모터쇼가 열리는 빅사이트 동관. 짙은 곤색 정장차림에 빨간색 타이를 한 중년 남성이 조용히 무대 위에 올랐다. 다카히로 하치고(Takahiro Hachigo)  혼다 자동차 사장이다. 그의 옆엔 조그마한 오토바이 한대가 놓여 있었고, 자줏빛 중형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모터쇼와 마찬가지로 무대 중심엔 '꿈의 힘(The Power of Dream)' 문구가 커다랗게 씌여 있었다. 하치고 사장은 '그들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혼다는 '꿈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그리고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하치고 사장이 이날 공개한 '꿈'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옆에 놓여있었던 자줏빛 중형차도 혼다가 내놓은 또 하나의 꿈을 현실로 만든 차다.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FCV)인 클래리티(Clarity). FCV도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다른 친환경 자동차와 비슷하지만, 수소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른 차다.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자동차를 움직인다. 물 이외 배출가스가 전혀 없기 때문에 차세대 친환경차로 불린다. 현대차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아직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꿈의 힘을 믿는 사람들, 그들이 만드는 자동차와 수소사회

하지만 혼다의 클래리티는 올 3월 판매된다. 가장 친환경적인 자동차 모델이 일반 소비자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다. 하치고 사장은 '클래리티'를 두고 '수소연료전지차의 벤치 마킹이 될 수 있는 세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기존 FCV의 단점을 상당부분 극복했기 때문이다.

우선 수소에너지를 이용하는 파워트레인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차 실내공간의 한켠을 차지했던 것이 기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보닛 내부로 들어간 것. 그만큼 차의 실내공간은 커졌다. 일반 중형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성인 5명까지 태울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지난 도쿄모터쇼에서 혼다가 공개한 콘셉트 카.
 지난 도쿄모터쇼에서 혼다가 공개한 콘셉트 카.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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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 아니다. 충전소에서 완전히 충전하는데 3분이면 된다. 몇시간씩 걸리는 전기차 충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행 가능 거리도 월등하다. 클래리티는 혼다 자체 실험에서 1번 충전으로 무려 700킬로미터까지 움직일 수 있다.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최대 650킬로미터)보다 길다. FCV 차량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긴 주행거리를 갖게 된것. 2개의 모터로 174마력의 충분한 힘도 나온다.

찻값은 766만엔, 우리 돈으로 약 7450만 원 수준이다. 물론 찻값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친환경차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오는 2020년 동경올림픽을 앞둔 일본 정부는 연료전지차 보급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작년 6월엔 별도의 연료전지차를 위한 로드맵도 내놨다. 연료전지차 구입때 전기차보다 3배나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수소충전소 건립 등 연료전지차 인프라 구축에 3억8500만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혼다의 '꿈'은 이렇게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은 이산화탄소 없이, 수소를 만들고, 수소를 사용하며 다시 수소로 이어지는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 순환을 이루는 '수소사회'를 꿈꾸고 있다. 하치고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이산화탄소가 없는 사회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클래리터를 중심으로 한 수소연료전지차가 그 대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자동차 사고 없는 사회는 가능할까

혼다는 자동차 회사로서 또 다른 '꿈'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이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안전'에 대한 집착은 유명하다. 1998년에 보행자가 차와 충돌할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기 위해 보행자 마네킹(더미, Dummy)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도로 위 사람과 자동차 사이에서 벌어질수 있는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둔다. 작년에 공개된 혼다 센싱(Honda SENSING)이라는 기술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선보인 안전 시스템보다 한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 앞쪽과 유리면에 들어간 레이더와 카메라의 정밀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혼다가 공개한 안전기술.
 혼다가 공개한 안전기술.
ⓒ 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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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졸음 운전 등으로 자칫 차량이 차선을 이탈했다고 생각해보자. 차선을 벗어난 차가 직진할 경우 길을 걷는 사람이 나타나면, 해당 차량은 사고날 확률을 계산해 곧바로 1차 경고음과 메시지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운전자가 깨닫지 못할 경우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대를 조작해, 차의 주행방향을 되돌려 놓는다.

또 차선을 이탈해 알려주는 시스템도 남다르다. 주행중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음과 메시지를 내보내고, 운전대 조작까지 이뤄진다. 여기까지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혼다는 한발 더 나아간다. 차량이 차선을 너무 많이 이탈했다고 판단되면, 정지페달까지 개입해 아예 차량이 다른 길로 가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심지어 운전자가 가속페달과 정지페달을 착각해서 잘못 밟을 경우까지 대비한 안전시스템도 적용돼 있다. 또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 역시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앞선다. 하치고 사장은 "자동차 사고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한다.

혼다는 오는 2020년을 자율주행차 상용화 원년으로 잡고 있다.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들은 공항에서 무인 자율주행차를 따라 선수촌과 경기장을 오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혀 없는 친환경차들이다.

한국시장서 부는 혼다의 조용한 바람

혼다가 내년 봄에 시판예정인 슈퍼카 NSX.
 혼다가 내년 봄에 시판예정인 슈퍼카 NSX.
ⓒ 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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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혁신은 미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의 안전기술은 신형 어코드(세단)를 비롯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올뉴 파일럿 등 양산 차량에 대거 적용돼 있다. 또 운전하는 즐거움을 위한 스포츠카와 수퍼카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

차세대 수퍼카인 엔에스엑스(NSX)도 내년 봄에 생산된다. NSX는 차체 경량화 뿐 아니라 혼다가 새롭게 개발한 직분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올라간다. 혼다의 엔진개발 기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혼다 엔진은 자동차경주인 에프1(F1)을 통해 입증됐고, 비행기까지 적용되고 있다.

혼다는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의 권위있는 자동차 평가업체인 켈리블루북(www.kbb.com)이 최근 공개한 12개 최고의 신차모델 가운데 혼다 차량들이 무려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소형차 시빅은 12개 모델 중 최고의 모델에 올랐고, 올뉴 파일럿(SUV), 씨알-브이(CR-V, 소형 SUV), 오딧세이(미니밴) 등이 포함됐다. 켈리블루북은 미국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할때 가장 신뢰하는 곳이다.

이들 차량들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소형 SUV인 CR-V를 비롯해 중형차인 어코드가 꾸준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판매 목표인 4500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판매실적(3325대)에 비하면 40% 가깝게 성장한 수치다. 최근 5년사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특히 최근에 내놓은 뉴 어코드를 비롯해 중형 SUV인 신형 파일럿 등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물론 혼다코리아는 도요타와 닛산 등 국내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업체 가운데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국내서 혼다 차량 판매가 급증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경쟁 브랜드에 비해 판매망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대신에 혼다코리아는 판매 시설보다 오히려 정비 공장이 더 많다. 이는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의 철학이기도 하다. 무작정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서비스 품질에 중점을 둬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시장서 혼다의 조용한 바람이 불고 있다.

혼다코리아가 지난 11월 선보인 중형차 뉴 어코드.
 혼다코리아가 지난 11월 선보인 중형차 뉴 어코드.
ⓒ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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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혼다, #뉴 어코드, #수소연료전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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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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