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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웨이'로 대표됐던 농민공과 도시민의 신분적 차별은 현실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구웨이'로 대표됐던 농민공과 도시민의 신분적 차별은 현실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 베이징 필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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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을 하고 싶어요."

지난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왕샤오슈아이(王小帥) 감독의 영화 <북경자전거(十七歲的單車)> 후반부에서 주인공 구웨이(贵)가 자전거를 잃어버린 직후 해고 통보를 해오는 관리자 앞에서 간절하게 호소한 대사 한 마디다.

17세 농민공 신분의 주인공이 도시에 남아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존중받지 못한 당시 중국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의 흐름은 표면적으로는 자전거가 필요한 두 소년의 반목과 화해를 다루는 '청춘영화'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급격한 경제 발전 이면에 존재하는 '도농격차'와 '빈부격차'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송업체 배달원인 '구웨이'는 배달 중 자동차와 충돌해도 잘잘못을 가리지 못한 채, 자동차 주인에게 온갖 욕설과 폭행을 당한다. 또한 자전거 소유권을 인계받기 위해 준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특송업체 측에서는 막무가내식으로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다.

영화는 구웨이로 대표되는 가난한 농민공들의 삶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상영불허 조치로 제작 후 12년이 흐른 2013년 7월 베이징의 한 영화관에서 뒤늦게 개봉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7월 시진핑 정부는 농촌 호구와 비농촌 호구를 구별해오던 호적 제도를 철폐하고 '거주지 호구'로 통일하는 새 호적제를 전면 시행했다. 과거 출생지 호구제도로 일관해 왔던 중국의 호구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순간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소도시와 읍면에서 호구 취득에 따르는 다양한 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는 인구 유동 정책과 이에 따르는 직업 선택의 자유 보장 등을 법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과거 '구웨이'로 대표되는 농민공과 도시민의 신분적 차별은 현실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식 '카스트 제도', 중국 호적제도

실제로 중국국가통계국이 지난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22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중국 정부로부터 베이징 호구를 정식으로 부여받은 인구는 약 1200만 명에 불과하다. 베이징에 거주한다고 해서 모두 베이징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절반에 가까운 약 1천만 명의 인구는 일명 '베이퍄오(北漂, 베이징에 거주하지만 베이징 호적이 없는 사람들)'로 불리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제도, 건강보험, 안정된 직장 보장, 주택 문제 해소 등 시민으로 누려야 할 마땅한 제도적 장치 영역 밖에서 사는 '외지인'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즉 '베이징 호구'를 가졌다는 것은 곧 신분이나 복리, 신변 안전 등 국가가 제공하고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인구 통계에는 집계되지만 호구가 없다는 것은 정부가 제공하는 기초적인 지원 정책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베이징에 거주하는 인구 통계 속에 버젓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베이징 호구를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혜택은 바로 교육이다. 베이징 호적을 가진 시민의 자녀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의무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고등학교 입학 시험인 중카오(中考)와 우리나라의 수능 격인 까오카오(高考)에 응시할 자격이 부여된다. 또 시험 성적에 따라 베이징 내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외지인 자녀는 원칙적으로 직업전문학교 입학만 한정적으로 허용되며 이것마저도 5증(五證)으로 불리는 '보호자재직증명서','거주지증명서', '전가족호적부', '베이징임시거주증', '호적지에 보호자가 없다는 증명서' 등을 제출한 뒤에야 해당 직업전문학교의 입학 허가서를 발부 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 구입 시에도 베이징 호구 소지 여부가 중요한 사항으로 작용한다. 이때 외지인은 시 정부가 공급하는 저가 주택인 '보장방(保障房)' 신청 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 시 정부가 매년 수천 세대에 달하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고령의 가족 등 베이징 호구를 가진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공용주택으로, 우리나라의 '행복주택' 개념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 내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호적 소지 여부에 관계없이 '직장의료보험'에 가입, 각종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아동, 노인, 무직자의 경우에는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때도 베이징 호적이 없는 외지인은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시 정부가 제공하는 저소득층과 실업자를 위한 생활보조금 대상자에서도 외지인은 제외된다. 다만 외지인이 생활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베이징 호적자와 결혼 후, 반 년 이상 베이징에 거주했다는 증명을 본인이 직접 할 경우에 생활보조금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베이징 호적의 소지 여부에 따라 사회안전망의 지원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금껏 중국의 호적제도는 곧 중국식 '카스트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 시 정부는 2016년을 20일 앞둔 이달 10일에 '베이징적분락호제(北京积分落户制)'라는 새로운 개념의 호적제도를 공포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거주지 호적제도를 기반으로 했지만, 수도 베이징에 한해 적용된다는 점에서 지역적인 한계를 가진 새 호적제도다.

공포에 앞서, 상당수 시민들은 기존의 호적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시정하고 보다 광범위한 사람들을 포괄해 베이징 시민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베이징시, 새로운 호적제도 공포했지만...

 중국 베이징시 정부는 12월 10일 ‘베이징적분락호제(北京?分落?制)’라는 새로운 호적제도를 내놓았다.
 중국 베이징시 정부는 12월 10일 ‘베이징적분락호제’라는 새로운 호적제도를 내놓았다.
ⓒ 신경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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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적분제'라는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호적 취득을 위한 필수 조건에 본과 이상의 졸업자(4년제 대학 졸업자)와 7년 이상 사회보험료를 납부한 자 등 비교적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있어, 호적제도로 인한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베이징시거주증관리방법(北京市居住证管理办法)'에 따르면 새로운 호적제도를 취득하기 위한 적분 지수 요건으로는 ▲ 사회보험료 납부 1년마다 3점 취득 ▲ 주택 구입 후 거주 1년마다 1점 취득 ▲ 대학 학사졸업생 15점, 석사 졸업생 27점, 박사 졸업생 39점 취득 ▲ 도심 6개지구에서 변두리로 이주할 경우 6점 취득 ▲ 최근 3년간 연평균 납세액이 10만 위안 이상일 경우 6점 취득 ▲ 기피 업종을 경영하거나, 취업한 경력이 있을 경우 6점 감점 등이 포함됐다. 매년 시 정부는 해당 점수를 고려, 점수가 높은 상위 순위부터 베이징 호적을 부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호적 취득에 가장 목말랐던 1천만 명의 외부인들 가운데는 사실상 해당 적분제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신분인 과거 농민공이었던 이들이 상당하다. 이 경우 오히려 새로운 호적제도가 정부가 설정한 높은 기준을 통과한 1등 시민과 나머지 시민을 구분하는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 지역일간지 <신경보(新京報)>는 12월 11일 신문 지면을 통해 "새 호적제도가 대다수 시민들의 소망과는 정면에서 배치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며, 시 정부는 이를 두고 베이징 시의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경보는 그러면서 지난 7월 시 정부가 밝힌 '베이징시 경제 및 사회발전 운영상황 보고서'에서 "2015년 베이징 내에 약 17만 명 이상의 외지인이 유입할 것이며, 더 많은 인구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방향으로 강구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을 주목했다.

이어 실제로 시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베이징 내 거주 인구 수를 약 2300만 명 이내로 통제해야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총 33개의 각종 인구 관리 정책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방침 가운데 새 호적제인 '적분락호제(积分落户制)'가 포함돼 있으며, 지금껏 중국식 카스트 제도로 작용했던 호적제 차별 문제는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논란과 함께 지난 2001년 시진핑 총 서기의 박사논문 주제가 '중국 농촌의 시장화연구'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 주석은 당시 자신의 논문의 주된 논의 대상으로 '도시와 농촌으로 이원화된 과거 중국의 호구제도'를 선정하고, 이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할 대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새롭게 공포된 베이징 새 호적제도의 지나치게 높은 수용 기준은 지난 60년간 중국인을 도시민과 농민공으로 분할했던 호구제도를 그대로 계승한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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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베이징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