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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것들 중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걸 찾고 키우기 위해 앞으로 교육은 어찌해야 할 것인지, 기존의 교육 제도가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등등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창의적이길 바란다. 특출한 재능이 있기를 바란다. 영재라면 더더욱 좋다. 이런 욕망은 재능을 찾는다는 명분하에 아이들을 짜여진 시스템 안으로 더 몰아세운다.

피아노, 태권도, 발레, 미술, 영어 등 각종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면서 내 아이가 '투입 대비 산출'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하기를 갈망한다. 이런 방식으로 재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 '있거나' 혹은 '있었을지도 모르는' 아이의 재능을 죽인다.

재능과 창의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다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표지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표지
ⓒ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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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능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창의적인 사람으로 클 수 있을까. 작가 강창래는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에서 재능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몇 안 되는 선택지를 두고 억지로 '발명'하려는 세태를 비판한다.

또한 창의성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라며, 창의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비틀고 사유의 지평을 확장한다. 창의성이란 무작정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고루하고 진부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16쪽) 창의성과 전통(진부함)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창의성의 본질에 접근한다.

저자는 경제학에서 '절대가치'와 '교환가치'의 개념을 빌려와 재능에 대해 설명한다. 물이나 공기는 생명 유지에 절대적이지만 너무 흔해서 교환가치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환가치가 대단히 높다. 저자는 이러한 '가치의 아이러니'가 재능의 딜레마를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재능도 '가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에 맞는 일이 '절대가치'가 크다고 해도 '교환가치'가 낮으면 선택하기를 주저한다. 사람을 돌보는 일을 좋아한다면 그 분야에 재능을 가진 것인데도 사회복지를 전공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돈이 되는 일을 선택하지 않으면 '루저'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스스로 재능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재능에 맞는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기존의 체제가 만들어 놓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이지 시스템이 만들어낸 사람들이 아니다"라며(45쪽) "창의성은 던져진 문제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던져진 문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시작된다"(48쪽)고 강조한다.

'남들보다 몇 배 더 많이' 연습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남들보다 더 큰 재능'을 갖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엄청난 연습에는 엄청난 고통이 따랐을 겁니다. 그것은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엄청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하고 싶다는 열정이 발의 모양을 그렇게 만들었을 겁니다. 만일 행복한 열정의 결과가 아니라면 아름다운 발이 아니라 무섭고 슬픈 모습이겠지요. 재능은 그런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해줍니다. (50쪽)

저자는 재능이란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몰입은 중독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독은 맹목적인 욕구나 습관의 노예상태를 말하지만 몰입은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제공한다. 몰입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은 대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창의성은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발휘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책에 따르면 창의성은 '사회적'인 것이다. 저자는 "(창의성이) 개인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옳다면 우리 모두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될 수 없다. 낙서는 작품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자연림 깊은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번개를 맞아 사라져버린 나무와 같은 것"이라며 "그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사건이 발견되어 사회적인 의미가 부여될 때다. 우리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의 세상이다. 나머지는 있지만 없는 것"이라고(16쪽) 지적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아있을 때는 아무도 재능있는 화가로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사후에 그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았다. 사회가 인정하기 전까지 고흐는 창의성도 없었고, 당연히 창의적인 작품도 없었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고흐도 후세에 길이 남을 작품을 탄생시키기 전까지 수많은 습작을 했다. 선배들의 그림을 수없이 모사했고 연습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흉측한 발이 창의성의 상징이 되기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 한다'고 말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다는 것은 고흐가 그랬듯이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전통과 성과를 먼저 섭렵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나는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창의성의 싹을 어떻게 틔우느냐 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있어 타고나는 재능은 필수조건이 아니다.

"우리들 가운데 수많은 천재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만나면 천재가 된다. 그러나 모험심이 약한 기질을 가진 천재들은 현실의 억압에 굴복할 수 있다. 그러니 사회의 책임은 그런 천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데 있고, 그러면 두려움 없이 모험을 즐김으로써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과정이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다." (141쪽)

저자는 창의성의 뿌리를 '거인의 어깨 위에서 행운을 만나 춤추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행운'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우연적인 요소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그런 우연적인 요소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아닐까.

'수저 계급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런 '행운'은 어쩌면 '금수저'의 전유물인지도 모른다. 개인의 창의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창의성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강창래 지음 / 알마 펴냄 / 2015.11. / 1만38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강창래 지음, 알마(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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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