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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외신기자 돈 커크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보내 박근혜 정권의 가토 전 지국장 기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베테랑 외신기자 돈 커크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보내 박근혜 정권의 가토 전 지국장 기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 월스트리트 저널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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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돈 커크) 기자는 1972년부터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상황을 타전한 베테랑 외신기자다. 그는 박근혜 정권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지국장을 기소하자 증인으로 나섰고, 자신이 보고 느낀 점을 적어 지난 20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가토 전 지국장의 무죄 판결을 "언론의 자유를 위한 작은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과의 잠재적 충돌을 피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가토의 보도가 어처구니없다면... 기소 역시 어처구니없다"

그러나 그는 '작은 승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보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아래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기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루머를 보도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조선일보>도 이 루머를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토씨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한국 기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증언에 나서기로 한 계기도 재판의 불공정성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한국 정부가 가토 기자의 기사에 그토록 심하게 염려한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내가 보기에 가토 기자의 보도가 어처구니없다면, 그에 대한 기소 역시 어처구니없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판부는 무죄 판결 취지에 대해 "기사의 주된 내용은 최고위 공직자와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대한 논의"였으며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방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풀이했다. 말하자면 박근혜를 '대통령'과 '개인'으로 나누고 기사는 박근혜 개인보다 '대통령'을 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도널드 커크 기자는 한국법 자체의 결함을 지적한다. 한국 법상 명예훼손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왜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이 민사가 아닌 형사 처벌대상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가토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는 이번 판결이 선례로 남을 것이란 환상은 갖고 있지 않다. 재판부가 표현의 자유에 조금 숨통을 터주긴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가토 전 지국장을 기소하기 위해 사용한 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번 판결은 외신 기자들뿐만 아니라 내신 기자들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한 발짝 더 나갔을 뿐이다."

"한국의 큰 위험은 정치적인 데 있다"는 경고, 여전히 유효

외신이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왜 역사를 국정화하려 하는가?"(영국 BBC), "불교계와 대치하는 박근혜 정부, 박정희 시대 답습하나"(미국 NPR), "비판론자들, 박근혜 대통령 독재자 아버지 따라 강압적 수단에 점점 더 의존"(알자지라) 등 현 정부의 실정에 비판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마구잡이식으로 반론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의 팀 셔록 기자가 정부의 노동 탄압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데 대해 뉴욕 총영사가 항의전화를 했다가 망신을 산 일이 대표적이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기소와 무죄 판결로 한국 정부는 다시 한 번 망신을 당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의 태도 변화는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당부하는 등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흔드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대외평판을 해치는 가장 큰 위험은 경제가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비판자에 대한 탄압 등 정치적인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태그:#돈 커크, #가토 다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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