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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프랑스 테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기본적인 법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 세계가 안다. IS도 알아 버렸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런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 있겠느냐? 대한민국이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됐다"라며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테러방지법 통과가 힘들어졌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지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에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도대체 테러방지법에 어떤 게 들어있기에 청와대에서 비판을 감수하며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을까. 내용이 궁금하여 이 법을 '유신독재 부활법'이라고 규정한 민변 사법위원장 이재화 변호사를 지난 21일 서울 양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정무수석의 직권상정 요청, 삼권분립 원칙 무시"

 이재화 변호사
 이재화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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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장에 테러방지법 등의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정 의장이 거절했어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있을 수 없죠.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청은 국회의 자율적 입법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한 반헌법적인 행위입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입헌군주제 국가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 그것도 물밑 접촉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했어요.
"비공개로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공개적으로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은 국회의장을 대통령의 수하로 인식하는 걸 드러낸 거예요. 이건 헌법을 무시하는 거죠. 위헌적 행위예요. 당연히 부끄러워 해야 하는데,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대통령을 조선 시대 군주로 착각하는 거예요."

- 과거 이런 전례가 있었나요?
"박근혜 정권의 아버지인 유신정권 때도 이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었죠. 이건 사회를 1980년대 수준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유신보다 더 무식하게 하는 거죠. 안하무인이에요."

- 비판이 나올 줄 알 텐데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비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청와대 비서진은 오직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면서 그것이 위헌이든 위법이든 가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철면피 정권이라고 생각해요."

-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기본적인 법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 세계가 안다. IS도 알아버렸다"면서 테러 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는데.
"박 대통령은 'IS도 우리나라가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는데 이건 마치 '살인죄 처벌 규정이 있으면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발상과 똑같아요. 대한민국에 살인죄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모든 살인을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테러단체가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를 골라서 테러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실제로 프랑스와 미국에는 테러방지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테러를 모두 방지할 수는 없어요. 모든 테러를 방지할 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법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어요. 법으로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에요."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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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를 IS에 비유한 대통령, 테러방지법은 대국민용"

- 정부도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지난 14년 동안 국정원에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했으나 국민이 반대해서 못했거든요. 그렇다고 14년 동안 법이 없어서 테러가 발생한 게 아니거든요. 미국 9.11 테러가 일어난 때부터 국정원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주장했다가 못하고, 이번 프랑스 테러 사태를 계기로 다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국정원이 테러를 빙자해서 자신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테러방지법을 만들면 모든 국가권력이 국정원 산하로 다 들어오고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이유로 국민이나 사회단체, 각 정당의 모든 증거나 비밀을 접할 수 있죠. 대통령은 그걸 통해 손쉽게 국민을 통제할 수 있고요."

- 박 대통령이 시급하다던 테러방지법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국정원에 대테러 센터를 두고 국정원이 정부부처나 행정관청을 총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정원이 누군가를 테러단체의 조직원이라고 판단하면 그 사람에 대한 출입국 관리기록이나 금융정보를 손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즉, 테러방지법은 해외의 테러정보 수집보다는 대국민용이에요. 박 대통령이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마스크 쓴 시민을 IS에 비유했잖아요. 이처럼 테러방지법이 제정되고 국정원이 시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라고 의심하기만 하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필요 없이 개인이나 단체의 금융정보·이메일·각종 온라인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헌법상 영장주의는 완전히 파괴되는 거죠."

- 다른 우려는 없나요?
"대테러 센터를 국정원에 두기 때문에 행정기관 위에 국정원이 군림하게 돼요. 그러면 국정원에 모든 권한이 집중될 것 아니에요? 국정원은 대통령에게만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결국, 대통령이 국정원을 통해 모든 걸 통치하려고 하는 거죠."

-군병력 동원도 가능하게 되나요?
"새누리당 의원이 낸 테러방지법안을 보면, 국정원장이 테러를 방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대통령에게 군 병력 동원을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은 그 건의에 따라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게 돼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 헌법에 보면 계엄 선포가 아니면 대통령이 군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게 돼 있어요. 계엄 선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군을 동원할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대통령이 테러로 규정했잖아요. 그러면 군을 동원해서 시민의 집회 및 시위를 강제로 진압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헌법은 휴짓조각이 돼버리는 거예요. 무시무시한 거죠."

"테러방지법 통과되면 정권교체 불가능하다"

"시위≠테러, 시위대≠테러리스트"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한 참석자가 '시위는 테러가 아니고, 시위대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던 노동자, 농민, 시민 수만명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인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대학로 서울대병원까지 가면을 쓰거나 직접 준비한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한 참석자가 '시위는 테러가 아니고, 시위대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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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새누리당이 제출한 사이버테러 방지법안에는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는 것도 사이버테러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을 마음대로 사이버테러로 규정하고 그걸 핑계로 개인의 통신비밀 등을 영장 없이도 언제든지 수집하게 되는 거죠. 국정원이 국민의 사생활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거예요. 그것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허위사실 유포라고 생각하면 SNS상의 글을 임의로 삭제할 수 있어요. 또한, 국정원은 사이버해킹 사건을 조사할 수 있게 되는데, 국정원이 그 해킹사건 조사 시에 알게 된 정보를 갖고 민간인이나 민간기업에 대해 뒷조사나 압박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됩니다."

- 현재 국민은 국정원을 못 믿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더 큰 힘을 가지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아요.
"야당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국정원 댓글 사건이 있었잖아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댓글도 '테러방지용으로 했다'고 하면 합법화되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 활동하는 시민이나 단체를 감시하고 뒷조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정권교체는 불가능할 것이고 보수세력의 장기집권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보수세력의 장기 집권 플랜 중 하나로 봅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아직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못 깨닫는 게 안타까워요."

- 테러방지법을 '유신 독재 부활법'이라고 규정하셨던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신 때는 헌법이 문제가 많아서 국민의 인권을 탄압했지만, 테러방지법은 멀쩡한 헌법을 무력화 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유신헌법 같은 경우는 긴급조치를 통해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사람들을 처벌했잖아요, 사이버테러 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이 영장 없이 언제든지 국민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걸 통해 약점 잡아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거든요. 실질적으로는 유신이 부활하는 셈이죠."

- 하지만 헌법 아래 법률이 있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법률이 실질적으로 헌법을 무력화한다는 거죠. 그래서 모든 국민과 야당이 사활을 걸고 테러방지법안이 제정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 테러방지법을 잘 모르는 경우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데요. 국민에게 그들이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죠, 무엇보다 야당이 이걸 가지고 목숨 걸고 싸워야 해요."

- 테러방지법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정권교체는 없습니다. 야당 지도부가 테러 방지법의 숨은 의도에 주목해서 투쟁을 해주면 좋겠어요.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만약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제가 우려했던 것이 현실화될 것입니다. 그때 후회하면 이미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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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