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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_야고보서 1:22

덕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거의 토일요일에는 봉사를 즐기며 실천하고 있다. 그런 덕이가 내 생각에 원하는 곳을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같아 운전을 권해보았다. "덕아 운전을 배워보는 것은 어떻겠니?"라고 묻자 "싫어"라고 바로 대답한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렇게 곧 바로 덕이 입에서 "싫어"라고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고모 : "덕이가 '싫어'라고 대답하니까 순간 당황스럽지만~ 속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 혹시 가능하면 왜 싫은지 궁금한데 말해줄 수 있을까?"
덕 : "싫어"(무표정 인듯 그리고 약간 굳은 표정이다.)
고모 : "운전 배워 보라는 말을 내가 했을 때 덕이가 '싫다'고 하니까 생각나는데 덕이는 5살 때에도 자동차 장난감 가지고 잘 놀지 않았었는데, 음~ 그런 덕이에게 운전 배워보라는 말을 내가 실수한 건가?"
덕 : "~"

'그렇구나 아직은 아닌건가 보다'싶어 더 이상 운전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덕이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 3학년 정도까지는 다른 것을 하다가도 TV에서 '꽝' 하는 자동차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놀란 눈으로 곧바로 소리나는 TV를 뚫어져라 바라 보았었다. 아직은 아닌 것일까.

교통사고 후유증(트라우마)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싫다"고 딱 잡아 말할 줄이야. 그동안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 기회에 덕이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누구든 운전하는 자동차, 버스, 기차, 전철, 비행기, 배까지 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직접 운전해 보는 것은 분명 다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덕이의 발전을 돕고자 계획했던 나의 계획에 덕이는 늘 기대 이상의 결과를 주곤하였다. 이 후유증이야말로 꼭 벗날 수 있도록 도울 일이었다. '머리로 아는 것은 안다고 할 수 없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라 여기는 나는 즉시 '덕이의 트라우마' 풀어주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실행해 보았다.

우선은 손으로 직접 자동차를 만저서 느낄 수 있도록 일단 차 트렁크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그곳에 짐을 넣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후 차 유리창을 직접 걸레로 닦아보도록 권해 보기를 순서대로 해 보았다. 그것은 잘 했다. 그 다음으로 운전대 주변을 비롯하여 자동차 내부 청소를 부탁하면서 2만 원을 준다고 했더니 기꺼이 했다. 

또한 자동차 수리를 필요로 할 때에는 카센터에 함께 가서 자동차 정비하시는 분들이 하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자동차에 대하여 알 수 있도록 지도해 보았다. 다행히 거부감 없이 잘 따라 주었다. 이렇게 본격적인 '덕이의 트라우마' 풀어주기 작업을 시작한 지 약5개월 쯤 되었을 때 덕이와 상의 없이 덕의 이름으로 중고차를 2백만 원에 구입 했다.

혹시 나중에 자동이나 수동 어떤 차종이라도 운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동으로 준비했다. 아무래도 수동으로 배우면 나중에 자동을 쉽게 운전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자동으로 운전을 배운 사람은 수동운전을 못하는 경우를 내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남자 직원이라는 이유로 앞으로 어떤 차를 운전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차에 덕이를 태우고 함께 퇴근하던 중에 고모차가 아닌 다른 차임을 안 덕이는 나에게.

덕 : "고모 이 차는 무슨 차야?"
고모 : "무슨 차일 것 같으니?"

덕이는 생각을 한다.

고모 : "덕아 내가 볼 때 덕이가 내 자동차 청소를 비롯하여 정비할 때 타이어를 만저도 보고 하는 모습을 보니까 보기 좋았었어 덕이는 어땠니?"

큰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눈 한번 깜빡거림 없이 그대로 나를 본다. 그런 모습의 덕이를 백미러로 보면서 나는 '빨랐나'라는 불안감이 들 때 덕이가 한 마디 한다.

덕 : "고모는 내가 운전 배우길 바라?"

가끔 내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덕이의 '직구'. 무슨 말이나 상황에서 거두절미하고 핵심의 말을 정확히 말할 때가 있다.

고모 : "그렇게 솔직하게 물어주어서 고마워 나는 덕이가 가능하다면 운전 배우길 바라고 있어"
덕 : "......(아무말 없다)"
고모 : "그래서 사실은 이 차를 너의 이름으로 뽑은 거야, 덕이 거야."

그래도 아무 말이 없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지 모를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덕이가 성인이고 자기 주장을 이렇게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처음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자기의 의견을 미리 물어보지 않고 내 마음 대로 결정해서 그런 건가?'라고 생각도 해보았으나 정확히 모를 분위기였다. '뭐지?' 덕이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말을 안했다. '뭘까?'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은 깊은 물과 같지만, 분별력 있는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낸다."(잠언 20:5)고 하는데 나는 모르겠으니...


태그:#운전, #면허, #자동차구입, #존중,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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