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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과학고를 조기졸업한 한 서울대 재학생이 자살을 예고한 뒤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 학생은 투신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과 학내 온라인에 "유서를 퍼뜨려 달라"며 글을 올렸다. 학생은 유서에서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수저 색깔(부모의 재력)'"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최고 명문대를 다니는 10대 후반의 대학생도 삶에 대한 비관과 걱정으로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학생의 자살을 단지 우울증에 걸린 순진한 학생의 일시적 충동이나 무기력한 '개인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 학생의 죽음을 단지 개인 문제로 돌리기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너무 크다. 소위 일류대를 다니는 대학생도 '빽이나 돈이 없으면' 희망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는 큰 사회구조적 중병에 걸려 있다.

마치 구한말의 다수 소작농과 소수 지주처럼. 농민은 아무리 열심히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살림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소득 대부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수 지주에게 거의 다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구한말의 소작농과 지주와의 관계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으로 명칭만 바뀌었다. 그래서 다수 임차인, '흙수저'의 자녀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무런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없도록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서울대 학생이 투신하기 며칠 전 영국 BBC, 가디언지, 미국 CNN 그리고 호주 언론에서는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자살률 문제를 잇달아 다뤘다.

한국의 '가짜 장례식' 잇달아 다룬 외국 언론들

 지난 14일 BBC는 '관속에 갇힌 직장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냈다.
 지난 14일 BBC는 '관속에 갇힌 직장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냈다.
ⓒ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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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BBC는 '관속에 갇힌 직장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냈다. BBC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 직장인들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몇몇 기업들은 관 속에 들어가 보는 '가짜 장례식'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BBC는 한국이 아주 가부장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회사 정책을 비판하기 어렵다는 것도 지적했다.

BBC는 아침마다 '억지로 웃는 의식'을 시행하고 있는 한 기업도 소개했다. 직원들이 출근 후 한곳에 모여서 마치 나귀 울음소리 같이 큰소리로 억지로 웃는 것은 이상한 모습이었다고 기자는 표현했다.

또한 BBC는 이 기사에서 한국의 '눈치 문화'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일이 없으면서도 상관의 눈치를 보느라 상관이 출근하기 전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고, 상관이 퇴근한 후에야 퇴근해야 하는 한국 직장인들의 고달픈 삶의 모습을. 그리고 이런 직장 풍토 때문에 한국인들이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자료를 인용하여 전했다.

이 외에도 BBC는 한국에서 수능 당일 벌어지는 진풍경도 상세하게 보도했다. 63만 수험생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날, 후배들의 수능 시험장 응원 모습, 직장인 출근 시간 늦추기 조치, 늦은 수험생들을 위한 경찰의 오토바이 수송 서비스, 영어 듣기 시험을 위한 항공기 35분 출발 지연, 수험생의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이 절에서 기도하는 모습까지.

BBC는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인들의 스트레스가 높은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들은 '가짜 장례식'과 '억지로 웃기 의식'을 통해 직원들에게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일깨워 주려 한다. 하지만 BBC는 "강제된 웃음은 진정한 웃음이 아니다"라며 기사의 끝을 맺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CNN 역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실험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가짜 장례식' 절차에 관해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CNN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가짜 장례식'을 참관한 한 프랑스인 사진작가의 말을 인용해, '가짜 장례식'을 하는 장소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치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프랑스인 사진작가에 따르면, '가짜 장례식'을 체험한 이들은 "가짜 장례식 후 기분이 나아졌다"며 '가짜 장례식'의 효과를 "믿는다"고 했지만, 그는 이러한 경험이 자살을 줄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자살 수도 한국

지난 16일 호주 언론 News.com.au도 '높은 자살률 줄이려 산사람 관속에 가두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호주 언론은 "매일 43명의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자살한다.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라고 서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자살 수도 한국(the suicide capital of the world)'에서는 기업들이 대형 '가짜 장례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호주 언론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서민들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슈퍼모델, 유명 운동선수, 가수 등도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고 소개했다.

이 기사는 인기 절정의 영화배우이자 가수 33세 박용하씨와 슈퍼모델 20세 김다울씨의 지난 2009년 자살 사건을 전했다. 그리고 지난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사건도 보도했다. 기사는 이들 인기 절정의 연예인들과 슈퍼모델도 높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성형수술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며 외모지상주의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의 뒤를 이어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는 헝가리와 일본이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호주 언론과 인터뷰한 한 외국인은 "한국인들의 삶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 너무 슬프다"라고 말했다.

'가짜 장례식' 기사 읽은 영국인들 반응

 지난 16일 호주 언론 News.com.au도 '높은 자살률 줄이려 산사람 관속에 가두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16일 호주 언론 News.com.au도 '높은 자살률 줄이려 산사람 관속에 가두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News.com.au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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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짜 장례식' 기사들을 읽은 내 주변 영국인은 '변태스럽다', '기괴하다', '웃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들이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극심한 경쟁구조,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사회복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과 최저 수준의 노조가입률, 살인적 근무 시간 등이 그 이유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나 기업들은 이런 근원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가짜 장례식'이나 '강제로 웃기 의식'을 통해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근원적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 현상만을 다룬 단순한 표피적 처방이다.

차라리 '강제로 웃기'를 할 시간에 일찍 퇴근을 시켜 직원들이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면 어떤가. 그리고 '가짜 장례식' 대신에 그 비용을 보너스로 직원들에게 나눠주면 어떨까.

박근혜 정부에서는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인 우리나라 사회복지비율을 최소한 OECD 국가 평균수준만이라도 올리라고 권고하고 싶다.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비율(10.4%)은 OECD 평균(2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프랑스(31.9%)나 핀란드(31%)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열악한 사회복지를 최소한 OECD 평균수준으로만 올려도 세계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세계최저 수준의 출생률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확신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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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