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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성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정부 기관이 학자들의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는 점을 지적한 김봉억 시민기자의 기사에 반론을 보내온 데 이어 이번엔 김영수 경상대학교 교수가 재반론을 보내와 싣습니다. 황은성 교수는 논문 무료 공개가 학자들의 접근권을 높여 학술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 반면 김영수 교수는 "논문은 지식재화의 꽃이며 학자들의 권리 주장은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편집자말]
나에게 뜻밖에 반가운 일이 생겼다. 연구자들의 논문을 국가기관이 무료로 공개하는 문제로 김봉억 시민기자와 황은성 교수가 갑론을박하니 말이다. 나는 2015년 6월 배성인(한신대), 김성태(숭실대)와 함께 <지식의 공공성 딜레마>를 출간했던 책임자였다.

이 책은 연구자들의 논문을 비롯한 각종 지식재화의 공공성과 저자들의 권리를 다루면서,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술논문 무료공개(OA)정책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술저서가 그렇듯이 이 책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오마이뉴스>에서 벌어지는 지상논쟁으로 2015년 최고의 송년선물을 받는 느낌이다.

논쟁을 제기해 주신 두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두 분의 글을 읽고서 논쟁의 한복판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두 분이 저희들의 책을 읽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연구자도 권리와 돈을 포기하지 않는 '보통사람'

 김영수 경상대학교 교수는 논문 무료공개는 '허상'이라고 말한다.
 김영수 경상대학교 교수는 논문 무료공개는 '허상'이라고 말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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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억 시민기자는 개인 저자로부터 직접 동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논문이 공공기관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관련기사:'공짜 논문', 유명대학 교수도 그냥 당한다), 황은성 교수는 학자들이 '논문 공짜 공개'를 환영하는 이유를 학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김봉억 시민기자의 글을 비판적으로 제기(관련기사: 학자들이 '논문 공짜 공개'를 환영하는 이유) 하였다.

그런데 두 분 모두가 연구자도 그저 자긍심과 명예를 좇고, 권리와 돈을 포기하지 않는 보통사람인데 아주 특별한 사람들인 것처럼 심하게 비틀고 있다. 두 분뿐만 아니라 제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연구자들을 제발 특별하게 보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김봉억 시민기자는 한국연구재단의 평가지표들이 연구자들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자들 스스로 논문의 권리에 대한 자기인식이 약하고, 연구프로젝트에 목을 걸면서 연구의 자율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연구자들의 구체적 실정을 알고서 문제제기하는지 묻고 싶다.

이미 대학교육현장에는 연구자의 자긍심과 명예를 위해 연구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내세우는 멋진 학자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올곧은 자존감으로 명성이 자자한 연구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황은성 교수는 연구논문의 최대 성과를 학자에게 주어지는 자긍심과 명예와 학문의 완성체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자의 논문이 무료로 공개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읽혀서 불완전한 부분을 검증하여 지적받고, 또 그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학문영역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기자의 글에 대해 자신의 주체적 관점이 들어가 있는 반론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요즘 보기 드문 멋진 교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식재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논문의 저자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점에 대해 밤을 새워서라도 정말 많은 것들을 질문하거나 토론하고 싶다.

'많이 읽힘의 허상'에 대해서도 반론을 펴고 싶지만, 오늘은 지면의 한계상 황은성 교수의 논지를 근거로 먼저 '무료공개의 허상'만을 제기하고자 한다.

한 연구자의 논문이 해외 학술지에 실린 뒤 몇 년에 걸쳐 인용되어 10만 원 정도의 돈을 받았다고 하자. 이 돈을 아마도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로부터 받았을 거다. 이 학자가 게재한 학술지 학회와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 간에 사용계약이 있었을 것이고, 해외의 수많은 독자들이 지불한 사용료 중 일부가 그에게 지불되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 중에 하나인 엘스비어가 1년에 3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그 중에서 순이익이 약 1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황은성 교수도 알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 엘스비어는 이런 돈을 누구로부터 벌어들이는 것일까? 황은성 교수도 시립대학교의 도서관을 이용해서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에 접근하여 학자들의 논문들을 다운받으실 것이다. 시립대학교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립대가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에게 연간 사용료를 어느 정도 지불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서울대학교는 엘스비어에게 연간 사용료로 20억 원을 지출하고 있고, 개인이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에서 논문 한 편을 다운받는 비용이 최소 30~40달러, 최고 100달러에 달한다. 사정이 이럴진대 자신이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해서 논문을 무료로 보는 것일까?

논문 무료 공개의 '허상'

 책들에 둘러 쌓인 대학생.
 김영수 교수는 "50원에 팔려나가는 논문을 써대고 있는 연구자의 아픔을 외면한 채, 국가기관이 나서서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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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서울대학교는 국내 데이터베이스 회사에겐 총 1억2천만 원의 돈을 연간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 한 곳에 지불하는 돈의 약 1/17에 불과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매개로 국내 데이터베이스 회사의 논문 한 편을 다운받는 비용이 약 50원 정도라고 한다.

적지 않은 양의 논문을 쓴 연구자의 입장에서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50원에 팔려나가는 논문을 써대고 있는 연구자의 아픔을 외면한 채, 국가기관이 나서서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 저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의 기본 운영원리에 거스르는 무임승차의식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거나, 뭔가 '보이지 않는 힘' 때문에 움직이는 억지춘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진정으로 무상에 가까운 무임승차가 이루어져야 할 곳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긴밀한 보건의료, 전력, 철도, 가스 등과 같은 공공분야가 아닌가 묻고 싶다.

'논문공개 무료의 허상' 앞에서 연구자의 영혼이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참담함이 머리를 텅 비게 만든다. 무료로 이용하는 것 같지만 결코 무료가 아니고, 어떤 이유인지 잘 모르지만 최고 약 200배에 가까운 돈을 내고서 해외 데이터베이스 회사로부터 다운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학자의 명예나 자긍심 이전에 '학자의 양심에 탈'을 쓰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연구자들은 권리를 주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권리를 평등하게 누리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란 것을 황은성 교수도 잘 아실 거다. 그런데 혹시라도, 연구자들은 상층에 속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논문에 대한 권리쯤은 시혜를 베푸는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해도 된다는 생각은 아니겠죠.

만약 권리를 차별화해서 적용해도 된다는 초헌법적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참으로 위험천만하다고 충언하고 싶다. 더욱이 연구자들이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거나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난 이후 학교로부터 엄청난 성과장려금을 받거나,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가가 뒤따른다.

그런 사실은 밝히지 않고, 학자들이 명예와 자긍심 때문에 논문에 대한 저자권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같은 연구자 입장에서 '앎과 삶이 다른 연구자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특히 연구자들을 특별한 사람들인 양 비틀어버리는 것 같아 정말 씁쓸하기 그지없다. 사회구성원의 기본 권리가 그 어떤 힘으로도 왜곡되거나 찌그러지지 않아야 진짜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입니다.



태그:#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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