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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청와대가 요청한 쟁점 경제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은 15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 국회의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이후 현기환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이나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안도 직권상정을 하기에는 똑같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법을 처리하시겠다면 국민이 원하는 법을 먼저 통과시켜주시고 나서 선거법을 처리하는 순서로 하는 게 좋다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청와대가 국회의장에게 법안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하는 모양새로 보이나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여당의원도 아닌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게 입법을 강요하고 압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에 정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 경제상황이 비상사태임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직권상정을 거부한다고 밝히며 다만 선거구에 대해서는 직권상정을 검토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하고 공격적인 어조로 배신의 정치, 패권주의, 줄세우기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반드시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심판해 달라고 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회법 개정은 정부가 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시도한 것 때문에 기인한 것이다. 그 개정안의 핵심은 세월호진상규명특별법이란 모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그 위임범위와 위임근거도 없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여 대통령령을 통해 법률을 무력화하는 것을 우려하여 국회법 개정을 통해 감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마비사태, 행정공백 등을 거론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 제 40조에 근거한 국회의 입법권과 헌법 제 75조와 95조에 근거한 행정입법권 사이의 헌법적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세월호시행령은 세월호참사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불순한 목적성 의도를 가진 시행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법치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대통령의 거부권에 여당의원은 고개를 숙였고 야당의원들의 목소리는 약했고 무력했다. 결국 국회법 개정을 합의했던 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한민국은 헌법상 삼권분립 국가이다. 헌법에 의하면, 입법권은 국회에(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66조4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101조)에 속한다고 하여 삼권분립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삼권분립이란 것은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이것을 분담시켜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이다. 삼권분립 이론의 핵심은 자유주의적 요청에 따라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기본가치이며 국가권력의 효율성을 위한 제도가 아닌 것이다.

두꺼운 헌법교과서에 나와 있는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떠나 초등학생들은 '초등사회 개념사전'이라는 책에서 민주정치와 삼권분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배우고 있다.

"한 사람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모든 힘, 즉 모든 권력이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기만 옳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도 않고 나랏일을 엉망으로 할지도 몰라. 또 뇌물을 받거나 나랏돈을 빼돌려도 막을 수가 없을 거야. 국민을 무시하고 멋대로 독재 정치를 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권력을 세 개의 기관에 똑같이 나누어 균형을 이루도록 했어. 같은 힘을 가진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말이야.

행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건 누굴까? 국회와 법원이야. 입법부가 국민의 뜻에 맞게 법을 만드는지 감시하는 건 누굴까? 정부와 법원이지. 그리고 사법부는 자기 맘대로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에서 만든 법과 조례에 따라 판결을 내려. 이렇게 세 개의 기관은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해. 만약 어느 한 기관의 힘이 세지고 다른 기관의 힘이 약해져 균형이 깨진다면 독재 정치나 부정부패를 막기 힘들 거야. 이들 세 기관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나라가 비상사태이니 무조건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윽박지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핵심법안처리가 국민이 바라는 일이고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며 다시 한번 조속한 법안처리를 압박했다. 테러방지법과 노동개혁법안이 과연 국민이 바라는 것인가와 그 법안의 처리와 정치개혁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라는 기초적인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국가비상사태를 헤쳐나갈 시급하고 중요한 법안이라면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상식이며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무조건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하는 것은 상식 밖이며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대통령 독재의 오만함의 극치이다.

대통령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모든 힘이 있다면 자기만 옳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않고 나랏일을 엉망으로 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배우는 기본상식이다. 삼권분립의 균형이 깨지면 독재정치와 부정부패가 발생할 수 있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물론 행정부 우위의 대통령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 엄격한 삼권분립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나 헌법과 법치주의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 초등학생때부터 배워야 할 국민으로서의 덕목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나야하는 국민교육헌장이 아니고 헌법에 나와있는 자유와 인권과 법치주의 그리고 삼권분립 등의 민주주의의 가치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 방침은 삼권분립과 입법부의 기본책무이며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회의장의 거부방침에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여당의원들은 분명 반발하며 속으로 화를 억누를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안녕을 빌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대통령 심부름꾼으로 착각하고 있는 일부 여당 의원들에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아주 쉽게 설명한 <초등사회 개념사전>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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