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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가 세상에 나온 지 9년째입니다. 최근 몇 년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 사용자가 줄어들면서 '트위터 위기론'이 자주 거론되는데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트위터를 계속하겠다'고 말합니다. 트위터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2015년의 끝에서 트위터를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편집자말]
"트위터가 없어지면, 1년 뒤에 아이디 적힌 팻말 들고 OO광장에서 만나자."

언뜻 상상해 보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장면이 그려진다. 언급한 문장은 지난 몇 개월 동안 트위터의 주가 폭락 기사가 연이어 보도된 이후 어느 트위터 사용자가 적은 글이다. 트위터에서 검색해보면 이와 내용이 비슷한 트윗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인다.

트위터는 2006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단문 메시지 형식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아래 SNS)로, 지난 8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져 '실적 부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2월 최근까지 하락세는 계속되는 중이다.

이는 불과 2년 앞선 지난 2013년에 73.31달러로 역대 최고 주가였던 것과 뚜렷하게 비교되는 상황이다. 실적 부진으로 최고 경영자였던 딕 코스톨로가 물러나고 공동 창립자였던 잭 도시가 임시 경영자로 취임했지만 아직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트위터 위기론'은 올해 더욱 심각하게 제기됐다. 트위터 본사가 분기별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신규 회원이 늘어나는 정도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점이 이유로 분석됐다. 지난 2분기까지 트위터 월 평균 사용자는 3억200만 명에서 3억400만 명으로 20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신규 사용자 증가율은 2013년 기업공개 이후 최저로 기록됐다. 또한 전체 사용자 수도 경쟁사인 페이스북이 약 15억 명, 인스타그램이 4억 명을 빠르게 돌파한 것에 못 미친다.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는 요인으로는 다른 SNS보다 사용이 불편한 앱과 사용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시스템, 비주얼 중심의 미디어가 관심받는 경향 속에 트위터는 여전히 '텍스트 중심'이기 때문으로 꼽혔다.

사용자가 줄어들고 주가가 폭락했다는 소식에도, 트위터에는 여전히 뜨겁게 쟁점이 펼쳐지고 다양한 게시물이 쏟아진다. 한국에서도 총선과 대선이 치러졌던 2012년에 정점을 찍고 이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있지만, 누군가는 계속 트위터에 남겠다고 한다. 어째서일까?

지난 21일까지 트위터 상에서 시행된 설문 조사. '트위터 망하면 어디로 갈 거예요'란 질문에 5779명이 참여했고, 항목 중 '갈 데가 없다 망함'이 90%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1일까지 트위터 상에서 시행된 설문 조사. '트위터 망하면 어디로 갈 거예요'란 질문에 5779명이 참여했고, 항목 중 '갈 데가 없다 망함'이 90%로 1위를 차지했다.
ⓒ 트위터 사용자 '안양운동장형 잉여킴'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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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트잉여'라 부르는 사람들

"트위터야, 아프지 마ㅜㅜ"
"거, 실수인 척 광고도 클릭하고 그럽시다."
"트위터마저 없어지면 이제 어디 가서 이런 소릴 하나."
"만약 여기도 사라지면, 언젠가 '트위터 동창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주가 폭락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한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최근까지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불안과 초조의 감정이 번지고 있다. 물론 트위터가 아니라도 다른 SNS나 커뮤니티는 많다. 아마 사람들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트위터 사용자들은 벌써 '뜻하지 않은 이별'을 걱정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안타까움은 무엇 때문에 나오는 걸까?

트위터에 자주 접속하거나 오래 머무르는 사용자는 종종 자신을(혹은 다른 사용자를) '트잉여'라 부른다. '트위터'와 '잉여'를 접목한, 자조하는 의미의 단어다. 사소한 단어지만 트위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이 스스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잉여'라 부르는 것은, 그만큼 트위터가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편한 공간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다양한 SNS에 대한 '한 줄 요약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싸이월드 - 내가 이렇게 감성적이다
블로그 -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페이스북 -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잘산다
카카오스토리 - 우리 애가 이렇게 잘 큰다
트위터 - 내가 이렇게 등신이다.'

작위적인 '가면 놀이'보다 '맨얼굴' 드러내는 자유

내가 2012년 처음 트위터를 접했을 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이 각자 관점을 스스럼없이 적는 분위기에 끌렸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서 착안한 '트윗'이란 단어가 보여주듯이, 트위터는 초기부터 '일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적는 매체' 정도로 홍보됐다.

페이스북처럼 실명을 공개하거나 사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는 인증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트위터 안에서 맺는 관계가 반드시 현실의 지인을 기반으로 하지도 않는다. 그 덕분인지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은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적인 내용의 글을 진지하게 쓰거나 멋진 일상을 뽐내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하는 장이 열리기도 하지만, 많은 사용자에게 트위터는 평범한 일상을 적는 일기장이 된다.

'맞팔(서로 팔로잉한 상태)'에게만 글이 보이는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하면 차마 말 못 할 고민을 털어놓는 '대나무 숲' 역할도 한다. 이런 점에서 트위터가 주는 매력은 작위적인 '가면 놀이'보다 '맨얼굴'을 털털하게 드러내는 자유에 가깝다.

현실에서 '소수'에 속하는 취미나 관심사도 마음껏 공유할 수 있다. 주위 사람의 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접근 가능한 '게시판' 형식보다 '팔로잉'하는 트위터 인맥 위주로 게시물이 공개되는 트위터의 특징 덕분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자신의 계정을 구독하는 팔로워가 없으면 마치 '허공에 대고 혼잣말하는' 듯한 상황이 트위터 입문 초기 극복 과제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커밍아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도 트위터에선 자신의 성적 지향을 스스로 밝히는 성소수자가 상당히 많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서로 연대하며 '성소수자 문화축제' 현장과 준비 과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언급하기 쉽지 않은 주제인 '여성 혐오'도 트위터에서는 2015년 주요 검색어가 될 만큼 자주 거론되는 이슈였다.

마지막을 예감한 사용자들의 한숨, 과연 기우일까

"트위터 주가 폭락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한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최근까지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불안과 초조의 감정이 번지고 있다."
▲ '트위터야, 아프지 마' "트위터 주가 폭락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한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최근까지 트위터 타임라인에는 불안과 초조의 감정이 번지고 있다."
ⓒ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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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트위터도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다른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가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사이버 폐허'가 될 수도 있다.

메신저와 미니홈피, 블로그를 거쳐서 '소셜 미디어'가 일상으로 스며든 시대. 트위터도 언젠가는 기억 속의 아련한 이름으로 남을 수 있다. 많은 사용자는 '트위터 위기론'에 꽤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다. 트위터 경계 바깥의 사람은 '찻잔 속의 태풍'이 점차 잔잔해지는 현상이 무덤덤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트위터처럼 사람들의 솔직함을 쉽게 엿볼 수 있는 매체가 다시 나타날까? 언젠가 다른 SNS가 등장하고 사용자들이 의외로 쉽게 온라인 거처를 옮길 수도 있지만, '이런 분위기'의 미디어가 재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정제된 글과 깔끔하게 보정된 사진이 인기를 얻는 최근 소셜 미디어 경향을 보면 더욱 그렇다. '트위터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용자의 '웃(기면서도 슬)픈' 반응도 앞서 언급한 여러 상황을 포개어 살펴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2015년 12월, 트위터의 마지막을 예감한 사용자들의 탄식이 끝없이 이어진다. 과연 애증 섞인 공간을 향한 그들의 걱정이 기우로 그칠까. 아니면 훗날 트잉여들이 '동창회'하면서 언급할 '안주거리'가 될까. 소리없이 요동치는 소셜 미디어계의 파도를 묵묵히 지켜볼 일이다.


[관련 기사 : 펀딩 한 달 만에 600만원, 트잉여가 만든 트위터 앱]


태그:#트위터, #SNS, #트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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