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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는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교육을 일구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에 주목하며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2015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엽니다. 나 자신부터 길러지지 않으면 누구도 교육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변하게 할 수 없습니다. '종이 위에 있는 나 자신'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연마하고 세상과 소통해야 합니다.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실제로 그렇게 걸어 나가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2015교육문화연구학교는 10월 9일부터 12월 18일까지 총 10회로 진행합니다. - 기자 주

김종희 대표는 "사고는 <한겨레>처럼 좋은 가치로 향해 있고, 글은 <조선일보>의 '간장 두 종지'처럼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희 대표는 "사고는 <한겨레>처럼 좋은 가치로 향해 있고, 글은 <조선일보>의 '간장 두 종지'처럼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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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 아들을 안음같이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의 행로 중에 너희를 안으사 이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하나 이 일에 너희가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믿지 아니하였도다. 그는 너희 앞서 행하시며 장막 칠 곳을 찾으시고 밤에는 불로, 낮에는 구름으로 너희의 행할 길을 지시하신 자니라(신 1:31-32)."

하나님의 사랑이 이스라엘에게 소통되지 않았다. 하나님은 자녀를 안음같이 그들을 안았으나 그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소통될 길은 요원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애굽에 행한 10번의 재앙에도, 홍해를 건너는 역사에도, 구름과 불로 인도하는 보살핌에도, 결국은 하나님을 불신했다.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려 한다고,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는 자라고 비난하며 저항했다.

소통은 우리에게 공포와도 같다. 소통이 안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 차라리 단절을 택한다. 소통에 대한 시도는 우리를 예측불허의 고통으로 몰아넣을까 두렵다. 소통에 대해 배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소통의 단절에 대한 경험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이 순간도 만나고 있는 이와 하나같이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정치적 불통으로 모두가 괴롭다. 국제 정세 속에서도 나라와 민족 간 불통으로 이르게 되는 비극이 처참하다.

소통에 이르게 되는 경우조차 얼마나 멀고 험난하며, 몇 번이고 가슴이 무너지는 걸 감수하고 끝까지 버텨 내야 하는 일인지.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소통을 이룬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매번 소통의 난제 앞에 서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부딪히기까지 얼마나 머뭇거려야 하는가. 때론 불안 증세까지 겪어야 할 지경이다. 심지어 누구는 소통을 위해 인생을 다 바치기도 하고 자기 목숨을 바치기도 한다.

불통의 원인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전달하는 이의 소통 능력이 부족한 탓, 다른 하나는 전달받는 자가 들을 마음이 없는 경우다. 위에 언급된 성경 본문에서 드러나는 불통의 많은 사례는 들을 마음 없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다. 성경 속 하나님이 뚫고 가야 하는 불통의 현실은 전자가 처한 소통의 어려움과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우선 상대적으로 쉬운 전자의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 들을 마음이 없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이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고,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은 그래도 변화를 원하는 쌍방을 전제하는 것이니 말이다.

소통이 안 된다고? 네 책임이야!

김종희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전달받는 자를 위해 전달하는 자가 다해야 할 책임이다.
 김종희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전달받는 자를 위해 전달하는 자가 다해야 할 책임이다.
ⓒ 강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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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진행된 새들생명울배움터 주최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실전 글쓰기 세 번째 강의 주제는 '표현'이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전달하는 이가 감당해야 하는 소통의 책임에 단호하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1차적으로 글쓴이의 책임이다. 도입 강의부터 시작해 네 번의 강의 내내 김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전달받는 자를 위해 전달하는 자가 다해야 할 책임이다. 듣는 이가 들을 마음이 없는 것을 탓하기 이전에, 먼저 전해야 할 자가 지녀야 할 몫부터 다하자는 것이다.

전달하는 자의 책임이 철저히 강조될 때 김종희 대표만큼 적합한 강사가 있을까. 그는 알짤없다. 변명을 용납지 않는다. 어떤 핑계로도 도망갈 수 없다. 오직 진심을 다해 글로 소통하고자 하는 이라면, 그의 단호한 요청 앞에 무슨 말을 들먹일 수 있을까. 그저 죽치고 앉아서 소통하는 글을 써 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글 쓰려는 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니 또 더 뭘 바랄까.

김 대표는 '표현'에 대한 강의에 앞서 '연습'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김종희 대표의 강의가 있던 첫 날, 참석자들은 안치환의 '귀뚜라미'를 불렀다.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강의에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같이 노래 부르는 것이었지만, 그날 강사가 김종희 대표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인도자가 노래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이를 그냥 넘어갈 김 대표가 아니었다. 잘 부르는 사람의 노래를 100번이고 들으면서 연습하고 연습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연습해서 다음 주에 더 잘 부르라고 했다. 글쓰기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런 잔소리로만 체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새들생며울배움터 주최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실전 글쓰기 세 번째 강의는 '표현'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새들생며울배움터 주최 2015교육문화연구학교 실전 글쓰기 세 번째 강의는 '표현'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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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하고 또 하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습을 하고 또 하다 보면 길러지는 것이 근력이다.

"수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숨쉬기입니다. 몸이 가벼워야 숨을 잘 쉴 수 있는데, 힘을 빼야 할 곳은 힘을 빼고 힘을 줘야 하는 곳은 힘을 잘 줘야 합니다. 수영에서는 어깨에 힘을 빼고 다리에는 힘을 줘야 계속 물을 차 낼 수가 있지요. 팔도 계속 저어 주려면 힘이 필요해요. 힘을 잘 줘야 하는 곳은 근력이 필요하지요. 근력을 강화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근력이 바로 주제 설정과 구성 능력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근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력은 주제를 정확히 제시하고 주제를 뒷받침하는 문단들을 조화롭게 구성할 줄 아는 역량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근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 치밀한 표현력이다. 주제를 명확히 하고 구성을 탄탄히 하는 것은 깨알 같은 세밀한 표현들이 모여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김종희 대표가 '구성' 강의 내내 반 고흐 작품 사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한참을 보여 주며 그 각 부분의 완성도와 치밀함을 찬탄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세밀한 부분들이 모일 때 비로소 완전한 통째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치밀한 미시 문장이 아름다운 온 글을 만든다. 그 작품은 감동을 준다. 하나하나에 들인 엄청난 정성 때문이다. 듬성듬성 만들어진 글도, 그림도 전달받는 이를 감동시킬 수 없다.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담긴 마음이 없는데 무슨 마음이 전달될까.

이러한 치밀한 표현이 가지는 미덕은 '정확함'이다.

"친절하고 자상하게 말하고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하면 그게 친절한 걸까요? 정확하게 일하는 것이 친절한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 채 이야기한다면 그게 친절한 것입니까? 듣는 이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려 주는 것이 진짜 친절한 것이지요."

명확한 주제를 잡고 생생하게 묘사하라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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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든, 말이든, 정확한 전달은 모든 소통의 기본이다.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잘 모르거나, 생각이 정돈이 안 되었거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지 아닐까. 그러니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제대로 잘 알 때, 생각이 분명히 정돈되어 있을 때, 정말 하고 싶은 말일 때 비로소 말이든 글이든 정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주제' 강의 때 김종희 대표가 지적했듯, 자신이 꽂혀 있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하고 싶은 말이 강렬할 때, 거기서 나오는 말은 더 정확하게 마름될 수밖에 없다.

"공적인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하려면 짧아야 하고 쉬워야 합니다. 공적인 글이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짧은 문장을 쓰는 것에 대한 김종희 대표의 간략한 조언이다. 문장의 뼈대인 주어와 동사만 최대한 살리면 된다. 이 뼈대를 꾸며 주는 것들은 없어도 된다.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어 봐야 불필요한 대목을 가를 수 있다. 얼마 전 내가 쓴 글에 '더'라는 말이 많았다. 그것을 덜어 냈더니 글에 훨씬 탄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짧기만 하면 지루하겠지요. 권투에서도 계속 잽만 하면 재미없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퍼컷, 훅을 리드미컬하게 연습해야 흥미진진하게 됩니다. 글도 계속 짧기만 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결정타가 필요합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글맛이 중요합니다. 강조가 제대로 되어야 글맛을 살릴 수 있지요."

단 문장을 짧게 하라는 것이 압축해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김 대표는 '압축 파일'을 예로 설명했다. 문장을 짧게 쓰라는 말인데 글을 압축 파일처럼 압축해 버리면 독자가 읽을 때 어차피 다시 내용을 풀어야 한다. 짧게 쓴다는 것은 문장 길이를 줄인다는 말이다. 문장 개수는 많아질 수 있다.

글이 정확하고 짧으면 쉬울 수밖에 없다. 쉽게 쓰면 수준이 낮아 보일까 걱정하지만 쉽게 쓰는 게 더 어렵다. 쉬운 단어를 많이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쉬운 단어들이 형식적으로 얼마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물 흐르듯이 흘러가느냐에 좋은 문장의 여부가 달려 있다. 어휘력보다 문장력이 더 중요하다. 어휘력이 딸려도 문장을 잘 쓸 수 있다. 총알이 아무리 많아도 맞추는 능력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김 대표는 따라서 쉬운 문장, 짧은 문장으로 자꾸 써 보는 연습을 하라고 주문했다.

짧고 쉬운 글이 하나 더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머릿속에 그림이 떠오르도록 생생히 표현해 주는 것이다. 묘사다. "그 남자는 나쁘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남자는 예의가 바르지 않아 나쁘다"라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남자는 옆에 앉은 할아버지를 툭 밀치고 다리를 꼬고 앉더니 옆으로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거 좀 옆으로 가요.'" 이런 식으로 쓰라는 거다.

"뒷산이 참 아름답다"라고 쓰지 말고 "뒷산에 드리운 하늘이 오늘따라 한 점 티 없이 새파랗다. 한 해 잎 다 떨군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가 수줍은 듯 파란색 하늘에 드리워져 있다. 그 자태에 빠져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그러고 보니 우리의 경험에서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따라잡게 되니까. 그렇게 글을 쓰면 되는 거다.

"사고는 <한겨레>처럼, 글은 <조선일보> 처럼"

읽는 이에게 즐거움이 되는 글을 쓰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정말 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읽는 이에게 즐거움이 되는 글을 쓰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정말 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 강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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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현 강의에 앞서 제시된 숙제는 한현우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이 쓴 칼럼 '간장 두 종지'를 읽어 오는 것이었다. 황당한 내용으로 SNS를 후끈 달군 글이었다. 간장을 달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같이 먹으라는 종업원의 말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쓴 글이다. 담겨 있는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것을 담아내고 있는 글은 기똥찼다. 얼마나 잘 썼는지, '간장 두 종지' 글의 여운이 한참 동안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글은 상대방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 자신의 상황과 느낀 감정에 대해 표현해 낼 심산으로 보였다. 그의 감정 상태가 마치 나의 것인 양, 동의되지 않는 감정임에도 내 속에 이미 들어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글쓴이의 유혹에 휩쓸려 그냥 덩달아 화가 치밀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김종희 대표의 강의에서 가장 뼈저린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가치는 장인 정신으로 벼르고, 구현하는 것은 상인 정신으로 해야 합니다. 비둘기의 순결함과 뱀의 지혜를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사고는 <한겨레>처럼 좋은 가치로 향해 있고, 글은 <조선일보>의 이런 글처럼 잘 써야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의 수준으로 성육신하여 내려오셨듯, 우리도 우리의 글을 읽는 이를 위해 성육신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성경 마가복음에 등장하는 부자 청년이 생각났다. 예수를 찾아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는가' 묻는 그 부자 청년. "모든 재물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고 나를 좇으라"는 예수의 말에, 재물이 많은 고로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돌아간 그 부자 청년. 이 근심이 나를 엄습했다. 상인이 되는 것, 성육신하는 것. 이걸 못 하겠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를 단단히 붙잡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강의를 들은 한 참석자는 강의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고백했다.

"'읽는 이에게 즐거움이 되는 글을 쓰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정말 위해야 할 수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이를 위하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정말 다른 이를 위하고 싶었던가. 그러한 수고와 노력, 읽는 이를 위해 전심을 다해 글을 쓰는 일이란,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위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김종희 대표가 글쓰기의 안이함에 그토록 단호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진정 다른 이를 위한다면, 제발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나를 내려놓고 싶지 않은 마음 앞에서 갈 길을 잃은 자처럼 근심에 젖은 나.

그러나 사랑의 힘은 크다. 사랑은 생하게 한다. 사랑하면, 진정 사랑하면 놀랍게 나를 변화시키고 더불어 상대도 변화시킨다. 사랑이 근심을 뜨거운 열정으로 화하게 한다. 그러니 사랑에 의지해 죽을 똥 살 똥 힘을 써 보자.

그러고 보니, 들을 마음 없는 이와의 소통의 문제에도 빛이 보이는 듯하다. 끝까지 사랑해 보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나님이 그렇게 사랑하시듯.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도 게재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김종희, #교육문화, #글쓰기, #새들생명울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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