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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생이 된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생이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생이 된다. 이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봄 다음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에 가을이 온다는 말처럼.

그만큼 대다수가 대학에 가는 시대다.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이라 가르치는 시대. 이력서에 대학 학력란이 당연히 채워져 있어야 하는 때.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저 청년을 '학생'이라고 불러 세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 때. 청년과 대학생은, 동의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OECD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를 발표했다. OECD에 따르면, 국내 청년층 기준 10명 중 7명이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진학률 68%. OECD 국가 중 최고. 한국은 2005년 51%, 2010년 65%에 이어 이 부분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대'학'민국이라고 불려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이 통계의 반대편에는 32%의 비대학생이 있었다. 대학에 가지 않은·못한·그만둔 청년들. 누구도 그들에게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비대학생 청년들은 늘 있어 왔다. 그들은 별난 이들로 불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값. 차별과 편견이라는 족쇄가 그 대가였다.

[비대학생① 예솔씨] "20대 초반 할인, 알고보니 '대학생'만 가능"

예솔씨가 일하는 모습 예솔 씨는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예솔씨가 일하는 모습 예솔 씨는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조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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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솔씨(21, 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을 구했다.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중, 고등학교 때 학과목 공부만 시키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진로를 정하라니 황당했어요. 이대로 학과를 정하고 대학에 갔다가는 후회하겠다 싶었죠."

직장에서 행정사무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는 예솔씨는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차별적인 시선에 당황하게 될 때가 많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대학생일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어요. 무슨 과냐고 묻고요. (그런 시선들이) 좀 불편하기도 하죠. 20대 초반은 대학생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때 팀 프로젝트와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예솔씨는 번번이 공모전과 대외활동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될 때가 많다고 했다.

"대학생이 아닌 상태에서 대외활동을 보면 항상 자격조건이 대학생이더라고요."

예솔씨가 목격한 비대학생이 배제되는 상황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교 말고 다른 강연들을 보면 다들 '20대 초반을 위한 할인'이라고 되어 있는데, 알고 보니 대학생이 조건이더라고요. 소외감을 많이 느꼈어요."

대학생이 아닌 청춘들은 청춘도 아닌 걸까. "당연히 대학에 가야 한다"는 당위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만들어냈다. 편견은 이윽고 비대학생 청년들을 향한 차별이 되었다. 당위가 만들어 낸 편견, 편견이 변모한 차별은 겨울에 장마가 내리고, 여름에 눈이 내리는 것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게 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아닌 청년은 뇌리에서 '삭제된' 존재가 되곤 했다.

[비대학생② 호야씨] "자립하고 싶지만 주거 정책은 '대학생꺼"

'우리를 거부하는 교육을 거부한다' 투명가방끈은 올 해로 벌써 네 번째 대학거부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 '우리를 거부하는 교육을 거부한다' 투명가방끈은 올 해로 벌써 네 번째 대학거부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 투명가방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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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24, 여, 활동명)씨는 대학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다. 처음부터 대학에 가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수능을 치고 대학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불합격이었어요. 재수를 하거나, 대학에 가지 않거나를 택해야 했죠."

김예슬 선언(지난 2010년 3월 대학교육의 폐단을 비판하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자퇴하겠다고 밝힌 선언- 편집자 말)을 신문에서 보고 저런 선택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입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속으로는 저를 계속 합리화했죠. 그런 모순을 떠안고 1년을 버틸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가지 않는 쪽을 택하기로 했죠."

대학에 가지 않기로 한 호야씨에게 찾아온 것은 제도적 차별이었다.

"자립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값은 너무 비싸고, LH 대학생임대주택제도 같은 비대학생이 누릴 만한 주거지원정책은 없었죠. 청년주거지원정책 자체가 대학생에게 초점을 두고 있었고요.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정책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제게는 맞지 않았어요."

호야씨는 짧은 학력과 불안정 노동이라는 조건 때문에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국가의 정책이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의 '생애주기'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주기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복지제도 안에서 비가시화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투명가방끈은 이런 제도적 차별을 받는 비대학생 청년들을 위해, 내년 2월 입주를 목표로 '거부 하우스'를 만들 계획이다.

[비대학생③ 현아씨] "고졸, 불안정노동자의 다른 이름"

알바를 찾아라 한 청년이 구인구직 사이트를 살피고 있다
▲ 알바를 찾아라 한 청년이 구인구직 사이트를 살피고 있다
ⓒ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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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씨(24)는 오늘도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샅샅이 살펴봤지만, 조건이 맞는 곳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뒀다.

"대학교에 가면 무언가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은 교육의 연장이었어요. 애초에 간 것도 '대학교는 가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설득 때문이었고요."

현아 씨는 대학을 그만두고 난 뒤 각종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공사장 일용직, 택배 상·하차, 콜센터, 카페, 술집 등 거쳐보지 않은 곳이 없어요."

그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카페, 편의점, PC방 등 학력이랑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도 지원 자격이 전문대 졸 이상이라고 붙어 있는 곳이 있으니 말 다했죠."

돈을 벌기 위해 일용직 노동시장을 찾는다는 그는 날이 갈수록 그곳을 찾는 청년이 늘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저 또한 나중에 그렇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겠지, 하는 생각이 들죠."

비대학생 청년들은 더욱더 불안정노동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에서 더 자세히 드러난다. 개발원의 사업체 비정규직 고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학력이 낮을수록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아씨와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 임시직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노동에 종사하는 비대학생의 수가 상당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불안정노동 종사율의 학력 간 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비대학생④ 정은씨] "어렵게 들어간 직장, '대학이야기'에 소외감"

 20대 비대학생 정은씨는 어렵게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동료들이 '대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20대 비대학생 정은씨는 어렵게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동료들이 '대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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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은씨(21, 여, 가명)는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대학을 가지 않은 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화학 교사를 하고 싶었어요. 공부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개인적인 일로 고등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죠. 혼자 공부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대학에 엄청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어서 수능을 한 번 보고 포기했어요. 수리 점수가 최악이었거든요."

대학에 가지 못한 정은씨는 알바를 전전했다. 약국에 면접을 보러 갔지만, "대학도 안 다니면서 이런 일이나 하면서 살 거냐"라는 모욕을 들어야 했다.

일을 시작하고 작은 실수라도 하면 "네가 대학에 가지 못해서"라는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이력서에 학력, 성별, 나이를 기재하지 않는 회사에서 면접을 봤지만, 면접관들은 '나이 어린 여성'의 등장에 놀라 학교와 나이를 물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는 '같은 대학 출신 밀어주기' 관행이 팽배했고, 대화 주제의 대부분이 대학이었다. 정은씨는 끼리끼리 문화에 끼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저를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려고 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별이 된 거죠."

소외와 배제만이 직장 내 차별의 전부는 아니었다. 지난 11월 서울디지털대학교가 재학생 8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졸, 전문대졸 응답자의 93%가 여전히 학력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고졸 응답자의 84%는 실제 학력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취업과 전직의 제약(30.9%), 능력에 대한 평가 절하(26.3%), 직장 내 급여 및 승진 차별(20.4%)이 그들이 겪는 차별의 내용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대학교 졸업장이 없는 이들은 차별을 견뎌야 했다.

정은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대학생이 겪는 일상이 청년들의 일상으로 불리곤 하죠. 비대학생 청년은 결국 '청년'이라는 틀에서 배제되는 거예요. 사회가 말하는 청년은 '대학을 다니는 청년'인 거죠. 대학을 안 다닌다고 청춘이 아닌 것은 아니에요."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비대학생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면접장에서, 구직의 문턱과 직장 안에서, 정부의 정책과 제도 안에서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다.

차별받기 위해서 사는 사람은 없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을 받을 필요 역시 없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특별하거나 별난 일이 아니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 2015 청춘! 기자상 공모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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