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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할까? 술은 물의 속성을 닮아있어서, 어디론가 흘러가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썩는다. 바닷물도 움직이는데, 어찌 변화없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 말을 막걸리 양조장에 적용해본다. 막걸리의 매출이 줄었다고 걱정을 하는 시선들이 있다. 오래도록 즐겨온 전통 음료라서, 쌀의 가공 상품이라서, 지역 기반의 상품이라서 막걸리 출고량에 관심두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관세청 쪽의 수출입 동향을 가지고 막걸리의 흥행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견이다. 막걸리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품이 아니고, 수출에 주력하는 회사도 10개가 안 되기 때문이다. 800개가 넘는 막걸리 면허사업자들은 내 동네에서 시작하여, 주변 광역시나 특별시로 시장을 넓혀가면서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스님의 조언, 성공의 시작

1933년에 설립된 신평양조장.
 1933년에 설립된 신평양조장.
ⓒ 허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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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막걸리 양조장들에게 해법이나 대안이 될 만한 양조장이 있다.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 있는 신평양조장이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2009년 막걸리 바람이 분 이래로, 거듭 변신하고 있는 양조장이다.

가히 2014년과 2015년에 가장 각광받은 양조장이라고 평할 만하다.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백련 막걸리로 생막걸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살균 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다른 양조장들이 무색해 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미 신평양조장은 2014년에 백련 막걸리 생막걸리로 대상을, 2012년에는 살균 막걸리로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2014년 초에는 대기업 회장의 생일상에 올라 뉴스가 되면서, 술이 불티나게 팔렸다. 

무슨 맛일까? 무슨 맛이 호평을 받은 것일까? 백련막걸리는 탄산의 상쾌함을 잘 확보하고 있다. 주재료는 쌀이라 밀가루 막걸리에 견주면 가벼울 법한데, 맑긴 하되 가볍진 않다. 발효 과정에 연잎에 들어가는데, 연잎이 우러나 입안에 머금었을 때 첫맛과 중간맛이 마디가 질 만큼 무게감이 있다. 그와 함께 감지하기 어려우리 만큼 간들간들한 연잎 향이 느껴진다. 백련의 향과 맛이 투명한 그물옷처럼 쌀막걸리의 맛에 걸쳐 있다.

약재나 과실이나 부재료가 들어간 술맛들이, 예컨대 알밤 막걸리, 조껍데기 막걸리, 옥수수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의 맛이 과장되어 있거나 어설프다면, 백련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 쌀막걸리 맛을 기둥삼고 있되, 그 기둥에 백련 무늬가 음각되어 있다. 쌀 맛은 다른 곡물보다 맑고 담백하여 싱겁다는 평을 듣고, 쌀막걸리 또한 같은 평가를 듣는데, 백련막걸리는 그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 연잎을 넣게 되었습니까?"

1933년에 설립된 양조장의 가업을 잇고 있는 김용세 대표에게 여쭤보았다. 김 대표는 예산 수덕사 방장이었던 벽초 스님에게서 비결을 얻었다고 한다. 벽초 스님은 수덕사 돌계단을 손수 쌓으면서 더러 곡차를 드시기도 했는데, 40여 년 전쯤에 신평면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 일을 돕던 청년 김 대표에게 "술은 연술이 좋은디, 앞으로 자네가 연술을 제대로 하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때는 무심코 들었는데, 그 후 다른 스님들을 만나고 차를 즐기면서 연잎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2008년부터 백련 막걸리를 빚게 되었다고 한다.

신평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백련막걸리 제품.
 신평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백련막걸리 제품.
ⓒ 허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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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차별화, 차별화... 동네 양조장이 살아남은 이유

신평양조장의 백련 막걸리는 차별화된 막걸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 첫 번째 경쟁력인 셈이다.

두 번째 경쟁력은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의 차별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상표에 그려진, 연잎에 앉아 술을 마시는 선비의 모습이 참신하여 눈에 띈다. 패트병에 담긴 백련 막걸리는 '스노우(snow)', 병에 담긴 백련 막걸리는 '미스티(misty)'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패트병이 눈처럼 흰색이라 스노우이고, 병은 안개 낀 듯 반투명이라 미스티다. 외래어를 사용하여 약간의 세련됨을 부여했다. 백련 막걸리를 중심에 두고,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패트병 막걸리와 병막걸리 제품을 구분하여 만들고, 명칭도 따로 붙여 놓았다.

이름만 구분한 게 아니라, 패트병 술은 당진 쌀로, 유리병 술은 품질 관리가 체계화된 당진 해나루쌀로 빚었다. 신평양조장은 유행하는 막걸리를 뒤쫓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길을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평양조장의 세 번째 경쟁력은 유통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김동교씨는 백련 막걸리를 어떻게 팔 것인가 고민하다가, 서울 강남대로 가로수길과 강남역 근처에 '셰막'이라는 퓨전 주점을 냈다.

주점을 낸다하여, 자기 양조장 제품을 주도적으로 팔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셰막은 백련 막걸리를 인기 메뉴로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동교씨는 백련 막걸리의 상쾌한 맛이 가로수길의 소비층과 맞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맞춰 막걸리 칵테일 개발, 막걸리에 어울리는 퓨전 안주 개발, 입구와 메뉴판에 백련 막걸리 이미지 강화를 통해서 소비를 유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조장 옆에 딸린 백련 양조문화원에서.
 양조장 옆에 딸린 백련 양조문화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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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을 찾아서 술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양조장을 찾아서 술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 허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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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양조장의 네 번째 경쟁력은 1933년에 지어진 양조장을 개방하여, 손님들이 양조장을 찾아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동네 작은 양조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출구는 어딜까? 자동 설비를 갖춘 큰 양조장과 가격 경쟁을 해댈 수도 없으니,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여기고 고민하다가 연계된 것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공모 사업이었다.

지난 2013년 공모 사업 첫 해에 충북 단양군 대강양조장과 함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어, 얼마간의 지원금을 받고 그 지원금의 3배를 더 쏟아부어 양조장 창고를 전시장과 체험장으로 바꿔놓았다. 동네 사람들이 주전자 들고 찾아오던 양조장이 이제는 도시 사람들이 자가용 타고 버스 타고 찾아오는 체험 현장이 되었다. 동네 사랑방 노릇을 했던 양조장에 다시 사람이 찾아오고 활기를 찾게 된 것이다.

찾아온 이들이 돌아갈 때는 주전자가 아니라, 선물 박스에 담긴 술을 들고 간다. 당진시의 주민들이 체험장을 찾게 되면서, 명절 때는 당진시의 기업체에서 선물용 술을 대량 구매하는 흥미로운 일도 생겨났다고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해 버린다. 세상과 어떻게 동행할 것인가? 곡물로 빚은 투박한 막걸리에게도 던져진 질문이다. 막걸리 하나, 그것도 단일 상표 한 제품만을 만들어 살아가는 양조장은 휘황한 도심의 불빛 아래 켜진 심지 짧은 촛불 같다. 변해야 한다면, 그리고 변하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 싶다면 신평 양조장을 찾아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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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아버지의 주전자 막걸리, 그녀의 인생을 바꾸다
② 집밥만 있는 게 아니다, '집술'도 있다
① 조선 선비들이 맛본 술맛 궁금하다면


○ 편집ㅣ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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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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