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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둘레길  좌측은 비양분교장 돌담길
▲ 비양도 둘레길 좌측은 비양분교장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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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6°14′, 북위 33°24′에 위치하며 면적 0.587㎢, 해안선 길이 2.5㎞, 63가구에 167명(2014년)의 주민이 거주하는 화산섬이다.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 협재리에서 북쪽으로 3㎞ 해상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 근처에 있는 이 부속섬들은 제주도를 그대로 닮은 축소판이다. 제주도의 오름 하나를 뚝 떼어다가 바다에 심어 놓은 것 같은 섬들이 동쪽은 우도, 서쪽은 비양도, 남쪽은 가파도와 마라도이다.

이 부속 섬에서 바라보는 제주도는 큰 형님을 넘어서 아버지이며 신처럼 생각되리만치 든든하게 자리한다. 본섬답다. 이 본도인 제주 덕분에 부속 섬들이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이다. 본섬에 왔다가 섬 속의 섬들인 이 작은 섬들을 방문해 보면 제주도를 새롭게 볼 수 있다.

그 진면목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섬의 주민들은 해산물을 따다가 본섬에 가서 팔고 오면서 생필품을 구하고, 아이들을 본섬으로 보내어 공부를 가르치고, 직장을 얻어서 산다. 만약에 제주도가 없었다면 이 부속 섬들은 무인도가 되었을 것이다.

제주도에 왔다가 덤으로 작은 섬을 방문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여행 온 사람들은 차를 타고 어렵지 않게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의 속살들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배를 타고 한라산을 보지 않고 간다는 것은 하수들의 여행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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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에 도착한 여객선  한림과 비양도를 이어주는 도선 비양호
▲ 비양도에 도착한 여객선 한림과 비양도를 이어주는 도선 비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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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또 다른 섬 '비양도'는 하루에 세 번 밖에 없는 배편 때문에 타지인의 발길이 뜸하다. 머무르는 섬은 아니고 마라도처럼 지나가는 섬이다. 21년 전에 처음 비양도를 방문했을 때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의 도선이 다녔다. 이제는 3번으로 늘어났다. 21년 동안 단 한 번의 도선 운항 수가 늘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한림항에서 배를 타면 15분 후에 비양도 압개포구에 닿는다. 이곳 해녀들은 수심이 비교적 얕은 선착장 부근 바다에서 전복, 소라, 해삼, 오분자기, 미역, 모자반 등의 해초를 채취한다. 모든 집들이 제주도를 향하여 비양봉을 등에 업고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 본섬을 그리워하듯이 제주의 한림항 쪽을 향하여 포구 근처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터를 잡았다.

소박하고 아담한 작은 규모의 예전 집들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정답다. 골목골목에는 리어카가 있다. 자동차나 경운기조차 한 대도 없다. 유일한 운송수단이 손수레이다. 비양도는 한반도의 최남단 마라도처럼 위치적 특징을 가진 곳도 아니고, 우도처럼 멋진 해수욕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해안을 따라서 잘 만들어진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비양도의 자연 풍광과 제주도 서쪽해안을 감상할 수 있다. 해수욕장에 가길 원한다면 바로 건너편의 협재해수욕장과 애월읍에 있는 곽지해수욕장에 가야 한다. 어찌 보면 아무런 특징이 없는 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도와 마라도와 달리 비양도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오전 첫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해 보면 고기잡이를 나가서 그런지 마을은 조용하다. 마을 어귀에서 그물 손질하는 어부의 모습이 평화스럽고 고즈넉하다. 고기잡이배가 만선으로 돌아오고, 사람냄새가 마을에 물씬 풍기는 그런 섬과는 거리가 멀지만, 잘 만들어진 해안 둘레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골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2001년에 완성된 일주도로가 트레킹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자전거로 30분 정도이면 섬 일주가 가능하다. 

우선 섬의 오른쪽으로부터 시작해서 3.5km의 해안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얼마를 가다보면 곧 초미니 학교 비양분교장을 만나는데 학생 3명이 공부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폐교는 되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사라질 학교가 명맥을 잇고 있었다. 학교지만 가정집처럼 돌담으로 담장을 한 소박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양도는 유독 열대식물인 선인장을 해안 길을 따라 심어 놓았다.

비양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와 만들어진 <펄랑못>이다. '펄낭'이라는 이 호수는 ​길이 500m, 폭 50m의 초승달 모양의 염습지이다. 섬인데도 불구하고 좀 특이하게 생긴 연못인데, 밀물과 썰물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다. 과거에 비양도 주민들은 이 펄낭못에서 개흙을 가져와 건축자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자연 호수는 1959년 '사라'호 태풍이 비양도를 휩쓸면서 높은 파도가 마을을 덮칠 때 생긴 것이라 한다. 현재는 수백여 종의 각종 염생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제법 큰 규모의 습지이다.

이곳은 2005년 배우 고현정의 복귀작이었던 SBS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명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 이후에 이 연속극은 유명해졌는데도 정작 비양도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단다. 너무 외진 곳에 있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비양도의 해안 도로에는 갖가지 형태의 특이한 화산석들이 있다.

섬 주위에는 그저 흔해 보이는 용암처럼 생긴 기둥 같지만, 이런 기둥과 주변에 있는 용암기종군은 그 규모와 출현 상태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게 생긴 화산지형이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안내문에 이런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면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화산바위 정도로 알고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비양분교를 지나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애기 업은 돌'을 만날 수 있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바닷가를 응시하는 여인의 형상이다. 이 돌 앞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한다. 바닷가 한가운데 있는 이 기암뿐만 아니라 코끼리 모양의 코끼리 바위도 보인다. '코끼리바위'는 코 부분이 코끼리를 많이 닮았다. 썰물 때에는 걸어서 코끼리 바위까지 갈 수 있지만 밀물이면 그저 멀리서 사진만 찍어야 한다.

코끼리 바위를 조금만 지나면 드디어 비양도의 최고봉인 비양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조금씩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보면 파란 바다 풍경이 예쁜 모습으로 다가왔다. 계단을 계속 올라가다 보면 억새풀과 잔디밭이 펼쳐진다. 10월에 억새꽃이 가장 많이 피는데 정말 예쁘다고 한다.

비양도 정상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이 최대의 매력이다. 그래서 가볍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요즈음 무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보이는 분화구이다. 섬에 오르는 곳곳에 대나무 군락이 무성하였다. 비양도를 처음에는 '죽도'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이 대나무들 때문이다.

비양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비양봉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30분 정도 지나 정상에 도착하니 비양봉 등대가 정답게 서 있다. 태양열 전지판으로 불을 밝히는데 서귀포 앞에 있는 차귀도 등대와 꼭 닮았다. 정말 작고 귀엽다는 느낌이다. 전망대에 서면 섬의 아담한 포구와 배들이 드나드는 기다란 방파제와 선착장,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좋아서 하얀 백사장의 협재해수욕장이 선명하게 보인다. 비양도와 금릉과 협재 해안 경치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협재 해안과 금릉에서 바라다 보이는 비양도의 모습, 비양도에서 금릉과 협재 해안과 한라산 풍경은 보통의 수준을 넘는다.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망원경을 이용하면 한림과 제주도 서부권역인 한경면과 애월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뒤로 한라산 모습이 안개 때문에 희미하게 보인다. 섬이 너무 작아서 물이 귀할 텐데 물 사정에 대하여 알아보니 제주도의 부속 섬 중에서 유일하게 본도에서 물을 끌어오기에 사정이 좋았다. 1965년에 협재에서 해저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식수가 공급되어 식수 걱정 없는 섬이다.

비양봉 정상의 쌍둥이 분화구

비양도 무인 등대  비양도 정상에 있는 등대
▲ 비양도 무인 등대 비양도 정상에 있는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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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한가운데에 있는 분화구는 '비양봉', '비양오름'이라 불리는데 114m를 오르면 된다. 비양봉 정상에는 쌍둥이 분화구(twin volcano)가 있다. 오름(측화산)인 비양봉은 물이 없는 -분화구로의 유입이 차단된- 환경에서 만들어졌다. 즉 1차적으로 현무암 대지가 만들어지면서 해수 유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분화 활동이 재개되어 비양봉이 형성된 것이다.

비양도는 화산 박물관이라 할 만큼 화산성 염습지(펄랑), 호니토, 시스텍, 화산탄, 분석구(스코리아콘) 등이 발달하여 있다. 지질 구조를 보면,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비양봉, 조면현무암과 스코리아(송이) 분출에 의해 형성된 비양봉 분석구로 구성되어 있다.

비양도에는 제주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비양나무가 분화구 바닥에 자생하고 있다. 비양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섬이며 섬 전체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360여 개의 기생화산 중 비양도가 유일한 것이다.

비양봉은 서북에서 남서 방향으로 아치형 능선을 중심으로 해서 동북사면은 남서사면보다 가파른 경사를 이룬다. 애기업은 바위와 함께 유일하게 비양도에서만 자라는 비양나무숲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비양도 주업

비양도 미역  말린 미역을 자루에 담고 있는 주민
▲ 비양도 미역 말린 미역을 자루에 담고 있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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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어민들은 대부분 어선 어업과 해녀 업에 종사하고 있다. 비양도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어선은 약 40척 정도로, 연승, 채낚이, 유자망, 통발 어업, 분초기망을 하고 있다. 해녀는 20명 정도 남아 있으며, 과거에는 완도, 여수, 거제도, 고군산군도, 흑산도 바다에 진출하여 계약하고 물질을 하면서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정착한 예도 많다.

마을 앞 바다는 비양도 해녀들만 전복, 소라, 해삼, 미역, 오분자기, 문어를 잡거나 미역, 톳, 우뭇가사리 등의 해초를 채취한다. 그런데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비양도 바다는 본도에 있는 9개리에 사는 해녀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어장이다. 이것은 설촌(設村) 시기부터 인근 마을에 사는 해녀들이 비양도에 건너와서 물질을 해온 100여 년의 전통에 기인한다. 섬 주위 바다에는 80여 어종이 서식하고 각종 해조류와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비양도는 섬 전체의 면적이 너무 좁아서 농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집 주변에 있는 텃밭에서 자급할 채소 정도만 심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의 대부분은 바다를 농토로 삼고 파도를 헤치며 고기잡이를 하고, 여자들은 물질을 통하여 살아간다. 섬이 너무 작아서 차가 다닐 수 없기에 소유하는 차는 육지인 한림에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소유한 어선들은 도선이 끊기거나 위급한 환자, 바쁜 일이 생기면 자가용처럼 한림에 다녀오기도 한다. 또한 근해로 나가면 6∼7월까지는 갈치, 8∼10월에는 한치,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옥돔을 잡지만 예전처럼 풍어를 이루지 못한다.

▣ 관광명소

◈ 펄랑

비양도를 더욱 특별한 섬으로 만드는 못 '펄랑'. 우리나라 유일의 염습지로 밀물 때는 해수가 밀려들고 썰물이 되면 다시 담수호가 되는 신비로운 곳이다. 영화 '쥐라기'의 원시 연못을 보는 느낌이다. 길이 500m, 폭 50m의 호수로 비교적 얕은 편이다.

◈ 비양봉 / 등대

'비양 오름'이라고도 불리는 114m의 오름이다. 한림 쪽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높지만, 오르기엔 그리 어렵지 않다. 15∼2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오름 꼭대기에 있는 등대는 제주에서도 유일하다. 시야 가득 보이는 제주도의 해안선과 여러 빛깔의 바다는 제주도 최고 비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 애기 업은 돌(부아석)

해안산책로를 걷다가 만나게 되는 슬픈 사연의 기암괴석이 있다. '부아석'이라고 부르는 이 돌은 130여 년 전 물질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임신한 여인이 한라산을 바라본 채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보통 용암굴 내부에 형성되는 용암 기둥이 지상으로 나와 있는 희귀한 형태다. 애기 업은 돌 앞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덧붙이는 글 | 예전과 동일



태그:#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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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립 목포대학교 도서(섬)문화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초빙되어 2010년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섬을 세번씩 순회하면서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하였습니다. 한국의 섬 3,400개와 447개 유인도에 살고 있는 섬주민들을 너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