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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이 개운치 않다.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아래 의전원)에서 벌어진 데이트 폭력 사건이 지난 1일 학생지도위원회의 가해 학생 '제적'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의전원을 향한 '뒷북 대응'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대는 징계위원회 격인 학생지도위원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눈을 피해 급히 회의 장소를 변경하는 등 정보를 적극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조선대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친 것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대는 지난 1일 오후 8시께 보도자료를 통해 "(의전원 지도위원회는) 함께 의전원을 다니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상해를 입힌 가해자 A(남, 35)씨에게 '제적' 처분을 내렸다"고 알렸다. 제적은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상벌에 관한 세칙(아래 세칙)'에 나온 징계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학사 규정'에 따르면 징계에 의해 제적된 학생은 재입학할 수 없다.

의전원 지도위원회 측은 A씨를 "폭행으로 타인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힌 자(세칙 16조 3항 제적처분에 해당하는 징계사항)"라고 판단해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 다만 아직 징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선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대 의전원) 학생지도위원회에서 상신된 징계의 결정은 학칙에 따라 의전원 교수회의 의결과 총장 결재를 거쳐 확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수업 분리 요구에도, 조선대는 "..."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히포크라테스 흉상.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앞에 세워져 있는 히포크라테스 흉상.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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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낮 12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조선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일 낮 12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조선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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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 3월 28일에 벌어졌다. 조선대 의전원 학생 A씨는 이날 오전 3시께 같은 의전원에 다니는 여자친구 B(여, 31)씨의 집에 찾아가 약 4시간 30분 동안 심한 폭행을 가했다. 전화 응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을 두고 벌어진 1심 재판의 판결문은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A씨는 B씨의 뺨을 꼬집고 손바닥으로 B씨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발로 피해자의 옆구리, 가슴, 다리 등을 수차례 걷어찼다. 또 소파에 밀쳐 목을 조르고, B씨가 방으로 피신해 경찰에 신고하자 따라 들어와 전화기를 빼앗은 후 다시 B씨를 밀쳐 바닥에 바닥에 넘어뜨리고 양손으로 목을 조르는 등 무차별 폭행했다. 그리하여 A씨는 B씨에게 약 3주 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검찰은 B씨가 당한 피해와 함께, A씨가 의대생을 비하했다고 오인해 폭행한 또다른 피해자 C씨(여, 26)의 사건을 묶어 기소했고,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에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10월 14일 상해죄를 적용해 12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을 두고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한 상황이다. 광주지방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유리한 사정 : A씨가 이 사건 범행을 반성하고 있음. A씨에게 음주운전으로 1회 벌금형을 받은 것 이외에는 범죄 전력이 없음. C씨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음. C씨는 A씨의 범행으로 인하여 약 2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는데 상해의 정도가 중하지는 않음. A씨가 B씨를 위해 500만 원을 공탁함. A씨가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음.

-불리한 사정 : B씨에 대한 상해는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로 상해의 정도가 아주 중한 편은 아니나 2시간 이상 계속된 폭행행위로 인한 상해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함(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SBS>에 따르면, 판결문에 기록된 2시간은 검찰 측의 실수로 잘못 기입된 것이며 실제 녹취에는 오전 4시간 30분에 걸쳐 폭행하는 과정이 고스라니 담겨 있다- 기자 말)."

이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낸 법원과 후속 대처에 안일한 조선대로 여론의 비판이 쏠렸다. B씨는 벌금형을 받아 학교에 계속 다니게 된 A씨를 수시로 맞닥뜨리게 되자 의전원 측에 수업시간 조정 등을 요청했지만 의전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SBS와 한 인터뷰에서 "온종일 강의를 같은 교실에서 듣는다. A씨를 볼 때마다 패닉 상태가 돼 움직이지도 못한다"며 "학교에선 3심까지 다 지켜보고 (A씨의 처분을)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졸업하는 시점이 된다"고 호소했다.

비밀, 비밀, 비밀... 취재진 피해 회의 장소 변경도

1일 오후 5시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1호관 교수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학생지도위원회 가해 학생 소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조선대 측은 취재진을 피해 오후 5시 40분 조선대 의성관 2층 임상수기센터 대회의실에서 소명 절차를 진행했고, 이 사실을 관련 보도자료가 나온 오후 8시까지 비밀로 부쳤다.
 1일 오후 5시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1호관 교수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학생지도위원회 가해 학생 소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조선대 측은 취재진을 피해 오후 5시 40분 조선대 의성관 2층 임상수기센터 대회의실에서 소명 절차를 진행했고, 이 사실을 관련 보도자료가 나온 오후 8시까지 비밀로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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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들끓자 조선대 의전원은 지난달 30일 낮 12시 징계 처리를 위한 학생지도위원회를 열었고, 12월 1일 오후 5시 가해자 A씨를 불러 소명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다. 이는 사건이 벌어진 뒤 약 9개월, 1심 판결이 나온 뒤 50여 일이 지나 나온 조치다.

<오마이뉴스>는 의전원 교수(학생지도위원)들과 A씨를 만나 각각 "그 동안 왜 사건을 방치했고, 재발 방지 대책은 있는지", "어떤 내용으로 소명할 것인지" 등을 묻기 위해 이날 오후 4시 30분 광주 동구 조선대 캠퍼스를 찾았다. 하지만 조선대 측에서 예고 없이 회의 장소를 바꾸는 바람에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앞서 조선대는 가해자 소명 절차와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차단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전부터 조선대 홍보팀, 의전원 교학팀 등과 수차례 통화해 소명 절차가 진행되는 장소를 물었으나 "학생지도위원회에게 장소와 관련된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답을 얻지 못했다. "학생지도위원들과 가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학생지도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조선대 측은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대략 10명 정도"라고만 답했다(조선대는 이날 오후 8시 제적 결정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에야, "학생지도위원회는 교수 11명, 학생 2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임경준 조선대병원 교수"라고 밝혔다).

일단 전날 학생지도회의 열린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1호관 교수회의실을 무작정 찾았다. 장소가 맞는지 주변이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가해자 소명 절차가 예정된 오후 5시께, 조선대 교직원이 나와 "취재진이 있어 교수(학생지도위원)들이 (이곳에 오길) 꺼려한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취재진이 왜 문제가 되나"라고 항의했지만, 직원은 "건물 밖에서 대기하면 안 되겠나"라는 말을 반복했다.

결국 이날 가해자 소명 절차는 예정됐던 장소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오후 8시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그때서야 "(가해자 소명 절차는) 오후 5시 40분 의성관 2층 임상수기센터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는 정보를 접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인근에 대기하며 취재했지만 변경된 장소는 물론, 가해자 소명 절차가 시작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당초 취재하고자 했던 A씨의 소명 내용, 의전원의 미흡한 대처와 관련된 해명, 재발 방지 대책 등은 전혀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1일 낮 12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조선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1일 낮 12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조선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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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폭력예방 교육 편성해야"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인권회의는 이날 낮 12시 조선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조선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지방법원은 여자친구를 폭행한 가해자에게 '의전원 학생으로 집행유예 이상이 나올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4시간 넘게 감금하고 폭행한 가해자가 의전원 학생이라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은 사법부의 낮은 인권의식이 드러난 판결"이라고 말했다.

조선대를 향해서는 "폭행으로 인해 심각한 불면증과 불안 증세를 겪은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과 마주치지 않게 수업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학 측은 '최종 3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다"며 "학교는 피해 학생에 대한 배려와 보호에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며, 적극적인 태도로 사건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은 인술을 펼쳐야 할 의전원 학생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당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분노하고 있다"며 ▲ 가해자와 피해자 즉각 분리 ▲ 가해자 조속한 징계 ▲ 학생 대상 폭력예방교육 실시 여부 공개 ▲ 교과과정에 폭력예방 인권교육과정 편성 등을 요구했다.

문제가 불거진 후 조선대학교는 학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두 차례 글을 올려 학생지도위원회 일정 및 결과와 "의전원 학생의 폭행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와 같은 짧은 사과를 남겼다.

한편 2일 교육부는 조선대에 "4일까지 사건의 경과와 학생들의 상황, 학교의 조치사항과 향후 계획 등을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사건이 불거진 후 조선대 측은 두 차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려 학생지도위원회 일정 및 결과와 "의전원 학생의 폭행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와 같은 짧은 사과 발언을 남겼다.
 사건이 불거진 후 조선대 측은 두 차례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려 학생지도위원회 일정 및 결과와 "의전원 학생의 폭행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와 같은 짧은 사과 발언을 남겼다.
ⓒ 조선대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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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손지은 기자



태그:#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의전원, #데이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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