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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일 오전 10시 40분]

한국에서 최고의 직업은? 단연 국회의원일 것이다. 재벌도, 장관도, 의사도, 변호사도, 교수도, 심지어 성공한 연예인, 운동선수, 벤처기업인까지 국회의원이 부럽다. 결국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마도 국회의원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법을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권능을 독점하고 있으니.

나도 국회의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국회의원이 돼서 법을 만들어보고 싶다. 우선 우리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악법부터 모조리 찾아내 뜯어고치고 싶다. 그 다음 우리 국민들을 행복한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의로운 법'을 많이 만들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법이란 법은 다 없애는' 무시무시한 특별법을 제정해 세계 만방에 자랑스럽게 선포하고 싶다. 모두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오직 신뢰와 협동과 사랑으로 얼마든지 자치하는 민주공화국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특히 나의 국회의원 권좌를 향한 욕망은 이럴 때 충동적으로 극대화된다. 주체할 수 없이 끓어오르고 솟구친다. 가령 터무니없는 발언과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함량 미달, 인격 불량의 국회의원들을 목격할 때. "저런 자를 국회의원 자리에 그냥 놔두는 건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니지"라고 욕을 퍼부으며 적개심과 함께 피선거권자로서의 권리를 당장 행사하고 싶어진다. 신성하고 순결한 민의의 전당을 더럽히는 오염원을 청소하고 정화하고 싶은 사회적 책무가 강하게 발동한다.

그렇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그런 국회와 국회의원을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려울 때, 저 국회의원의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고 싶다. 물론 선거에 나가서 당선될 자격이나 그런 직업정치꾼들과 싸워 이길 자신은 전혀 없다. 하지만 시켜주면 국회의원 노릇을 잘 해낼 자신은 있다. 아무려면 설사 제비뽑기 추첨을 해서 누군가 국회의원을 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런 국회의원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더 이롭지 않겠는가.

다만 시켜준다고 해서 무조건 덥석 받아 먹지는 않을 작정이다. 내가 국회의원직을 수락하기 전에 필수 선결조건이 있다. 정당이나 후보가 특권부터 거부하거나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같이 온갖 특권으로 치장된 한국의 국회의원은 하고 싶지 않다. 설사 당선이 100% 보장되는 비례후보 1번이라도 거부한다. 솔직히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자신이 없다. 나도 나를 못 믿겠다.

일단 국회의원이 된다면, 국회에서 누리게 될 그런 엄청난 특권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자신이 없다. 사방에 난무하는 부정과 비리의 위험한 덫, 편법과 반칙의 달콤한 유혹의 그물로부터 나를, 가족을, 무엇보다 측근들과 지지자들을 완벽하게 감시하고 통제할 자신이 없다. 그 뿌리깊은 국회의원 특권의 구조악으로부터 유약하고 순진한 나를 지켜낼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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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 산골에까지 내걸린 “국회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습니다!” 현수막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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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국회해산권, 국회의원 소환권을 원한다   

사실 한국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해도 너무한 수준이다. 스스로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매력적인 쾌락과 안락을 보장한다. 그런 특권을 차지하고 높은 곳에 앉아서 과연 낮은 곳으로 임해 민초들의 민생고를 챙길 수 있을지 우려될 정도다. 웬만한 도덕과 정의감으로 수행과 단련이 되지 않고서는 범인들은 감히 자신할 수 없는 일로 보인다. 그래서 올챙이 시절과 당선 사례의 초심을 잊는 많은 국회의원들의 변심과 변신이 용서는 전혀 되지 않지만 인간적으로는 일부 이해되기도 한다. 물론 쉽게 이해해주지 않으려 한시도 경계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국회에 대한 실망이 오죽했으면 내가 사는 무주 산골마을 시골장터에도 "국회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겠는가. 현수막을 내건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이라는 단체에서는 '국회개혁을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까지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골목상권 살리기 소비자 연맹',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복지회' 등 193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결성했다고 한다.

물론 구성 단체들이나 발기인들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 국민의 민심과 여론을 대변하거나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절차적으로 민심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국회해산권, 국회의원 소환권, 전과자 출마제한, 불체포 특권폐지, 면책특권 박탈' 등 국민의 속 마음과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국회의 '해도 너무한' 특권을 비판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출범선언문을 보면 틀린 말은 거의 없다. 한번 쯤 눈 여겨 읽어보게 된다.

"오늘의 국회는, 사사건건 정쟁·당쟁으로 나라를 멍들게 한다. 국민이 국회해산권, 국회의원 소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 개혁을 통하여 국민 주권자인 국회를 견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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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회관에서 의사당, 도서관으로 통하는 지하통로. 아무나 통행할 수 없다.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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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회, 그들만의 노후 보장 안가(安家)

이처럼 산골 오지에서까지 국회를 해산하고 국회의원을 소환할 권리를 주장할 정도로 이 나라의 국회는,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불신과 분노의 대상이다. 심지어 국회의원을 그만 두고 국회 밖으로 나가도 특권만은 내려놓지 않는다. 오히려 '헌정회'라는 그들만의 노후 보장 안가 또는 해방구를 따로 차려놓고 '특권 누리기 놀이'를 계속하고 있다.

헌정회는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으로 1968년 창립된 국회의원 동우회를 전신으로 한다.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이라는 근거법까지 따로 있다. 현직 의원도 회원 신분이다. 그러니까 현직 국회의원 295명 전원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힘이 막강한 단체'다. 실제로 연로회원 지원금, 정책연구개발비 등으로 국고에서 매년 84억 원 가량의 막대한 국민 세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헌정회는 존립목적과 정체성도 수상하다. 헌정회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의심도 적지 않다. 외형상 천여 명에 가까운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사실상 일부 의원들이 주도하는 사조직 비슷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역사바로세우기 특별위원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히는 등 특정 이념을 위해 노골적으로 활동을 해온 게 명백한 방증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구 민정당 계열 의원들, 그리고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서 활동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받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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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정문 앞 ‘로텐터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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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회의원들의 치외법권 지상낙원

그렇다고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 그들 스스로 포기할 수 없도록, 그들 스스로 안전하게 법을 만들어 놓았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이고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직무를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헌법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게 그렇게 입법한 이유다.

그렇게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두 가지 특권으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무기이자 방패 삼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헌법 제45조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스스로 체포당하고 싶어도, 체포 당해 마땅하다고 스스로 아무리 반성하고 호소해도 체포당하지 않는다.

면책특권은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이 모태다. 한국은 제헌헌법 이후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고수되고 있다. 당초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좋은 취지이자 법 제도임에 틀림없다.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소신 껏, 양심에 따라 일하도록 하려면 불가피한 장치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의 정치 현실이다. 기본적인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국의 저열한 정치, 사회 수준이다. 그래서 영국의 권리장전과 멀리 떨어진 한국의 국회 안에서는 이 면책특권이 오·남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아니면 말고 식'의 도발적 발언을 내뱉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어쨌든 그럼에도 면책특권은 합법적이고 타당하다.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국회의원이 말과 행동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민·형사상 책임만 면제될 뿐 국회법상 내부 징계나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니, 정 필요하면 국회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하지만 국회법은 국회의원들이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헌법에 보장된 두 번째 특권은 불체포 특권이다. 헌법 제44조에 규정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그리고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국회의원이라면 법으로부터 그 정도는 보호를 받아야 비로소 용기있게, 자신있게 소신있게 나랏일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야 비로소 행정부의 견제와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국회기능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법적으로 타당하고 논리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체포되어야 마땅한 죄질의 동료 또는 동업자를 체포하는 데 동의를 하지 않거나, 못 하는 소신 없는 국회의원들'을 국민들은 많이 지켜봤다. 가령 동료의원을 체포할 수 없도록 '방탄 임시국회'를 상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밖에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다종다양하다. 1인당 매년 1억4천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세비를 국회의원들 스스로 결정한다. 피고용자인 국회의원이 고용자인 국민과 임금협상이나 승인도 없이 자기 임금을 전적으로 자기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국보다 잘 사는 정치선진국인 프랑스, 영국 보다 높은 수준이다.

45평이 넘은 의원회관 사무실, 9명의 보좌관과 비서관을 비롯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7억 원의 국민세금, 매월 차량 유류비 110만원  차량유지비 35만8000원, 통신요금 지원 연간 1092만원 지원, 국고 지원 해외시찰 연 1회 이상, 후원회 조직 매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 모금 등 도합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가히 한국은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치외법권 지상낙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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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축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리는 음악회, 아무나 감상할 수 없다. -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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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고 말고, 스웨덴 국회의원처럼만

이런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국회의원들이 스웨덴에 있다.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이 최고의 직업이 아니다. 돈도 많이 못 벌고 특권도 부리지 못한다. 다만 스웨덴 국민들은 그들의 국회의원들을 우리처럼 원망하고 욕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정치인'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적은 월급에 밤낮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며 오히려 미안해 하고 고마워한다. 스웨덴에서는 그 맛에 국회의원을 한다고 한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 거부하거나 포기한 게 아니다. 아예 누릴만한 특권이 없다. 국회의원이 되는 영광의 순간은, 곧 과로와 책임감을 잔뜩 짊어진 공복의 숙명으로 돌변한다. 법을 만드는 이들을 근로기준법 조차 보호해주지 않는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 하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80시간으로 일반 국민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국회는 일년 내내 문을 닫지 않는다. 일반 월급쟁이들처럼 매일 국회로 출퇴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관용차나 차량유지비를 지원하지도 않는다.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든지 자전거를 타거나 걷드지 알아서 출퇴근해야 한다. 돈도 안 되고 폼도 나지 않는 국회 일이 힘들어 중간에 그만 두는 국회의원들까지 발생하는 지경이다. 그래서 바보나 멍청이가 아닌 다음에야 특권 때문에, 폼이나 잡으려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정치인은 스웨덴에서 아무도 없다.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조차 누리지 못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특권은 언론의 자유는 커녕 기본적인 민주주의 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나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정치 후진국 한국의 국회의원과 정치, 경제, 사회 선진국 스웨덴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이 현실적으로는 필요하니, 다만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소신 껏 발언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장치'를 오·남용하려는 기획된 악의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정치수준은 후진적이고 정치력은 열등하지만 세비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절대금액만을 놓고 한국보다 더 많이 받는 나라도 있다고 반박하지만, 그건 그런 식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그 나라의 GDP 수준을 잣대로 비교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른바 우익 보수의 진심을 대변하는 자유경제원조차 "한국의 국회의원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세비를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스웨덴, 프랑스, 영국 등 이른바 정치 선진국 국회의원의 세비는 1인당 GDP의 약 2~3배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5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 국회의원들의 연간 세비는 지금의 1억4000여만 원 수준에서 8000만 원 수준으로 감봉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세비를 사실상 스스로 결정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감봉이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세비 상한선을 규정하는 강제규정을, 법적,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강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세비가 꼬박꼬박 나온다.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도피 중이거나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을 뿐인 국회의원에게도 예외가 없다. 스웨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결근하면 그날 세비는 나오지 않는다. 세비도 월급이 아니라 주급(週給)으로 받는다. 독일은 회의에 불참하거나 표결에 불참하면 의정활동 비용을 깎는다. 벨기에는 표결 불출석 의원에게 벌금까지 매긴다.

또 스웨덴 국회의원은 주로 혼자 일한다. 자료를 챙겨줄 개인보좌관이나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는 비서관이 없다. 1명의 정책보좌관이 4명의 의원을 공동으로 보좌한다.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 직접 전화를 받고 스케줄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마다 발의하는 의안 수는 4년 임기 중 평균 100여 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특권을 누리면서 행세하고 싶은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너무 일이 하고 싶은 정치인들만 국회의원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올로프 팔메' 같은 정치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치토양이다.

도시는 동네마다, 농촌은 마을마다 국회의원 1명 씩

그렇다고 국회의원을 줄이는 건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한국은 국회의원 수가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295명도 많다며 한명이라도 줄여 아까운 국민세금을 한푼이라도 줄이자는 민심이 크지만, 그건 말 그대로 국민감정의 배설로 그쳐야 한다. 잘 생각해보라. 그 숫자가 적어질수록 일부 특정, 소수의 계층이나 집단이 특권을 배타적으로, 독과점하기 좋은 구조가 고착된다. 그 밖에서 깨뜨리려고 그 악의 구조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문호를 더 개방해고 확장해야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더 ,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정치 선진국의 경우 한국보다 거의 2배가 넘는다. 프랑스는 6200만 명 인구에 577명의 국회의원,  독일은 인구 8200만에 598명, 영국은 인구 6200만 명에 648명이다. 한국은 5000만 인구에 299석 일뿐이다.

독일 비율로 하면 364명, 프랑스 비율로 하면 465석, 그리고 영국 비율로 하면 522명 수준으로 한국의 국회의원은 증원해도 된다. 국회의원을 늘리되 세비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그만큼 또는 그 이상 줄이면 된다. 국회의원이 늘어난다고 우리의 세금이 더 낭비된다는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아예 마음 같아서는 도시는 동 단위, 농어촌은 면 단위마다 국회의원을 한명씩 선출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스웨덴 국회의원처럼 기존의 특권은 다 내려놓고 일만 열심히 할 준비와 자세를 갖춘 그런 지역의 일꾼들을 국회로 보내자는 것이다. 아울러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통해 전문가와 소수자들도 대거 국회에 입성시키고. 그러면 국회의원의 희소가치와 특권의식은 저절로, 제도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희소가치와 특권이 사라지면, 그동안 아무런 실체도 없는 '국민의 뜻'을 핑계삼아 정쟁이나 일삼는 국회의원들도 자연스레 정치판에서 퇴출될 것이다. 누릴 특권도, 잡을 폼도 없는 국회가 그들에겐 더 이상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적은 월급에 밤낮 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자. 국민들이, 마을 주민들이 그들에게 늘 미안해 하고 고마워할 수 있도록.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다"고 칭찬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나는 다음 총선에서 더 이상 정당의 화려한 공약이나 후보의 이력을 살펴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단 하나의 자격과 조건만 따질 것이다.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는 정당, 스스로 특권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후보에게 주저없이 표를 던질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가령 정의당은 마침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녹색당은 최초로 원내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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