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시장의 타 구단 이적 협상 2일 째를 맞이했다. 그리고 KBO리그 역대 FA 계약 최대 규모의 계약이 성립되었다. 내야수 박석민이 그 주인공이었고, 박석민에게 투자를 한 "큰 손"은 NC 다이노스였다. 또한 구원투수 부문에서도 FA 기록이 경신되었다.

11월 30일 NC는 박석민과 계약금 56억원에 평균 연봉 10억원을 포함하여 3+1년 96억원에 계약했음을 밝혔다. 3년 86억원까지는 보장되어 있으며, 성적에 따라 2019년에는 10억원 연봉의 플러스 옵션이 걸려 있다. 박석민은 이 연봉 중에서 매년 2억원 씩 4년 동안 8억원을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로 환원하겠음을 밝혔다.

이 계약 규모는 KBO리그 역대 최대 계약 규모이다. FA 계약으로만 따졌을 경우 종전 기록인 최정(SK 와이번스 3루수, 4년 86억원)의 기록을 뛰어 넘는다. FA 계약 시기가 아닌 다른 모든 시기의 계약을 포함하더라도 종전 기록인 윤석민(KIA 타이거즈, 4년 90억원)을 뛰어 넘는 기록이다.

3루수 최대어 박석민, 꾸준한 출루율과 파워로 FA 잭팟

1985년생의 박석민은 대구고등학교 출신으로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아 삼성 라이온즈에 입대했다. 그러나 당시 기존 선배들과의 경쟁 속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2005년 시즌을 마친 뒤 조기 입대하여 상무 소속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2008년에 복귀한 박석민은 본격적으로 팀의 중심 타선으로 활약했다. 박석민은 2010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등 점차 향상된 기량을 보여왔다.

통산 타율 0.297에 OPS 0.918을 기록하고 있는 박석민은 특히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후 꾸준히 4할 대 출루율을 기록하며 이승엽, 최형우 등과 함께 삼성의 중심 타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4년에는 생애 첫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그의 가치는 더욱 커져갔다.

2015년 최형우의 뒤를 이어 삼성의 캡틴을 맡았던 박석민은 9월 20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한 경기 9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활약을 선보였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이었다.

이 때문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박석민을 두고 최정의 기록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고, 결국 이번 FA 시장에서 3루수 최대어로 지목되었다. 이번 잭팟을 통해 박석민은 한동안 역대 FA 계약 규모 1위를 지킬 전망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또 다른 최대어로 손꼽히던 김현수가 해외 리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더 큰 규모의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NC는 이 계약을 통해 에릭 테임즈와 이호준, 나성범 등 기존 중심 타선에 박석민을 더하면서 더욱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NC는 2013년 1군 리그에 합류한 이래 2014년에는 첫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2015년에는 시즌 막판까지 삼성 라이온즈를 위협하며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도 직행했다.

사실 NC의 기존 3루수는 지석훈이었다. 지석훈은 2015년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타율 0.267을 기록했다. 게다가 2014년 주전이었던 모창민이 있어 3루수 자원이 넘치게 됐다. 그러나 NC는 이번 계약을 통해 박석민을 주전 3루수로 고정시키고, 지석훈을 내야 유틸리티로 활용할 수 있다.

지석훈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그러나 NC의 주전 유격수 베테랑 손시헌의 영향으로 2015년에는 주로 3루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손시헌도 한국 나이로 어느덧 만 35세에 이르렀고, 144경기나 되는 리그 풀 타임을 소화하는 데 있어 체력적 분담이 필요해졌다.

이에 지석훈을 내야의 다양한 포지션으로 활용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또 다른 유격수 자원인 노진혁은 군 복무가 예정되어 있다. 게다가 NC의 1군 참가 이래 줄곧 중심 타선을 이끌어왔던 이호준도 만 39세의 노장이라서 언젠가는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NC는 이번 박석민의 영입으로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게 됐다.

한화의 "큰 손", 정우람과 심수창 영입에만 97억원 투자

최근 3년 동안 한화 이글스는 FA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포스팅 시스템 때 이적료로 2573만 7737달러 33센트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구단 투자에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2013년 겨울에 정근우(70억원)와 이용규(67억원), 2014년 겨울에 권혁(32억원)과 송은범(34억원)과 배영수(21.5억원)에게 투자한 데 이어서 2015년 겨울에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FA 구원투수 최대어로 지목 받던 정우람에게 투자했다.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한의 마지막 날 자정에 임박해서 김태균(84억원)과 조인성(10억원) 재계약에 성공한 한화는 외부 FA 시장에서도 거침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SK 와이번스와의 우선 협상에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던 정우람은 한화와의 협상에서 오랜 고민 없이 계약을 마무리했다.

정우람은 계약금 36억원에 평균 연봉 12억원으로 도합 4년 84억원에 계약했다. KBO리그 역대 홀드 1위인 안지만(삼성 라이온즈, 172홀드)에 이어 왼손 투수 역대 최다 홀드(128홀드)를 기록하고 있는 1985년 생의 정우람은 리그 최정상급 왼손 구원투수로 이번 FA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우람은 경남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2004년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2라운드 11순번으로 지명되었다. 정우람은 군 복무 시기를 제외하고 10시즌 동안 600경기에 등판하여 568.1이닝 37승 21패 128홀드 62세이브 평균 자책점 2.85에 535탈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2015년에도 69경기 70이닝 7승 5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 자책점 3.21에 90탈삼진을 기록, SK에서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 겨울 투수 보강에 집중 투자했던 한화는 3명의 선수가 모두 부상으로 허덕이는 바람에 투자한 효과를 확실하게 보지는 못했다. 결국 한화는 지난 겨울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투수력을 보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정우람은 한화의 팀 상황에 따라 필승조로 활약할 예정이다.

한화는 또 다른 FA 투수 심수창에게도 투자했다. 한양대학교 출신의 심수창은 2004년 LG 트윈스에 입단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며 11시즌 268경기 33승 61패 16홀드 10세이브 평균 자책점 5.29를 기록했다.

올해 롯데에서는 선발투수와 중간 그리고 마무리까지 다양한 보직을 소화했다. 39경기 4승 6패 3홀드 5세이브 평균 자책점 6.01로 기대 만큼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팀 사정으로 인하여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보직을 자주 바꾸며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였음은 확실했다. 이러한 점이 인정되어 한화는 심수창에게 도합 4년 13억원을 투자했다. 계약금 3억원에 평균 연봉은 2억 5천만원이다.

손승락과 윤길현 영입... 불펜 강화한 롯데

최근 몇 년 동안 구원투수 문제로 골치를 썩였던 롯데도 지갑을 열었다. 해외파 특별 지명 선수 출신으로 최초의 FA 선수가 되었던 송승준과의 재계약 성공으로 선발진의 누수를 최소화한 롯데는 외부 FA 시장에서 손승락과 윤길현에게 투자했다.

대구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출신의 손승락은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유니콘스가 해체된 뒤 히어로즈에서 계속 활약했고, 통산 382경기에서 177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0년과 2013년 그리고 2014년 도합 3번의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현역 KBO리그 선수들 중 최다 세이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대 최다 세이브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현역 1위 자리는 손승락이 차지하고 있다. 봉중근(LG 트윈스)이 본업인 선발투수로 복귀하고 임창용이 해외 도박 파문으로 삼성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되며 사실상 불명예 은퇴 위기에 놓인 가운데, 손승락은 롯데에서도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한동안 KBO리그 현역 세이브 1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손승락은 2014년 평균 자책점이 4.33까지 치솟았고, 2015년에도 23세이브에 평균 자책점 3.82로 다소 흔들렸다. 블론 세이브도 6번이나 되는 등 하향 곡선이 보인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손승락은 넥센과의 의견 차가 너무 커서 합의를 찾지 못하고 FA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손승락은 이에 롯데와 계약금 32억원, 평균 연봉 7억원의 조건으로 도합 4년 6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손승락 이외에도 필승조 요원으로 윤길현을 영입했다. 윤길현과는 29일에 계약금 18억원, 평균 연봉 5억원 등 도합 4년 38억원으로 영입했다.

FA 최대어 김현수, 국내 잔류시 예상 몸값은?

이제 외부 FA 시장에 나온 11명의 FA들 중 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들은 김현수, 오재원, 고영민(이상 두산 베어스 출신) 그리고 박재상(SK 와이번스 출신) 뿐이다. 선발투수나 야수 중심으로 몸값이 꾸준히 상승하던 FA 시장은 구원투수 정우람이 선발투수 장원준(두산 베어스)과 같은 84억원의 계약을 이끌어내면서 FA 시장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

현재 박석민이 96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FA 최대어로 꼽히는 김현수에게 더욱 시선이 쏠리게 됐다. 김현수는 해외 리그 구단과의 협상에도 나설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일단 두산 베어스를 포함한 모든 구단과의 협상 문은 열어 놓은 상태다. 두산과 재계약 우선 협상 기한 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김현수의 해외 진출 의사가 반영된 것이었다.

물론 김현수가 해외 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는 않다. 윤석민도 2014년 2월이 되어서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지만, 첫 해에 마이너리그 옵션이 걸렸던 점이 문제가 되면서 메이저리그 입성에 실패하고 1년 만에 KIA로 돌아온 바 있다.

김현수가 해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을 경우 결국은 두산과의 재계약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1985년 생의 박석민이 96억원의 계약을 맺었음을 감안하면, 더 뛰어난 기량에 나이까지 더 젊은 1988년 생의 김현수의 몸값은 최소 100억은 넘어갈 전망이다.

물론 FA 시장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례는 KBO리그 뿐만이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외국인 용병 영입에 있어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을 다수 영입하는 데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는가 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10년 2억 달러 이상의 초대박 계약이 쏟아지기도 한다. 심지어 세계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연 평균 3천만 달러를 받는다.

구단들이 전력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현재 상황은 경기를 치르지 않는 오프 시즌에 또 다른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그래서 FA 시장을 스토브 리그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음 시즌을 위한 각 구단들의 투자가 다음 시즌에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는 계약을 맺는 구단이나 선수들도 모른다. 과감한 투자를 선택한 구단들이 다음 시즌에 어떠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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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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