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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저 '먹고 살아야 하니' 이 직업을 택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나마 자신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힘을 만드는 것 뿐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에게 더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Dress Maker'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타이타닉> 영화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 주연 작품이라는 정도의 정보를 미리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저 늘 개봉되고 있는 수많은 영화 중의 하나라는 것을 넘어 한국인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항공 촬영은 모두 호주 빅토리아 주 한인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현재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오창원 (영어 이름 Stephen Oh)씨 손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멜번 동부 오클리(Oakleigh) 에 위치한 XM2 오창원 대표는 이 영화의 항공촬영 감독으로 참여했고, 앞으로 개봉 될 영화들의 시작 포문을 열었다. 바로 지난 주까지 미국에 머물며 디즈니, 폭스 등 세계 영화를 이끌고 있는 영화사 관계자들을 만나 계약 체결 등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 온 오창원 대표를 만났다.

오창원 대표는 멜버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빅토리아 주 한인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의 태권도 협회에서 큰 활동을 하고 초기 한인 이민자로 이 땅에 태권도를 알리는 일에 큰 공을 세운 오영열 사범이다. 어머니 안중민 여사는 호주 최초의 한인교회인 멜본한인교회에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신앙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아내 윤경희씨는 바로 멜버른 시내 중심가에 가장 큰 헤어 샵을 운영하며 한류 열풍에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새리 헤어 앤 뷰티 원장.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일을 조리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할 만큼 한국어도 유창하다. 오창원 대표가 설립한 XM2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요즘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드론(Drone) 촬영을 하는 곳이다. 촬영 뿐 아니라 드론을 직접 설계 제작까지 한다.

영화 촬영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오 감독과 동료들
 영화 촬영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오 감독과 동료들
ⓒ x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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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라고 하면 보통 취미로 하는 것을 생각하실텐데요, 취미용이 약 3 킬로 그램 정도 되고 저희 장비는 한 대가 약 40 킬로 그램입니다. 영화 촬영용 카메라를 부착을 해야 하니까요. 넓이가 1.8 미터...그러니까 운반을 할 때는 남자들도 두 명이 같이 들곤 하죠."

그동안의 작업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 주며 오 대표는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예사롭지 않다. 바닷길을 따라 가다가 하늘로 서서히 치솟는 장면이 아주 매끄럽게 이어지며 그 바다에 떠 있는 옛날 선박에 서 있는 배우들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역시 드론의 시각 위치에서 찍다보니 정말 자연스럽고 실감이 난다. 마치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빨리 비행하며 촬영하는 것은 오히려 쉽죠. 그건 뭐 옛날 방식으로 헬리콥터에서 찍어도 될거예요. 하지만 장면에 따라 아주 천천히 테이크 해야 되는 게 있는데, 저희가 제작해 사용하는 드론은 그런 면에서 아주 탁월하고, 화질도 가장 높아요. 단언컨대, 전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전세계의 영화 제작 팀에서는 오 대표의 XM2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장면 장면들에 정신을 빼앗겼다가 정말 궁금증이 생겨 물어봤다. '드론을 다룰 줄 안다는 것 하나로, 아니, 좀더 나아가 그런 드론을 만드는 일까지 한다고 영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닐텐데' 하는 점이 필자의 궁금증이었다.

감독이 원하는대로 일일이 하나씩 찍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점도 함께였다.

"네, 맞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인데요. 영화를 찍는 동안 항공촬영 부분에서는 제가 감독 일 까지 맡아 하는 거예요."

오 대표는 그러면서 1995년 부터 2009년까지 각종 광고 필름, 홍보 영화에 PD로 일한 것이 강점으로 더해졌다고 설명한다.

오 대표는 오랜 시간 무인 헬리콥터를 날리는 취미 생활을 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그저 '다 큰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보이겠지만 한 대 당 약 6~7 천불을 홋가하고, 잘못 부딪치면 손가락이 부러지거나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비싸고 위험한' 취미생활이었다.

동호회 활동을 하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네, 뭐. 보기에 따라 그저 비싼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와이프가 적극 찬성을 해 줬어요. 술이나 마시고 소비적인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취미라면서 이해를 아주 잘 해줬죠."

그때는 비싸 보였던 그 취미가 지금 전세계 영화시장의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비싸고 위험한' 취미생활 덕분에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오창훈 감독
▲ 오창훈 항공촬영 감독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오창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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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씬을 찍기 위해 접근하는 드론
 해상 씬을 찍기 위해 접근하는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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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성 재현 장면을 촬영 중인 드론
 옛 고성 재현 장면을 촬영 중인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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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2가 그동안 만든 작품들을 대하는 영화 관계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큰 호의를 보이며 당장 다음 작품을 계약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열심히'(?) 했던 취미생활이 만들어준 테크닉에 필름 PD 로 일하며 더 단단해진 예술성, 게다가 안전하고 높은 테크닉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설계 제작하는 XM2의 가치는 전문가들이 먼저 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니 뎁 주연의 'Piratesof the Caribbean',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하는 'The Moon and The Sun'을 비롯해 톰 크루즈의 새 영화들, 울버린 시리즈 등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오 대표 역시 지금 현재 세계 유일의 장비를 만들어 갖고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아이언맨, 반지의 제왕 등을 찍을 때 사용한 레드픽 카메라 (현재의 XT 카메라의 3 배 무게)를 장착하는 드론으로 발전시키는 일을 해 냈다.

얼마 전에는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이 한 공식석상의 연설에서 오 대표를 언급했다. 미국의 영화들을 호주에서 촬영할 수 있다면 거기서 얻어지는 수입이 국가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 특히 하루 촬영에 1600 여 명의 스탭이 동원되는 것이 영화 촬영 작업인 만큼 고용 창출도 대단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오창원 대표의 사업에 자연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최근 다시 회동을 갖기도 했다.

"한국, 미국의 LA 와 뉴욕 등은 물론이고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 한번 가본 적도 없는 곳에서 촬영을 하게 되지요.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한창 손 많이 가는 아들 셋을 잘 키우면서 내조해 주는 아내, 언제나 믿어주고 힘을 주시는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일 합니다."

오 대표는 그래서 사업이 커 감에 따라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진행시키고 있으며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한국에서 인재 발굴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나쉬 대학교와 멜버른대학교에서 공동 개발 제의를 받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큰 보람을 안겨 줄 일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 한인사회를 넘어 세계에서 또 하나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이미 자리매김이 시작된 오창원 대표. 우리들은 유명한 영화에서 자랑스런 그 이름을 보며, 또 한번 한국인의 긍지를 갖게 될 것이다. 


태그:#드론, #항공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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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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