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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캉아지
 암캉아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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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복순이가 내가 옆에만 가면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코를 들이대며 냄새를 맡는데, 어째 기분이 좀 찜찜해요." "호호호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복순이가 나이를 먹었는데도 짝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

5살짜리 암컷 풍산개를 키우는 K씨는 가끔 애견 복순이가 징그럽게 느껴지곤 한다고 털어놓는다. 순둥이인 데다가 다정다감한 복순이지만, 가랑이나 엉덩이 쪽으로 코를 들이밀 때면 K씨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다. 짝을 만나지 못한 복순이가 혹시라도 자신의 '남성 호르몬'을 감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 또한 '후각'이 일정 정도 성호르몬의 분비와 상관관계가 있다.

최신 연구결과들은 성호르몬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 역시 이성이나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화학물질, 즉 페로몬을 분비한다. 다만 성호르몬 '냄새'나 페로몬은 동물들과는 달리 마치 일종의 흔적기관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소통의 주요수단은 아니다. 인간의 경우 시각 등을 통한 정보처리의 양이 월등하게 많은 탓이다.

일부 학자들은 페로몬이나 성호르몬은 일반적인 후각과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그 '냄새'가 인식된다고 주장한다. 즉 일반적인 후각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아닌 다른 뇌세포들이 간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냄새와 성호르몬 관련 냄새를 달리 인식한다는 확고한 실험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남녀의 성호르몬 분비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후각이 남성보다는 더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 예로 브라질 등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후각세포는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거의 1.5배나 많다. 헌데 같은 여성이라도 생리 주기, 즉 여성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 따른 후각의 예민도 차이는 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이 남성보다 냄새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배경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다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 보다 큰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냄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추정하고 있다.

먹어도 될 음식,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을 구분하는 데 있어 냄새 정보는 상당히 유용할 수 밖에 없다. 또 임신한 여성들은 다른 감각은 몰라도 후각은 여전히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는 상한 음식이나 독성이 있는 음식 성분이 태아에게 전달되는 걸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추론도 있다.

성호르몬 관련 '냄새'나 페로몬 등은 이른바 '종 특이성'이 뚜렷한 물질들이다. 종 특이성이란 해당 종끼리만 냄새나 페로몬이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수컷 꿀벌이 분비하는 페로몬은 꿀벌만 감지할 뿐, 사람은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다.

개는 평상시 사람과 가장 밀접한 동물 가운데 하나이다. 또 개들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한다. 그렇다면, 암캐는 인간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을 감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을만한 이렇다 할 실험 혹은 연구가 이뤄진 적은 없다. 그러니 K씨가 애견 복순이의 행동을 징그럽게 느끼는 것도 어쩌면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냄새, #여성, #성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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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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