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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그중에서도 범죄소설의 역사를 장식했던 수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 작가들을 대표작품 위주로 한 명씩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주로 영미권의 작가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 기자 말

스티븐 킹(1947~ )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작가'라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미저리>의 주인공처럼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도 있고, <샤이닝>의 주인공처럼 실패한 작가도 있다. <스탠 바이 미>의 주인공도 성장한 후에 작가가 된다. 여기에는 스티븐 킹의 개인적인 경험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경제적으로 그리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킹이 3살 때 '담배 사러 나간다'라고 말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인생 시작 자체가 미스터리였던 셈이다.

가정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그도 일을 해야 했다.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던 시절, 그는 손님들이 떠난 테이블을 치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더럽게 처먹지? 왜 이렇게 지저분한 거야?'

고등학교 교사로 취직해서도 상황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결혼해서 가난하게 살던 시절, 스티븐 킹은 매일 집 앞의 우체통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제발 청구서가 들어있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도 작가의 꿈은 버리지 않았다. 여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인물은 역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부인 태비사 킹.

스티븐 킹은 27살인 1974년 첫 장편인 <캐리>를 발표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가 1966년에 집필을 시작한 <롱 워크>는 1979년에 '리처드 바크만'이란 필명으로 정식으로 출간된 바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재출간됐다).

<캐리>에 관해서는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고생에 관한 이야기지만 집필이 잘 되지 않자 원고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그것을 부인이 우연히 꺼내서 읽어보고 계속 쓰라고 킹을 설득했던 것.

킹은 '난 여고생들에 대해서 잘 몰라'라고 변명처럼 이야기했고, 부인은 '그 부분은 내가 도와줄게요'라고 말했다. 스티븐 킹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캐리>로 킹은 대박을 내서 돈방석에 올라 앉았다. 이제 돈 걱정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가졌던 스티븐 킹

가운데 오른쪽이 어린 시절의 리버 피닉스
▲ 영화 <스탠 바이 미> 포스터 가운데 오른쪽이 어린 시절의 리버 피닉스

흔히 스티븐 킹을 가리켜 '공포소설의 제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초자연적인 공포를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공포를 느꼈던 작품은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유일하다.

대신 스티븐 킹은 색다른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독보적이다. 그도 '소설을 쓸 때 플롯은 구상하지 않는다. 플롯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서는 독특한 상황들을 접할 수 있다.

교통사고로 죽은 소년이 다른 세계로 떠나서 모험을 한다면? (<다크타워>)
커다란 마을이 투명한 돔에 갇힌다면? (<언더 더 돔>)
거대한 국립공원에서 어린 소녀가 가족과 헤어져 길을 잃고 헤맨다면?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12살 소년들이 숲으로 시체를 찾으러 떠난다면? (<스탠 바이 미>)

대충 이런 식이다. 어찌보면 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그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공포라는 감정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스티븐 킹이 주목하는 것은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다. 자신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갑자기 기울어질 때,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야 할 때, 외출한 자녀가 12시가 넘도록 연락도 없이 귀가하지 않을 때, 병원에서 의사에게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스티븐 킹은 작품을 통해 이런 일상적인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좋게만 보이던 세상이 불쑥 충격으로 다가오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평범한 일상을 도둑고양이처럼 망쳐 버리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어찌보면 '공포소설의 제왕'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수도 있다. 스티븐 킹도 가난했던 교사 시절, 자신의 앞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퇴직 형사

겉표지
▲ <미스터 메르세데스> 겉표지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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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다면 2014년에 발표한 <미스터 메르세데스>(국내는 2015년 7월 출간)가 약간 예외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스티븐 킹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탐정, 정확히 말해서 퇴직한 형사다. '호지스'라는 이름의 그는 예순을 넘겼고 다소 비만인 체형을 가지고 있다.

퇴직후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주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부인과도 이혼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예전에 있었던 일종의 테러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한 남자가 훔친 메르세데스를 가지고 커다란 건물로 돌진해서 그곳에 있던 사람 8명을 사망하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일종의 '묻지마 살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범인은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호지스는 이 사건을 수사하던 도중에 별다른 성과없이 퇴직하고 말았다. 호지스가 받은 편지에서 발신자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히며 호지스를 조롱하고 있다. 그 사건도 해결하지 못하고 퇴직했냐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호지스는 단독으로 사건을 다시 조사하며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앞으로도 읽고 싶은 스티븐 킹의 작품들

스티븐 킹은 1999년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매일 하는 산책 도중에 승합차에게 들이받혔다. 병원 신세를 지면서 수술을 해야 했고 하루 수십 알의 약을 복용했다. 그리고 퇴원하고나서 다시 집의 작업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부인은 이를 말리고 싶었지만,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본인에게 좋을 것이란 판단에 그냥 두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이후에도 명작들이 만들어진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역시 마찬가지다. 2003년에는 미국 출판업계 최고의 영예로 불리우는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다. 이런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미저리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황금가지(2004)


쇼생크 탈출 (대본 + MP3 CD 1장)

이일범 지음, 스크린영어사(2013)


태그:#스티븐 킹, #미스터 메르세데스, #스탠 바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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