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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비공식 여론조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만큼 정확한 여론은 없다. <오마이뉴스>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예상되는 광주.대구.부산의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세 곳을 미리 다녀왔다. [편집자말]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성적표가 갖는 정치적 무게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 무거워졌다. 대구 서문시장 한복판에 '대통령님 억수로 사랑합니데이'라는 문구를 적어 내건 새누리당 대구시당의 플래카드가 보인다. ⓒ 남소연
"대통령이 경제 한 번 살려 볼라꼬 그렇게 도와 달라고 했는데 등 뒤에다 총질하면 되나. 유승민이가 누구 덕분에 그렇게 컸는데. 대통령을 보필하기는커녕 공격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화원시장에서 만난 김정균씨(64)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반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지만 얼마나 강단 있게 일을 잘 하고 있느냐"라며 "박 대통령 은혜 입고 국회의원 됐으면서 대통령을 흔드는 사람들은 거기(국회)에 있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 밀어 줄 것"

대구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입문 후 자신의 지역구로 삼아온 대구에서도 핵심적인 정치 거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한 후 19대 총선에서는 이종진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이 지역에서 박 대통령을 향한 믿음은 절대적인 것처럼 보였다. 간간이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게이트볼을 즐기러 나온 노년층은 박 대통령에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화원시장 근처 게이트볼장에서 만난 서동구씨(69)는 "내년 총선은 보나마나다, 밤낮 없이 일만 하는 박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밀어줄끼다"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서씨의 동료들도 저마다 "배신당한 대통령이 불쌍타", "박 대통령 도울 사람 찍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텃밭 대구의 절대적 상수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라고 찍은 이후 '청와대발 물갈이' 가능성은 대구의 뜨거운 화두가 됐다.

공천이 곧 당선인 대구지역에서 누가 청와대 낙하산을 타고 공천을 따낼지, 과연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론'의 강도는 얼마나 셀지 설왕설래가 오가면서 점점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대구 동구

박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동구는 박 대통령에 보내는 신뢰와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한 애증이 엇갈리고 있었다. 지난 24일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남소연
박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동구는 박 대통령에 보내는 신뢰와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한 애증이 엇갈리고 있었다. 지난 24일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박근혜와 유승민'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진아무개(70)씨는 유 전 원내대표를 좋아하지만 섭섭하다고 말했다. 진씨는 "대통령이 잘 못하더라도 도와줘야지 혼자만 잘났다고 하면 쓰것나"라며 "나이 많은 사람들은 유승민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안재숙(62)씨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면 대통령 말을 들어야지 혼자 잘났다고 하면 안 된다"며 "유승민 의원이 좋기는 하지만 내년 선거에서 대통령이 찍으라카는 사람 찍을기다"라고 말했다.

부친 상 이후 첫 외부 일정을 소화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대구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 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유 의원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식육점을 경영하는 김아무개(35)씨는 유승민 의원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도 그렇고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게 뭐가 있느냐"라며 "유승민 의원이 소신껏 일을 했는데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있는 불로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이아무개(64)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그렇고 대통령의 고집이 너무 세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여론을 따라야 하는데 너무 자기 고집대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마음이 안 맞는다고 내치면 되겠느냐"라며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유 전 원내대표와의 대결을 선언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불로시장 상인연합회 부회장이라고 밝힌 이아무개씨는 "이재만 청장이 동구를 위해서 많이 일했다"며 "대통령이 이 전 청장을 공천하면 그를 찍겠다"라고 말했다.

"김부겸이 같은 야당 후보만 있으면 새누리당 찍을 일 없을 것"

20대 총선에서 대구의 성적표가 갖는 정치적 무게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 무거워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 탓에 25일 대구 동성로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대결 구도와는 별개로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에게 보인 불신의 골은 깊었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주니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 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아무개씨(61)는 "나도 매번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을 밀어줬지만 돌아온 게 없다"라며 "정말 우리 지역구에도 김부겸이 같은 야당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야당 후보만 있으면 앞으로 새누리당 찍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대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야당에서도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옷 수선일을 하는 김구일(61)씨는 "대구 국회의원들이 모두 여당만 있으니 아무런 일도 안 한다, 시민들에게 관심도 없다"며 "대구에 야당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야당 후보 지지론'을 폈다.

최필선(45)씨도 "대구는 대통령을 만들고 지지하고 국회의원도 모두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정작 대구를 위해 해준 것은 없는 것 같다"라며 "이제는 지역을 잘 아는 국회의원이 나와서 경제가 나아지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박이니 가박이니 싸우는 것 꼴 보기 싫어"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가 있는 대구 중구 삼덕동 골목 안쪽. 보슬비가 내린 25일 우산을 받친 한 노점상이 고단한 듯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 남소연
대구 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높았지만 '청와대 낙하산 투입' 등 인위적인 공천 개입에는 거부감도 감지된다. 현재 대구 동구갑, 북구갑, 중·남구 선거구 등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지역에 이른바 '박근혜 키즈'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박아무개씨(42)는 "대구 현역 의원들이 잘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구에 애정도 없는 사람들이 선거 때가 되니 몰려와서 '진박'이니 '가박'이니 떠들며 싸우는 것도 꼴 보기 싫다"라고 말했다.

방촌시장에서 만난 김덕만씨(60)는 "TK 물갈이는 선거 때마다 항상 나오던 이야기"라며 "대구로 내려오는 인사들이 박 대통령 이름 팔아 국회의원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인지, 진짜로 일을 할 사람인지 인물을 한 번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아무개씨(62)는 대구 동구갑 출마가 거론되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관련해 "(동구갑 현역 의원인) 류성걸 의원도 그렇고 정 전 장관도 그렇고 위에서 내려주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구에서 일은 잘 안 한다"라며 "우리지역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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