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 FC 서울의 경기. 포항 황선홍 감독이 경기 중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황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포항 사령탑에서 물러나 유럽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 FC 서울의 경기. 포항 황선홍 감독이 경기 중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황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포항 사령탑에서 물러나 유럽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홈팀 포항 선수들은 1주일 전에 수원 빅 버드에서 1-2로 패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다. 곧 헤어져야 하는 황선홍 감독에게 100승의 위업을 선물해줄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에 기록이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포항 선수들은 시즌 마지막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이별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2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마지막(38) 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강상우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99승이라는 멋진 기록을 떠나는 황선홍 감독에게 선물로 줬다.

황선홍 감독, '99승' 아름다운 마침표

경기 시작 후 16분 만에 포항 선수들이 먼저 활짝 웃었다. FC 서울 골문으로부터 약 21미터 지점에서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최재수의 왼발이 빛난 것이다. 동료 손준호의 속임 동작에 이어 놓여진 공은 최재수의 왼발 끝을 떠나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빨려들어갔다.

전반전이 최재수 덕분에 1-0으로 끝났다. 이대로라면 포항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었다. FC 서울과의 3위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과 1만 2381명의 홈팬들 앞에서 황선홍 감독을 멋지게 떠나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FC 서울이 이대로 물러설 팀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FA(축구협회)컵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니 리그 순위표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입장이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동점골이 80분에 나왔다.

FC 서울의 역습 과정에서 아드리아노가 빛났다. 그는 유연한 드리블 후 오른발 중거리슛을 낮게 날렸고 골키퍼 신화용이 이 공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굴렸다. 이 기회를 오른쪽에서 달려든 몰리나가 놓칠 리 없었다.

이 덕분에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10분 그 이상의 시간이 시작될 수 있었다. 스틸야드가 또 한 번 용광로로 변한 것이다. 정규 시간 90분이 다 끝나고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4분이 더 표시됐다. 포항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들을 이끌어준 스승을 이대로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김승대의 오른쪽 측면 역습이 빛났다. 그리고 그의 얼리 크로스는 후반전 교체 선수 유제호를 겨냥했다. 하지만 원정 팀 골키퍼 유상훈이 유제호의 왼발 밀어넣기를 온몸 날려 막아냈다. 그래도 여기서 흐른 공을 강상우가 놓치지 않고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켰다.

추가 시간 1분에 터진 이 짜릿한 결승골이 5년 동안 포항을 이끌었던 황선홍 감독에게 가장 멋진 이별 선물이 된 셈이다. 2011년부터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의 이름으로 99승 49무 47패를 기록하고 아름답게 물러나는 순간이 된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은 '수원'

공교롭게도 2015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날 열린 세 경기가 모두 2-1로 끝났다. 홈팀이 모두 이겼다. 그 결과 2016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은 챔피언 전북 현대와 2위 수원 블루윙즈가 거머쥐었다.

수원은 우승 팀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가 몹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86분에 터진 카이오의 결승골 덕분에 포항과의 2위 싸움에서 승점 1점 차이로 웃었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본선 조별리그에 직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에 지난 22일에 열린 37라운드에서 수원에게 패한 포항 스틸러스가 마지막 경기를 이겼으면서도 승점 1점이 모자라 3위에 머무르며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었다. 다른 팀보다 새 시즌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최진철 신임 감독의 업무가 좀 더 일찍부터 시작되게 생겼다.

이제 2015 K리그 일정은 단 두 경기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1부리그 K리그 클래식과 2부리그 K리그 챌린지 사이의 승강 플레이오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3위에 오른 수원 FC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기에 K리그 클래식 11위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 몹시 긴장하고 있다.

수원 FC와 부산 아이파크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12월 2일(수)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이어 12월 5일(토) 오후 4시 부산구덕운동장에서는 진정한 마지막 승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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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결과(2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

★ 포항 스틸러스 2-1 FC 서울 [득점 : 최재수(16분), 강상우(90+1분) / 몰리나(80분)]

◇ 2015 K리그 클래식 최종 순위표
1위 전북 현대 73점 22승 7무 9패 57득점 39실점 +18 *****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2위 수원 블루윙즈 67점 19승 10무 9패 60득점 43실점 +17 *****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3위 포항 스틸러스 66점 18승 12무 8패 49득점 32실점 +17 *****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
4위 FC 서울 62점 17승 11무 10패 52득점 44실점 +8 ***** FA컵 우승 팀 자격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5위 성남 FC 60점 15승 15무 8패 41득점 33실점 +8
6위 제주 유나이티드 50점 14승 8무 16패 55득점 56실점 -1
7위 울산 현대 53점 13승 14무 11패 54득점 45실점 +9
8위 인천 유나이티드 51점 13승 12무 13패 35득점 32실점 +3
9위 전남 드래곤즈 49점 12승 13무 13패 46득점 51실점 -5
10위 광주 FC 42점 10승 12무 16패 35득점 44실점 -9
11위 부산 아이파크 26점 5승 11무 22패 30득점 55실점 -25 ***** 수원 FC와 승강 플레이오프 2경기
12위 대전 시티즌 19점 4승 7무 27패 32득점 72실점 -40 ***** K리그 챌린지로 강등
축구 황선홍 강상우 포항 스틸러스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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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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