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길목에 잇따른 예술영화 기획전이 준비돼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업영화가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저평가된 독립예술영화들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행사들이다.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일찍 내려졌거나 볼 기회가 드문 작품들을 모아 놓은 것은 매력적이다.

지난 28일 대기업 독과점에 피해를 본 해외예술영화와 저예산상업영화를 조명하는 기획전 '늦어도 11월에는'이 막을 올렸다. 11월 30일에는 예술영화전용관 씨네코드 선재가 관객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 3편을 마지막 작품으로 상영하고 문을 닫는다. 광화문 예술영화전용관 씨네큐브는 개관 15년을 축하하는 예술영화 페스티벌을 준비했고,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수상작들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전은 관객들에게 주는 연말 선물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어,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11월에는] 대기업 독과점에 치여 관객들과 못 만난 영화

 늦어도 11월에는 기획전 포스터

늦어도 11월에는 기획전 포스터 ⓒ 늦어도 11월에는 기획위원회


"한 해 동안 수십편의 영화들이 수입되어 소개되지만, 스크린 독점‧과점 등 배급구조의 문제, 작품수급시기의 문제 등으로 극장을 충분히 얻지 못하거나 상영기간이 짧아 제 때 제대로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영화들이 대다수다. 동시에 관객들은 이들 영화들에 대한 상영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상영기간이 짧아 관람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극장을 충분히 얻지 못한 영화들에게는 다시 한 번 상영기회를 제공하여 관객과 평단의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다."

'늦어도 11월에는'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오동진 평론가는 기획전의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평소에도 저예산영화와 예술영화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리뷰를 쓰고 있는 오동진 평론가는 좋은 영화들이 대기업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묻힐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나머지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28일 저녁 신사동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정진우, 배창호, 방은진 감독, 배우 조민수, 성우 배한성 등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국내 영화관계자들이 함께해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상영되는 27편의 영화는 오동진 평론가가 자신 있게 선정한 작품들이다. 죠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 미셀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 노아 바흠백 감독의 코메디 영화 <위아영>. 영등위와 포스터 심의 과정에서 논란을 겪은 <트라이브> 등이다. 평일 저녁 상영이 끝난 후에는 평론가들과 영화기자, 감독들이 나서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늦어도 11월에는' 기획전은 오는 12월 6일까지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개최된다.   

[마지막 프로포즈 2015] 아듀~ 씨네코드 선재!

 11월 30일 폐관하는 씨네코드 선재의 마지막 프로포즈 2015

11월 30일 폐관하는 씨네코드 선재의 마지막 프로포즈 2015 ⓒ 씨네코드 선재


'365일 나와 코드가 맞는 영화관'를 기치로 내걸었던 씨네코드 선재가 11월 30일을 끝으로 폐관하면서 관객들에게 폐관일에 마지막 포로포즈를 한다.  2008년 9월 '쌈박한 집들이 영화제'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던 씨네코드 선재는 높은 임대료 등을 견디지  못해 8년 만에 문을 닫게 돼 독립예술영화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 마무리에 '마지막 프로포즈 2015'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먼저 문을 닫은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가 매년 연말에 했던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행사의 명칭을 가져온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관객과 씨네코드 선재의 회원이 직접 꼽은 3편의 영화가 마지막 프로포즈 작품으로 선정됐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와 빌 어거스트 감독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리고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이다. 관객들이 씨네코드 선재의 프로그래머가 되어 직접 선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11월 30일 하룻동안 상영된다.

씨네코드 선재를 운영해 온 영화자 진진은 폐관에 즈음해 "그간 극장을 아껴주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더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수입/배급사로서 전국의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2015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 개관 15주년 축하 특별상영

 2105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 포스터

2105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 포스터 ⓒ 씨네큐브


북촌의 예술영화관은 문을 닫지만 광화문의 예술영화전용관 씨네큐브는 개관 15주년을 맞이하며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을 준비해 생일을 자축한다. 서울 도시 한복판에서 예술영화 성장과 발전에 꾸준한 기여를 해 온 씨네큐브는 고품격 예술영화관으로 국내 예술영화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프리미어 페스티벌에는 모두 3편의 영화가 준비됐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무드 인디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씨네큐브 측은 "15주년 특별상영을 위해 투표를 했으나 3편의 영화가 근소한 차이로 1~3위에 올랐고, 관객들의 문의도 쇄도해 세 작품 모두를 상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관 15주년 기념일인 12월 2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상영되며 이어 다음날인 3일에 미셀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가, 4일에는 레아 세이두가 주연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이어진다. 12월 2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17일 개봉되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특별상영된다.

[2015 베니스 인 서울] 베니스영화제 작품들을 가장 빨리 만나다

 2015 베니스 인 서울 기획전

2015 베니스 인 서울 기획전 ⓒ 서울아트시네마


베니스영화제의  수상작 등 주요 작품들을 상영하는 기획전 '베니스 인 서울'은 지난 2012년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베니스비엔날레재단,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후원하는 행사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의 주요 상영작들을 서울에서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의미가 있다.

'2015 베니스 인 서울'은 줄리엣 비노쉬의 신작으로 피에로 메시나 감독이 연출한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을 개막작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대표작 <아마코드>, 발레리아 골리노의 섬세한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사랑을 위하여> 등 고전과 동시대 작품을 아우르는 13편의 이탈리아 영화가 상영된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와 강렬한 감정의 멜로드라마 <늑대 여인>도 만나볼 수 있으며, 명배우 우고 토냐치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우리는 대령을 원한다>, <로마의 20가지 이야기>도 놓치기 아쉬운 작품들이 상영작 목록에 올라 있다. 상영작들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한창호 평론가가 마르코 벨로키오의 신작 <나의 혈육>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2015 베니스 인 서울'은 12월 4일 개막해 13일까지 열흘 간 종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늦어도 11월에는 씨네코드 선재 씨네큐브 베니스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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