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류정환

<응답하라 1988>의 류정환 ⓒ cj e&m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이야기는 단순히 쌍팔년도 세대를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대 한 마을에 한데 모인 사람들이 나눴던 관계에서 보편적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응팔>은 1988년도를 단순히 그 시절의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배경적인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 시절에도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있었고, 이웃과의 교류가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1988년도에는 사람들이 조금 더 순수했고, 서로를 이해했으며, 마음으로 사랑했다는 판타지는 <응팔> 특유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88년도에는 한 동네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어찌 그게 좋은 점만 있으랴. 가끔은 '오지랖'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선을 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응팔>이 주목하는 지점은 그런 지점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가족조차 쉽게 해체되고 와해되곤 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작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 곁에는 누가 있느냐고. 남을 신경 쓰지도 않고 사는 것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느냐고. 

각박한 세상이라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세월이 흘러도 엄마는 엄마고, 친구는 친구다. 그 의미 자체가 변할 수는 없다. 시집가서 남편을 여읜 딸이 자신을 찾아온 엄마가 자신을 걱정할까봐 옷을 차려입고 이웃집에서 물건들을 빌려 자신을 위장하지만, 결국 엄마를 속이지는 못한다. 몰래 돈 봉투를 놓고 간 엄마의 진심은 딸을 울리고, 전화를 붙잡고 부르는 엄마라는 한마디에 목멘다.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아직 엄마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진심은, 남이 시켜서 억지로 내뱉는듯한 '사랑한다, 아들아'라는 한 마디로 묵직하게 전해진다. 마냥 자식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진심을 모른다면, 그 한마디는 그런 울림을 전달할 수가 없다.

극중 대학입학시험 장수생 정봉(안재홍 분)이 심장 수술을 하고도 오히려 동생이 흘린 코피를 걱정하며 힘겹게 내뱉는 "코피는 괜찮아?"라는 한 마디는 꾸며지지 않은 평범한 한마디지만 가족의 진심을 느끼게 하는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로맨스에서 끝나지 않을 <응팔>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역할을 맡은 박보검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역할을 맡은 박보검 ⓒ cj e&m


<응팔>은 그간의 시리즈가 그랬듯, 여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 찾기라는 소재를 넣었다. 그러나 사실 그 남편의 정체는 그다지 모호한 형태로 그려지지 않는다. 남편은 90%이상의 확률로 김정환(류정환 분)이다. 그가 아니라면 그것 자체로 스토리에 전반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 큰 반전이 될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진의 특성상 결코 그런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응팔>에는 분명 로맨스도 있지만, 그것만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매회 주인공들은 아버지가 되었다가, 어머니가 되었다가 그리고 자식이 되기도 한다. 이웃의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공동체 속에서 그 가족의 범위는 이웃으로 확장된다. <응팔>이 정말 하고자 하는 말은 이웃으로 확장된 가족이라는 형태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결국 서로를 보듬고 품어주는 따듯한 마음. 인간이 찾고 갈구하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이라는 보편적 진리다. 그 진리를 설명하기 위해 1988년도를 소환하고 사람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응팔>의 스토리텔링은 그 진리를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든 매개체가 되었다. 

때로는 싸우고 부딪치지만 가족은 가족이라는 것.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당신의 인생은 어쩌면 더 행복해 질지 모른다는 것.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 <응팔>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따듯한 생각을 들게 한다. 왜냐하면 <응팔>이 내내 말하고 있듯, 결국 돌아올 곳은 가족의 품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 류준열 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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