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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새들의 안전한 월동지가 되고 있는 우포늪
 겨울철새들의 안전한 월동지가 되고 있는 우포늪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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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1월 25일, 경남 합천의 미타산 청정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지척인 창녕의 우포를 가족과 함께 걸었습니다.

남쪽 지방에는 늦가을 비가 잦아서 농부들의 고생이 심하다고 했습니다. 창녕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곶감이 마르지 않고 무와 배추가 단단해지는 대신 계속 자라서 맛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농부들의 근심을 알길 없는 우포늪. 비가 그친 고요한 늪은 큰기러기의 홰치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청둥오리, 쇠오리 고니, 물닭... 북쪽의 혹한을 피해 10월에 4000~6000km를 남하해 온 보람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비온 뒤의 우포늪
 비온 뒤의 우포늪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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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제 마음을 붙잡고 돌이킬 수 없는 이별로 죄었던 가슴을 천천히 풀어줍니다.

#2

우포늪은 창녕읍의 동쪽, 해발 757m의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동쪽에서 흘러들어 너른 습지를 만든 다음 집수되었던 물이 다시 서쪽 쪽지벌 쪽으로 흘러나가 잠시 토평천을 흐르다가 가항리에서 낙동강의 본류와 합류합니다. 

물이 흘러드는 지류에 따라 가장 넓은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 일원의 우포(소벌)와 이방면 안리 일원의 목포(나무벌), 대합면 주매리 일원의 사지포(모래벌), 이방면 옥천리 일원의 쪽지벌의 4개의 늪이 서로 이어져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자연내륙습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겨울 초입의 우포늪
 겨울 초입의 우포늪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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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과거 우리는 습지가 가진 가치들에 크게 주목하지 못했습니다. 갯벌을 제방으로 막아 경작지로 만드는 것이 국토를 넓히는 일로 여겼습니다. 내륙습지들도 그 인식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넓은 우포늪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일제강점기인 1930~1940년대 사이에 둑을 쌓아 쌀 증산을 위한 농토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매립공사는 70년대에도 이어졌고 1990년대도 생활쓰레기 매립장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1억4000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이 늪지가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1997년에 와서야 가능했습니다. 다음해 개발의 제약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반대에 부딪혔던 람사르 협약에 등록해 람사르습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전체 면적 70만여 평. 우포늪은 자연과의 공존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전체 면적 70만여 평. 우포늪은 자연과의 공존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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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우포늪과 동쪽의 대대들을 나누는 대대제방은 우리가 어떻게 자연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제기합니다.

우포늪에는 대대제방외에도 2개의 제방이 더 있습니다. 대대제방과 인접한 사지포제방과 서쪽의 목포제방입니다.

습지는 홍수를 조절하면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됩니다. 갖은 생물들의 터전을 빼앗아 인간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제방이 폭력으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적 가치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우포늪은 생태적, 지리적 가치뿐만 아니라 계량이 불가능한 심미적, 정서적 가치를 일깨웁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우포늪, #소벌, #목포, #사지포, #창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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