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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까지 수인선과 수려선에서 운행되던 협궤열차는 작은 크기에 '꼬마열차'로 불리기도 했다.
▲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꼬마열차' 70년대까지 수인선과 수려선에서 운행되던 협궤열차는 작은 크기에 '꼬마열차'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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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엔 '꼬마열차'가 존재했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잊힌 협궤열차가 그 주인공이다. 협궤열차의 협궤는 현재 국내 철도의 선로에 적용되는 궤간인 표준궤(1435mm)보다 폭이 좁고 협소한 궤간을 이르는 명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인선(수원-인천)과 수려선(수원-여주)이 궤간 762mm의 협궤철도였다. 좁은 궤간 탓인지 수인선과 수려선을 달리던 협궤열차는 다른 열차들보다 크기가 작은 꼬마열차였다. 지금까지도 어르신들에게 협궤열차는 버스 급의 승차감을 자랑하던 추억의 꼬마열차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본래 두 협궤철도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부설된 철도로 여객운송 목적보다는 식량 수탈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해안가를 달리던 수인선에선 주로 소금을 착취했고 이천, 여주를 지나는 수려선에서는 양질의 쌀을 착취하여 인천항으로 보내곤 했다. 광복 이후에는 수도권 남부의 교통을 책임지는 낭만의 철도였지만 이 당시만 해도 식민지에 대한 아픔을 담고 있는 철도이다. 물론 교통수단으로 활약하던 역할마저 도로교통에 밀려 70년대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히도 수인선은 현대에 와서 수도권 전철로 부활하였고 수인선의 흔적인 소래철교는 인도교로 재활약하고 있다. 고잔역 인근에 남아있는 수인선 철도는 공원화됐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수인선은 생각보다 희망찬 부활을 한 셈이다. 하지만 수려선은 상황이 다르다. 수려선을 전철로 복원할 계획은 없을뿐더러 수려선의 흔적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찾아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분당선, 용인 경전철, 성남 여주선이 수려선의 역할을 절반정도 채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수려선은 1970년대에 폐지된 노선이지만 오천역 만큼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 수려선의 유일한 흔적, 오천역 수려선은 1970년대에 폐지된 노선이지만 오천역 만큼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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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철도 수려선의 마지막 희망, 오천역

희망이 없던 수려선에도 작은 희망은 남아있었다. 수려선의 역 중 이천시 마장면 오천리에 있는 오천역이 유일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과거의 원형 또한 거의 변하지 않은 협궤 역사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는 수려선이 폐지된 후 오천역 건물이 민가로 쓰이게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후에 전기공업사가 들어섰고 건물에 적혀있는 지역번호가 0336인 것을 보면, 지역번호가 세 자리로 바뀐 2000년 이후로 약 15년 정도 방치된 것 같다.

우연히도 오천역은 폐지 당시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던 역 중 하나였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오천역 주변의 버스 교통이 상당히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오천역 인근 어르신 중 몇몇 분들은 오천역 폐지 반대 시위까지 했을 정도로 오천역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마음이 상당히 강했다. 그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지금도 오천역은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철도로서의 기능은 오래전에 상실했지만 말이다.

택지지구 개발로 인해 공사가 진행중인 지금 수려선 오천역 건물이 인부들의 간이 샤워실, 탈의실로 쓰이고 있다.
▲ 간이 샤워실, 탈의실로 쓰이고 있는 수려선 오천역 택지지구 개발로 인해 공사가 진행중인 지금 수려선 오천역 건물이 인부들의 간이 샤워실, 탈의실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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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지구 개발로 인해 오천역이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 폐허가 된 수려선 오천역 택지지구 개발로 인해 오천역이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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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의 오천역, 역사의 흔적 사라지나

현재는 오천역마저 철거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오천역 일대에 이천 마장 택지개발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개발지역 안에 오천역 건물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제는 오천역도 그 자리를 지키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철거 위기에 놓인 오천역을 보존하고자 철도 애호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철도갤러리의 한 사용자는 이천시와 LH공사에 오천역 보존에 관하여 민원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LH공사는 '오천역은 민간시설로 관리되어왔으나 2013년 9월부로 토지보상이 완료되었기에 2015년 12월 중으로 철거할 예정이다. 또한 보존 계획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제는 오천역을 지키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 말을 듣고 철거 전에 사진을 담고 싶어 실제로 오천역을 방문해봤다. '오천리' 버스정류소에서 내렸을 때 주변 가게들 대부분이 문을 닫은 걸 보고 이 일대가 개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도로 왼쪽에는 이미 바리게이드를 치고 있었다. 바리게이드 때문일까? 오천역을 찾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다행히 바리게이드 사이에 난 공간을 통해 오천역 건물을 찾긴 했지만 그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철거 준비로 인해 주변은 상당히 어지럽혀 있었고 오천역 건물은 인부들의 간이 샤워실, 탈의실로 활용되고 있었다. 주변에 널브러진 폐가구들은 이 건물이 오랫동안 민간인의 손에 관리됐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점점 폐허가 되는 오천역을 보면서 '이제는 진짜 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택지지구 개발로 오천역 일대에 바리게이트가 쳐져있다.
▲ 개발이 진행중인 오천역 일대 택지지구 개발로 오천역 일대에 바리게이트가 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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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역의 역사적 가치, 복원 및 공원화로 보존해야

정말로 오천역을 살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실 지금 위치에 자리 잡은 오천역 건물은 개발구역에 포함돼있기에 철거 자체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건물의 소유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아닌 민간인 소유이고 이마저도 토지보상이 완료되어 사실상 LH공사에 위임되었기 때문에 보존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오천역을 다른 위치에 복원하고 주변을 공원화한다면 충분히 보존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사례로 구 대구선 선로에 있는 반야월역이 있다. 구 반야월역 건물은 2009년에 철거되긴 했으나 위치를 1km 정도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복원되어 어린이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칫하면 역사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역을 복원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특히 오천역은 수려선에 남아있는 마지막 건물이기에 이 가치를 활용하여 오천역 건물을 수려선 역사관 등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열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사실상 폐선상태인 항동철길(경기화학선)은 폐선을 활용한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폐철도는 관광지로도 변모할 수 있다.
▲ 폐철도를 활용하여 관광지로 변모한 항동철길 열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사실상 폐선상태인 항동철길(경기화학선)은 폐선을 활용한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폐철도는 관광지로도 변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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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오천역 주변을 공원화하고 협궤열차, 협궤선로 등으로 조성한다면 거주민들의 복지를 향상해주고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협궤철도 공원을 통해 지역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또한 어르신들에게는 수려선에 대한 추억을 선사하고, 신세대들에게는 수려선에 대해서는 물론 식민지 시대의 아픔에 대해서 교육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즉 오천역 일대를 수려선 관광지로 만드는 방법이다. 최근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이나 서울 구로구 항동 철길, 중앙선 구 능내역 같이 폐선, 폐역을 통해 관광지로 성공한 사례를 봤을 때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다.

오천역은 수려선의 마지막 흔적이자 추억과 아픔이 공존해있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현재 남아있는 건물을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 단순히 개발로 인하여 그 가치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지자체는 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검토하여 역사의 산물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태그:#수려선, #오천역, #협궤철도, #간이역,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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