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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햅쌀, 배추, 무, 고구마로 지은 따끈한 밥상. 배추된장국, 김장김치와 묵은 총각무, 찐 고구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 시골 농민의 소박한 밥상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햅쌀, 배추, 무, 고구마로 지은 따끈한 밥상. 배추된장국, 김장김치와 묵은 총각무, 찐 고구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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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바라보고 사는 시골 농부가 지난 며칠 소란하고 어수선한 서울을 떠돌았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산골 집으로 돌아와 밥상을 마주합니다. 배추된장국에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햅쌀로 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말았습니다. 지난해 담았지만 여전히 아삭한 총각무 김치, 갓 담근 햇김장 배추김치, 밥솥에서 쌀 위에 놓고 익힌 호박 고구마까지 올렸습니다.

이 소박한 밥상은 도시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의 유명 요리사가 만든 요리보다도,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일류 한정식보다도 건강하고 맛있습니다. 또한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쌀, 콩, 배추, 총각무, 고구마로 만든 음식이니 이 밥상에 차려진 음식의 푸드 마일리지가 1km도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쌀시장 완전 개방을 하고 올해 하지 않아도 되는 밥쌀까지 수입하여 우리 농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쌀농사가 망하고 나면 우리 농업 전체가 죽습니다. 이제는 벼랑 끝까지 내몰려 한발만 더 뒤로 내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을 신세입니다.

지난 11월 14일 전남 보성에 사시는 가톨릭농민회 백남기 선생께서 전국의 2만 농민과 함께 상경하여 밥쌀 수입반대를 외쳤습니다. 그러던 그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죽음의 낭떠러지에 서신 것은 우리 농업과 농민의 비참한 현실을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백남기 선생은 30여 년 동안 농사짓고 농민운동 하면서 평생의 바람이던 농사꾼이 마음 편히 농사짓는 세상을 요구하러 칠순의 나이에 서울로 향했습니다. 정부는 늙은 농민에게 고압 물대포로 화답했지요. 이것보다 정부와 농민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있을까요?

우리 농민과 농업을 다 죽이고 나면 그다음에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전 세계에서 들어온 별의별 수입농산물로 요즘 인기 있는 먹방, 쿡방에 나오는 쉐프님들이 가르쳐 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참인가요? 초고령화를 넘어 10년이면 농촌인구가 소멸할 심각한 상황에서 농민들이 머지않아 다 돌아가시고 나면 농촌 마을이 인적없는 폐허가 되기를 우리는 바라는 걸까요?

어둠이 내린 깊은 산골 집에서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고 든 깊은 상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유문철 시민기자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후 가톨릭농민회에 가입하여 서울대병원 농성과 후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유기농 햅쌀, #백남기, #밥쌀 수입, #수입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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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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