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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초구청이 백혈병 유족 등의 노숙 농성 73일째던 지난 27일 오후 3시쯤 농성장을 철거하자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현수막 위에 누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뜯겨진 현수막에 있는 사진이 남편 고 황민웅씨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초구청이 백혈병 유족 등의 노숙 농성 73일째던 지난 27일 오후 3시쯤 농성장을 철거하자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현수막 위에 누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뜯겨진 현수막에 있는 사진이 남편 고 황민웅씨다.
ⓒ 삼성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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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 정애정 간사와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등 3명이, 삼성 측의 일방적인 보상위원회 발족에 항의하며 진행해온 삼성본관 앞 노숙농성장을 경찰과 관할 구청이 철거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초구청은 노숙 농성 73일째던 지난 27일 오후 3시쯤 100여 명의 인원을 동원해 삼성본관 앞 인도에 마련된 비닐천막과 바닥 깔개로 사용하던 스티로폼 등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는 "남편의 영정 현수막을 커터칼로 훼손하는 것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뜯겨 땅바닥에 버려진 현수막 위에 누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과 서초구청, 삼성 본관 앞 농성장 왜 철거했나

삼성일반노조에 따르면, 삼성본관 앞 집회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고, 이번 농성은 지난 9월 9일부터 시작됐다. 24시간 농성은 관할 서초경찰서에 한 달 단위로 집회신고를 한 후 진행되고 있다.

경찰과 구청 측은 언론을 통해 "이번 철거는 신고된 인도를 벗어나 도로를 침범하고, 신고되지 않은 비닐과 스티로폼 등이 있어 실시된 것"이라며 "24시간 농성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노숙 농성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하고, 집회에 직접 필요한 물품 이외에는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성본관 앞 노숙농성 집회신고를 하면 차도는 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이 부분(인도와 차도 사이)에 삼성 측이 나무를 심어 (보행자들이 농성장을 보기 어렵게) 시야를 가리고 있다"며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집회에서도 차량은 차도에 세우고 집회를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백혈병 피해 유족 등 3명이 추위를 면하기 위해 준비한 비닐 한 장과 스티로폼 몇 장을 가져가는데 100여 명의 인원과 트럭 3대가 동원됐다는 것은 과잉충성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4시간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정애정씨는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지난 2004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10개월 동안 투병하다 2005년 7월 숨진 고 황민웅씨의 아내다.

정애정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 23일 "삼성전자가 1천억 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 법인이 주체가 되어 해결책을 실행하라"는 권고안을 낸 후 삼성 측이 지난달 9월 초 '보상위원회'를 발족하자 "삼성 측이 당사자 협상의 기본원칙을 깨고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며 사과와 피해자 요구안 수용을 요구하며 삼성일반노조와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노숙농성장은 생생한 투쟁 현장, 유족 탄압 반인륜적"

27일 농성장이 철거된 후 같은 농성장이 서울 삼성본관 앞에 다시 꾸려져 있다.
 27일 농성장이 철거된 후 같은 농성장이 서울 삼성본관 앞에 다시 꾸려져 있다.
ⓒ 삼성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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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일반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집회신고 후 정당하게 농성중이던 삼성백혈병 유족을 직접적으로 탄압하는 반인륜적인 작태"라며 "추위를 막고자 비닐 한 장 덮고 있는 백혈병유족의 노숙농성장을 폭력적으로 강제철거한 삼성자본의 만행은 더 큰 사회적인 비난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본관 노숙농성장은 이 시대의 화두인 삼성백혈병문제에 대한 시대의 양심을 상징하며 반노동 반사회적인 작태를 고발하고 규탄하는, 사망노동자와 피해자를 위한 생생한 투쟁의 현장"이라면서 "하지만 서초서와 서초구청은 삼성이 민원을 제시했다고 순식간에 짓밟고 강제철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석달이 되도록 백혈병사망노동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남편의 영정사진을 안고 절규하듯 24시간 노숙농성과 시위하는 백혈병 유족의 목소리와 모습을 외면했다"며 "한 술 더 떠서 폭력적으로 노숙농성장을 짓밟는 반노동 반사회적인 작태는 유족의 원성과 분노에 기름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 권오현 사장이 1년 전 대국민 사과와 약속을 한 삼성반도체백혈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이 유족의 노숙농성장 비닐 천막을 강제 철거하는 것인가"고 되묻고 "삼성전자가 삼성백혈병 해결대책 내놓을 때까지 불사조가 되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애정씨와 삼성일반노조는 농성장이 철거된 후 현재 같은 천막을 차리고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태그:#삼성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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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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