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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폭격기 격추 사태 이후 터키의 시리아 테러세력 지원의혹이 국제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간 이런 의혹들을 보도했던 터키 언론인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야당은 물론 터키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 AFP 등 복수의 외신들은 지난 27일 터키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3천여 명의 시민들이 터키 정보당국의 무기밀반출의혹을 보도한 언론인들이 전날인 26일 전격 구속된데 대해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26일 터키일간지 <줌후리엣(Cumhuriyet)>의 칸 뒨다(Can Dundar) 편집장과 에르뎀 귈(Erdem Gul) 앙카라 지국장은 간첩죄, 국가반역죄, 테러선동죄 혐의로 체포된 후 법원의 명령에 의해 구속되었다.

구속사실이 알려진 후 다음날인 27일 지지자들은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의 줌후리엣 사옥 앞에서 터키정부가 이슬람국가(IS)로의 무기밀반출 스캔들을 은폐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언론의 암흑일'이라는 1면 헤드라인이 적힌 줌후리엣 금요일자 신문을 들고 "어깨를 걸고 파시즘에 맞서자", "자유언론을 침묵시킬 수 없다", "살인자 에르도안" 등의 구호를 외쳤다.

로이터는 이날 시위에 참여한 야당의원들과의 인터뷰 내용도 보도했다. 터키 제1야당인 민중공화당(CHP)의 우트쿠 카키로제르(Utku Cakirozer) 부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저널리즘이 재판에 회부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으며, 터키언론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쿠르드민중민주당(HDP)의 피겐 유세크다(Figen Yuksekdag) 공동대표 역시 "언론윤리를 준수하며 저널리즘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정부비판 언론들이 위협과 공격을 받고 있다, 무기밀매 트럭들에 연루된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이 음침한 공작은 지금도 앞으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비난했다.

'무기 밀반출 보도'에 터키 대통령 "값비싼 대가 치를 것"

현지시각 27일 터키경찰이 언론인 구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에게 최루액을 분사하고 있다. (출처: 러시아티브, RT 유튜브)

지난 5월 <줌후리엣>은 지난 2014년 1월 터키 정보부(MIT)가 시리아에 무기 밀반출을 시도하다 지방경찰에 발각되었다는 기사를 여러차례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사는 당시 시리아 국경인근 지방경찰이 무기를 싣고 가던 트럭대열을 검문하면서 채증한 사진과 함께 이 트럭들이 시리아내 무장세력들에게 전달할 포탄 2천여 개, 기관총 탄약 5만 발, 중기관총 탄약 3만 발 등을 싣고 있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터키정부는 기사와 관련된 모든 혐의를 부정하면서, 이 트럭들은 시리아의 투르크족에게 전달할 인도주의 구호물자를 수송하던 차량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기사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줌후리엣>의 뒨다 편집장과 귈 지국장은 지난 목요일 체포되어 이스탄불 구치소로 호송되었다. 이번 체포는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들이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했다며 형사고발을 하면서 이루어진 조치이다.

한편 다른 터키 언론사인 <투데이스 자만(Today's Zaman)>은 27일자 기사에서, 전날 이스탄불 법원에 도착한 칸 뒨다 편집장으로부터 "정부가 자신이 자행한 범죄를 은폐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이 우리를 간첩, 국가반역자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간첩도 반역자도 영웅도 아니며 다만 언론인일 뿐이다"는 인터뷰내용을 실었다. 투데이스 자만은 이들이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는 러시아 티브이(RT)와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의 통치하에 터키의 언론자유가 탄압받고 있으며, 수많은 언론인들이 정부의 부패와 감시에 대한 보도를 하려면 구속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는 이에 더해 여러 건의 유튜브와 트위터를 차단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터키신문인 <하베르다(Haberdar)>의 사이드 세파(Said Sefa) 편집장은 외신인 러시아티브이(RT)에 "우리 언론인들은 더 이상 취재를 할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고 있지만, 우리는 소문을 확인할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소속인 메흐멧 에데보글루(Mehmet Edeboglu) 의원도 러시아 티브이(R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이 터키에서는 완벽하게 축소, 왜곡 보도될 수 있다, 이는 언론에 대한 탄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당이나 언론사가 정부를 비판하거나, 얼마전 일어난 러시아제트기 격추사태에 대해 언급하면 곧바로 국가반역죄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정부의 러시아 폭격기 격추, 시리아 테러조직과의 무기 및 석유 밀매의혹에 이어 이를 보도한 언론인의 구속사태까지 불거지면서, IS와의 전쟁에 공조해야 하는 국제사회가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태그:#터키 무기밀반출보도 언론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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