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외야수 이진영이 2015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kt 위즈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이번 2차 드래프트를 통틀어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이진영은 자타공인 KBO를 대표하는 외야수 중 한 명이다. 통산 타율이 3할대(0.303, 6059타수 1836안타)에 이르며 154홈런 837타점을 기록한 정상급 교타자다. 여기에 당대 최고수준의 수비력까지 갖춰 여러 차례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공수 겸장의 선수다.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여러 차례 뛰어난 활약을 펼쳐 '국민 우익수'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또한 이진영은 이번 KT행을 통하여 선수경력이 '번호 대이동'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게 됐다. 1999년 쌍방울에서 데뷔한 이진영은 이듬해 SK를 거쳐 LG 그리고 KT까지 유명 통신사를 보유한 대기업 구단의 유니폼만 세 번을 번갈아가며 입게 됐다. 우연치고는 기묘한 인연이다.

사실 이진영이 LG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야구계에 파다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결과가 나올때까지도 설마하며 반신반의했다. 그만큼 이진영은 LG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선수였다.

LG는 2008시즌을 마치고 SK에서 FA가 된 이진영을 영입했다. 2012시즌을 마치고 LG와 두 번째 장기(4년) 계약을 맺었다. 무려 7년 동안 LG에서 활약하며 타율 3할 이상을 넘긴 시즌만 5차례였다. 2012년과 2013년에는 LG가 오랜 암흑기를 극복하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2년 연속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형 FA의 무덤'으로 악명높던 LG에서 정성훈(음주파문이 나기 전까지)과 함께 드물게 성공한 FA 영입의 모범사례로 꼽히던 선수가 바로 이진영이었다.

물론 지난 시즌에는 부진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103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할 5푼 6리에 9홈런 39타점에 그친 것은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LG도 지난 시즌 9위에 그치며 저조한 성적을 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하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가 선뜻 이진영을 풀어준 것은 납득이 되지않는다. 이진영이 비록 나이가 들고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수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원이다. 설사 이진영을 내보내는 자체는 부득이했다고 해도 별다른 대안이나 보상없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방식도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대목이다. 이진영같은 선수가 풀리면 어느 팀에서든 탐을 낼만한 자원이라는 것은 LG도 충분히 파악했을 대목이다.

비록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체자원들이 성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검증된 베테랑 선수를 내보내고 젊은 선수들만 중용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격이 맞는 선수들과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것도 아니고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제외를 통하여 내보낸 방식은 LG로서는 검증된 선수 한 명을 헐값에 퍼준 것이나 다름없다.

LG가 이진영을 내보낸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탈지 효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LG 팬들이 가장 끔찍히도 싫어하는 징크스로 꼽히는 탈쥐효과는, 유독 LG를 떠난 선수들이 다른 팀에만 가면 펄펄 나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예, 박병호-김상현-김태군-김재현-서건창 등) 이와 반대되는 표현으로 다른 팀에서 그렇게 잘하다가 LG만 오면 한없이 부진에 빠지는 선수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입지 효과'(진필중-홍현우-박명환 등)도 있다.

비록 이진영은 LG에서 실패하여 떠나는 케이스는 아니지만, 마지막 시즌에 부진했고 팀에 오랫동안 공헌했음에도 석연찮게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KT에서는 부상만 아니라면 이진영이 중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더구나 이진영은 2016시즌을 마치고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된다. 이진영이 꾸준한 출전기회와 FA에 대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맹활약을 펼치게 된다면 또다른 '탈지효과의 수혜자'로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과연 이진영과 LG의 결별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해피엔딩이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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