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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멧돼지 관련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농작물에 피해를 줬다거나 도심에 나왔다가 사살당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한 등산객이 멧돼지에 물려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멧돼지는 사람 사는 곳에 왜 나타날까? 천적이 없어 개체 수는 증가하는데 각종 개발로 서식지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영역다툼에서 밀려나면 다른 곳에서 먹이를 찾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이 도토리 같은 먹이를 가져가기도 한다. 한국에서 멧돼지가 살기는 만만치 않다. 우리가 공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자연이 성난 멧돼지를 보낸 것 같아 씁쓸해진다.

그렇다면 멧돼지와 사람은 함께 살 수 없는 걸까. 나는 그 답을 인도에서 찾고 싶다. 나는 구르가온(Gurgaon)에 사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 정도 된다. 인도에서는 그래도 현대화된 도시인데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매일 멧돼지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멧돼지가 옆에 있어도 무서워하거나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무관심하다. 멧돼지는 먹이를 찾아 다니고 사람은 제 갈 길을 간다. 사람이 멧돼지에게 일부러 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서로 안전하다.

인도 구르가온에 있는 회사 앞 도로변에서 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멧돼지
▲ 거리 주변에 있는 멧돼지 인도 구르가온에 있는 회사 앞 도로변에서 개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멧돼지
ⓒ 최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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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소나 원숭이 같은 동물을 받드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인도 사람이 동물을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집이나 회사 근처 풀밭에 멧돼지가 와도 먹이를 먹게 놔두고 운전하는데 멧돼지가 길을 건너려고 하면 기다려 준다.

멧돼지는 지구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동반자지 없어져야 할 존재는 아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인도사람은 멧돼지와 함께 잘 살고 있다. 멧돼지 입장에서 인도는 한국보다 훨씬 살기 좋은 나라인 셈이다.


태그:#인도,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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