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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KTX승무지부 조합원들과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고법은 이날 열린 철도노조 오미선 전 KTX승무지부장 등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철도노조 KTX승무지부 조합원들과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고법은 이날 열린 철도노조 오미선 전 KTX승무지부장 등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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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누군가에게 결과를 전하는 김승하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 KTX열차승무지부(아래 KTX노조) 지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주변에 선 동료들은 말없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27일 오후 2시 7분, 서울고등법원 306호 법정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주문을 막 듣고 나온 뒤였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신광렬)는 KTX승무원 34명이 자신들은 한국철도공사 소속이라며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파기환송심을 끝맺었다. 결론은 원고 패소. 지난 2월 26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에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판결이었다.

'KTX 승무원은 불법파견' 하급심 판단 뒤집은 대법원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KTX 승무원 조합원과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부당판결을 규탄하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 아이 안고 다시 거리로 나온 KTX 승무원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KTX 승무원 조합원과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부당판결을 규탄하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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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선 전 KTX노조 지부장 등은 2004년 철도공사가 KTX 고객서비스업무를 위탁한 홍익회와 기간제로 계약을 맺었다. 그해 12월 홍익회는 승무원들의 고용을 한국철도유통에 넘겼고, 한국철도유통은 2005년말 이들의 계약을 KTX관광레저에 맡기려고 했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KTX 승무원들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해고됐다.

이들은 철도공사가 자신들을 채용해야 하고, 해고 기간 동안 지급 받지 못한 임금도 줘야 한다며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재판장 최승욱 부장판사)과 항소심(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은 승무원들의 근무 환경 등을 볼 때 진짜 고용주는 철도공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국철도유통이 독립적으로 승무원들을 고용·관리했으므로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소속이 아니라고 했다. 또 KTX 운행 관련 업무는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의 안전부분과 승무원들의 승객서비스의 나뉘는데, 승무원들은 화재 등 비상사태가 아니면 승객서비스만 제공하므로 철도공사 쪽 지휘·감독을 받지도 않았다고 봤다(관련 기사 : 'KTX 안전담당은 한 명'... 대법원의 위험한 판결).

1심 승소 후 지급받은 임금까지 도로 반납해야 했다. 1억 원 가까운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한 승무원은 세 살배기 아이를 남긴 채 지난 3월 세상을 등졌다(관련 기사 : 2015년 3월 16일 KTX 해고 승무원이 몸을 던졌다). 그러나 이들의 사연은 법의 판단대상이 아니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그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사건을 심리했고, 27일 승무원들이 아닌 철도공사의 편에 섰다.

선고 후 취재진은 김승하 지부장에게 심경을 물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 뒤 "일반인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그간 재판 진행 상황에서 재판부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 별로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래도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 우리나라 사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눈앞에서 확인한 것 같아서…"라고 말을 잇던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너무 마음이 힘들다, 슬프고. 또 앞으로 결과에 따라 저희들에게 닥칠… 어…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 사실 고민도 되고요… 휴, 예상은 했는데… 하아… 그래도 눈앞에서 보니까 정말 힘드네요."

"법으로는 끝났지만... 앞으로 먼 길 될 것 같지만..."

KTX 여승무원들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재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006년 9월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뒤, 몸에 쇠사슬을 묶고 국회진출을 시도했다. 몸에 쇠사슬을 묶고 국회 진출을 시도하던 KTX 여승무원들이 경찰에 가로 막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KTX 여승무원들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재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006년 9월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뒤, 몸에 쇠사슬을 묶고 국회진출을 시도했다. 몸에 쇠사슬을 묶고 국회 진출을 시도하던 KTX 여승무원들이 경찰에 가로 막히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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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최종 결론이 나온 것과 다름없어 또 다시 소송을 대법원으로 가져가는 일도 쉽지 않다. 김 지부장은 "변호사와 논의하긴 해야 하는데, 예전에 '혹시 패소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며 "상고가 의미 없다고 해서 아마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파업했을 때랑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이제는 저희가 싸워서, 철도공사와 협상을 이뤄내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음… 법으로는 끝났지만, 다시 정말…"

김 지부장은 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 저희가 열심히 해서 현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 앞으로도 많이 먼 길이 될 것 같긴 한데요…"

한숨은 멈추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음… 힘들지만… 저희뿐만 아니라 요즘에 너무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같은 서비스업종에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많은데 저희가 안 좋은 선례가 된 것 같아서, 앞으로 (다른 노동자들도) 이런 힘든 일을 겪을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눈가가 살짝 젖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눈물을 삼켰던 김 지부장은 "그래서라도 저희가 끝까지 싸워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KTX승무원, #부당해고, #불법파견,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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