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신을 확인한 순간, 엄마들은 수많은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뱃속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심장은 뛰는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때 보통 택하는 방법은 ‘포털 검색’.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등을 방문해 질문하고, 답변을 본 후 위안을 얻는다. 혹은 더 큰 걱정에 짓눌려 그 길로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 정보가 모두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은 오히려 엄마와 태아에게 수많은 제약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제 막 임신을 확인한 기자가 <임신, 팩트체크>를 시작해 보려 한다. [편집자말]
임신 초기, 일주일이 멀다 하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아기집도 잘 자리 잡았고, 아가도, 먹이 주머니도 잘 있고, 심장도 힘차게 뛴다고. 이 말이 듣고 싶어서였죠. 매주 만나는 우리 부부를 보며 선생님은 으레 "아기 보고 싶어서 오셨어요?" 하며, 초음파를 해주셨죠. 

압니다. 이렇게 유난 떨 필요 없다는 거. 하지만 어쩝니까. 아가가 뱃속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매일 엄습하고, 쿵떡쿵떡 뛰는 아가 심장 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는 걸요. 사실 일주일도 꾹꾹 참고 또 참은 결과였습니다. 초음파를 받고 돌아서면 이틀 뒤부터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거든요.

초음파로 자주자주 아가를 확인하고 싶은 건, 저뿐만이 아닌 듯 합니다. 임신 출산 커뮤니티에 숱하게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초음파 자주 봐도 되나요?"입니다. 이제 임신 10주차를 맞이한 제 지인도 묻더군요.

"남편 삼촌이 이과 쪽 박사인데 초음파 자주 하지 말라고 했대. 초음파 자주 하면 안 좋아?"

네, 그래서 제가 알아보았습니다. 

초음파 하면 아기가 눈부셔 한다고요?

태아 초음파
 태아 초음파
ⓒ pixabay.com

관련사진보기


초음파를 자주 해도 되는지 묻는 예비 엄마의 질문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또 다른 예비 엄마들의 답변이 있습니다.

"초음파를 하면 아가가 눈부셔 해서 스트레스 받는다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초음파를 한다고 태아가 눈부실 일은 없습니다.

초음파라 함은, 가청주파수 20kHz보다 커서 사람이 청각을 이용해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뜻합니다. 초음파 검사는 인체 내부로 초음파를 보낸 다음 반사되는 초음파를 영상화 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서울대학병원 의학정보).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음파를 이용해 일종의 태아 그림자를 보는 검사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태아가 눈이 부실 일은 없겠죠.

사실, 초음파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은 눈부심이 아니라 자궁 내 온도상승입니다. 초음파도 에너지의 일종이어서 높은 용량을 장시간 쪼이게 되면 열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고열이 태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신경관 결손 및 신경발달장애입니다.

박중신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2008년 발표한 논문에서 "포유류의 동물실험에서 고열에 의한 기형 유발효과가 보고되었고 인간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측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현재까지 진단적 초음파에 의해 발생한 태아 기형이나 발달장애가 입증된 적은 없다"라며 "이론적 위험성 때문에 의학적 목적의 초음파 검사를 주저할 필요는 없으며 검사의 유익성이 이론적 유해성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결론 맺었습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007년 초음파의 안정성이 이슈가 되자 "일반 초음파 검사로는 50시간 지속해도 신체 온도를 1.5℃ 올리기 힘들고 신체 온도가 정상범위에서 2℃ 이상 오르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건 초음파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초음파는 태아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인 셈이죠. 다만, 의학적 목적이 아니라 호기심이나 단순 기념용 촬영은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2년 이후,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기념 목적으로 초음파 촬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박중신 교수도 "비의학적 목적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임신 기간 중 초음파, 몇 번이 적당할까

그럼 임신 기간 중 초음파는 몇 번이 적당할까요?

고경심 메이산부인과 원장은 "아직까지는 초음파 검사가 해롭지 않다는 보고가 대부분이어서 임신 기간 중 몇 번이 적당한지에 대한 규칙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내 아이 초음파 사진 알고 보자!
초음파 사진은 암호문 같습니다. 뜻을 알 수 없는 영어와 숫자가 가득하거든요. 그동안 이게 무슨 뜻일까 싶으면서도 제대로 훑어보질 않았는데요. 복잡한 초음파 용어 정리해 봤습니다.

BPD : 태아 머리 둘레 (지름. 주수에 따른 평균크기를 바탕으로 체중을 추정하고 발육 체크)
FL : 태아 허벅지 길이 (BPD와 함께 성장 상태를 알 수 있는 기준)
AC : 태아 복부 둘레 (태아 발육 정도를 체크하는 기준)
CRL : 태아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길이
GA : 소견상의 임신 주수. W는 주수 D는 날짜.
EDD : GA를 통해 산출하는 출산 예정일.
HR : 태아 심장 박동수 (태아의 맥박은 어른보다 2배 정도 빠르다. 보통 120~150 수준)
EFW : BPD, AC, FL 측정값을 태아의 평균수치에 대입해 산출한 태아의 추정 체중.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산전 진찰기간 동안 일반초음파 3회, 입체초음파 1회, 태아심장초음파 1회를 권고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건 말 그대로 '권고'일 뿐 산부인과가 따라야 할 수칙은 아닙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임산부의 초음파 평균 촬영 횟수는 10.7회(2008년 통계)라고 합니다.

의료 선진국은 대부분 3회 미만으로 초음파를 본다고 하니, 우리나라 산모가 유달리 초음파를 많이 보는 건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병원 문턱이 낮은 것도 큰 이유입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는 "미국이나 영국은 초음파 진료 예약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미국의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돼서 초음파 1회에 20만~30만 원을 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당장 초음파가 보고 싶으면 산부인과 어딜 가도 상관이 없다, 보험 적용이 안 돼도 4~5만 원이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는 산모들이 기형을 우려하는 마음에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매월 1회 이상 하는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신 기간 중 태아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초음파 밖에 없으니 더욱 그러할 테죠. 결론적으로 초음파 검사는 태아에 유해하진 않지만 특별한 의학적 상황이 없는 한 자주해야 할 이유 역시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저는 앞으로 병원에서 오라고 할 때만 손꼽아 기다려서 아이 얼굴 보고 오렵니다. 그만 불안해하고 잘 자라겠거니, 믿어보려고요.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임신, #초음파 , #팩트체크, #초음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