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옛날 홍길동이 떠오를 정도로 손흥민의 공격적 재능이 매 경기 빛나고 있다. 웬만해서 그를 막기 힘들 정도로 몸놀림이 눈부시다. 덕분에 토트넘 홋스퍼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첼시 FC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생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있는 토피그 바흐라모프 리퍼블리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J조 5차전 카라바흐 FK(아제르바이잔)와의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도움), 케인(결승골)'의 단짝 활약에 힘입어 1-0으로 이겨 32강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의 왼발과 머리 빛나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아 포체티노 감독이 리빌딩한 팀을 의심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리그 5라운드에 이르러서야 겨우 첫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독은 젊고 재능있는 멤버들을 믿고 기다리며 꾸준히 중용한 덕분에 지금 경쾌한 조직력을 맘껏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토트넘에게 정규리그 말고도 또 다른 상승세의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유로파리그다. 프리미어리그의 강호들보다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모자란 팀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먼 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상 결코 팀 컨디션을 최고로 유지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J조 단독 선두를 지켜내면서 32강에 이름을 당당히 올려놓았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이번 원정 경기가 그 정점이었다. 그 중심에 한국 국가대표의 에이스 손흥민도 단단히 한몫을 해냈다. 특히, 최근에 손흥민이 올린 공격 포인트 중에서 도움 기록이 눈에 띈다. 40일이 넘도록 발바닥 부상에 시달렸던 그가 축구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는 쪽으로 해석해도 괜찮을 정도다.

손흥민은 64분에 자신의 가치를 먼저 뽐냈다. 공격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맞고 나온 공을 잡아서 반 박자 빠른 왼발 중거리슛을 통렬하게 날렸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카라바흐 골키퍼 세히치의 손끝을 스치며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린 것이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손흥민의 공격적 위력은 충분히 뽐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78분에 손흥민이 활짝 웃었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에릭센이 올려준 짧은 킥을 이마로 돌려서 골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 골잡이 해리 케인을 빛낸 것이다. 결승골의 주인공 해리 케인은 손흥민을 번쩍 안아올리며 그들의 찰떡 호흡과 조직력을 맘껏 자랑했다.

11월의 사나이 손흥민, 챔피언 첼시 기다려!

멋진 호흡으로 결승골의 주역이 된 손흥민은 2분 뒤에 카메룬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클린턴 은지가 들어오면서 벤치로 물러났다.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배려의 교체 지시였다. 포체티노 감독이 이틀 뒤에 열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기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 경기는 바로 첼시 FC와의 프리미어리그 런던 더비 매치다. 오는 일요일(29일) 오후 9시(한국 시각) 토트넘의 홈 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리는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맞대결이 토트넘 홋스퍼의 상위권 진출 가능성을 두드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팬들이 설레고 있다.

맨유와의 정규리그 개막전 0-1 패배 이후 12경기 무패(6승 6무) 기록을 기분 좋게 이어가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5위 24점, 6승 6무 1패 24득점 11실점)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첼시 FC(15위 14점, 4승 2무 7패 17득점 23실점) 수비수들을 얼마나 신나게 흔들어놓을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여기에 최근 6경기 연속골(9득점) 기록을 세우며 득점 감각을 완전히 회복한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 첼시의 흔들리는 뒷문을 겨누고 있다. 특히, 손흥민은 부상 복귀 이후 여섯 경기(A매치 2경기 포함)를 치르며 모두 7개의 공격 포인트(2득점 5도움)를 거침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도움 기록이 눈에 띈다. 지난 11월 6일 RSC 안더레흐트(벨기에)와의 유로파리그 홈 경기 59분에 교체 선수로 들어와 부상 완쾌 후 복귀전을 치른 손흥민은 바로 그 경기에서 87분에 동료 무사 뎀벨레의 기막힌 중거리슛 결승골을 도우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리고 12일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홈 경기에서도 63분에 황의조 대신 들어가서 추가골 2개를 깔끔하게 도왔다. 그 덕분에 한국 국가대표도 연승 기록을 바꿔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손승민은 지난 23일 오전 1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도 83분에 절친 카일 워커의 쐐기골을 도왔다. 시야도 넓어졌고 욕심을 비우고 동료를 더 빛내는 팀 플레이에 눈을 확실히 뜬 셈이다.

국가대표 A매치를 포함하여 최근 4경기에서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을 쌓고 있는 손흥민에 대한 기대는 11월의 끝자락에 열리는 첼시 FC와의 라이벌 매치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뛴 11월의 다섯 경기 기록이 5승 1무(토트넘 롯스퍼 3승 1무, 한국 국가대표 2승)에 이르고 있으니 화룡점정의 주인공이 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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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2016 UEFA 유로파리그 J조 5차전 결과(27일 오전 3시, 아제르바이잔 바쿠)

★ 카라바흐 FK 0-1 토트넘 홋스퍼 [득점 : 해리 케인(78분,도움-손흥민)]

◇ J조 현재 순위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10점 3승 1무 1패 8득점 5실점 +3
RSC 안더헤흐트(벨기에) 7점 2승 1무 2패 6득점 5실점 +1
AS 모나코(프랑스) 6점 1승 3무 1패 4득점 5실점 -1
카라바흐 FK(아제르바이잔) 4점 1승 1무 3패 3득넘 6실점 -3
축구 손흥민 토트넘 홋스퍼 유로파리그 첼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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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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