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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법무부 브리핑 룸에서 도심 내 불법 폭력집회에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법무부 브리핑 룸에서 도심 내 불법 폭력집회에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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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앞두고 또 다시 '엄정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 흔들기에 나선 듯한 정부의 모습을 두고 반헌법·반민주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7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또 한 번 "불법 폭력 시위는 국민과 법치에 대한 중대하고 명백한 도전"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정부가 담화를 내놓는 것은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전날에 이어 두 번째다(관련 기사 : 5개 부처 '엄포', 시위도 안했는데 '불법·폭력세력').

국민에게 자꾸 '경고' 날리는 정부

이번 담화 역시 12월 5일 열리는 민중총궐기 2차 집회를 앞두고 정부가 보내는 엄포성 메시지였다.

김 장관은 "얼마 전 도심 내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단체가 2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날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나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현장을 보면 법치국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잘못된 관행을 끊어낼 것"이라며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위에는 국민의 이름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조계사로 은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두고 "명백히 죄를 짓고 일체의 법집행을 거부한 채 종교시설로 숨어들어가 국민을 선동하고 불법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법치 파괴의 전형"이라며 비난했다. 또 복면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라도 양형 기준을 높여 불법·폭력행위자들을 엄하게 처벌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경찰도 민중총궐기 2차 집회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2차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주최단체와 목적, 내용을 검토해 금지 통고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집회나 시위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고만 하면 주최할 수 있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는 몇 가지 예외를 뒀다. 경찰은 이 가운데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한 조항을 근거로 보고 있다.

강 청장은 "1차 집회처럼 (주최 쪽이) '투쟁하자, 세상을 뒤엎자'는 구호와 '쇠파이프 등 시위용품을 준비해오라'고 한다면 불법 시위로 변질할 우려가 크다"며 "집회 신고를 낸 단체의 준법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됐는데... 헌법 무시하는 것"

정부가 집회가 열리기도 전에 거듭 참가자들을 향해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헌법이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완전히 부정하는 위헌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부 태도는 집회 자체를, 국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를 싫다는 표현"이라며 "민주주의 부정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찰이 '불허 검토' 운운하는 일 역시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 한 교수는 "기본 법리는 신고를 했든 안 했든 집회 자체를 보장해야 하고, 사소한 폭력이나 불법성이 있어도 그것만 제거해야지 집회 자체를 못하게 하면 안 된다"라며 "그런데도 담화나 불허 얘기가 나오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계속 집회에 '폭력' 이미지를 덮어씌워 국민 관심을 그쪽으로만 돌려버리려는 것 같다"며 "정치적 계산 속에 국민의 권리과 헌법은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 전문이다.

"불법과 타협 없어... 잘못된 집회문화 바로잡아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얼마 전 도심 내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단체가 2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날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우리나라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존중되고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우리의 시위 현장을 보면 법치국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별과 세대를 넘어, 이념적 성향을 떠나서, 어떤 국민도 폭력적인 집회・시위를 원하지 않습니다.

불법 폭력시위는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과 '대한민국의 법치'에 대한 중대하고 명백한 도전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단호히 끊어낼 것입니다.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명백히 죄를 짓고도 일체의 법집행을 거부한 채 종교시설로 숨어 들어가 국민을 선동하고 불법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법치 파괴'의 전형입니다. 경건하고 신성한 도량이 범죄자의 은신처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는 수행자나 신도는 없을 것입니다. 떳떳하다면 지금이라도 종교의 방패 뒤에서 걸어나와 재판과 수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며, 조금이나마 죄를 가볍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불법과의 타협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은신해 있는 범죄자의 도피 행각을 돕거나 또 다른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자 역시 끝까지 추적하여 주범과 마찬가지의 책임을 묻겠습니다.

얼굴을 가려 처벌을 면하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할 생각이라면 얼굴을 가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며칠 전 우리 국회에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만, 여러 인권 선진국에서는 이미 불법 집회・시위를 목적으로 한 '복면 착용'을 법률로 엄격히 금지해 오고 있습니다. 불법시위를 주도하거나 선동한 자와 극렬 폭력행위자는 반드시 찾아내어 엄단하겠습니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폭력을 행사한 자에 대해서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이라도 이 시각 이후부터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할 것입니다. 어제 서울고등법원도,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경찰관들을 폭행한 집회 참가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익명성'에 기댄 폭력시위꾼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실형이 선고되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잘못된 집회・시위 문화를 바로잡아야만 합니다. 선진적인 집회・시위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도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민중총궐기, #집회의 자유, #박근혜,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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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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