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17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10회 연장 끝에 밀어내기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사진은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한화 이글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2년간 전력 보강을 위하여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구단이었다. 한화는 지난 2012시즌이 끝난 뒤 에이스 류현진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LA 다저스로 이적시켰고, 포스팅 비용으로 무려 2573만7737달러(약 295억원)를 손에 쥐었다.

그 자금은 모두 지난 2013, 2014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졌다. 정근우(4년 70억 원)와 이용규(4년 67억 원), 권혁(4년 32억 원), 송은범(4년 34억 원), 배영수(3년 21억5000만 원) 등을 영입했다. FA는 아니지만 김성근 감독이나 지난 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에스밀 로저스 등도 팀 재건을 위한 투자의 연속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그동안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하기는 어렵다.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한 첫해 한화는 꼴찌에 그쳤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는 6위로 성적이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컸다. 성과 자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어도 투자 대비 효과를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한화, 올 겨울에도 '돈의 맛' 보여줄까

관건은 올해 한화의 행보다. 2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도 아쉬움을 삼켰던 한화가 다시 한 번 전력보강을 위하여 지갑을 열지 관심사다.

올 시즌에는 총 22명의 선수가 FA를 신청했다. 대부분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로 어느 팀에 가도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받을만하다. 대어급들이 쏟아졌던 지난해 못지않은 선수층이라는 평가다. 더구나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오늘(28일)까지 아직 한 번의 내부 FA 계약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어서 올겨울 '쩐의 전쟁'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도 올해는 외부 영입보다 더 다급한 우선순위가 있다. 바로 부동의 4번타자 김태균이 FA 자격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부 FA였던 이대수(4년 20억 원), 한상훈(4년 13억 원), 박정진(2년 8억 원), 김경언(3년 8억5000만 원) 등의 몸값을 모두 합친 것보다 김태균 한 명을 잡는데 들어갈 비용이 두 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

2012년 국내 유턴 당시 연봉 15억에 한화와 재계약을 맺은 김태균은 4년 연속 KBO 연봉킹의 자리를 지켜왔다. 김태균이 FA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한화가 계약금 없이 연봉으로만 몸값을 보전해준 것.

김태균은 4년 연속 3할 타율 이상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한화 부동의 중심타자로 활약해왔다. 올 시즌에도 주장 완장을 차고 0.316의 타율과 21홈런 104타점으로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팀 타선의 부실과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 때문에 명성에 비하면 홈런과 타점 기록이 다소 저조했던 것도 사실. 이 점은 한화의 부진한 팀성적과 맞물려 유독 김태균이 저평가받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태균이 지난 4년간 한화에서 받은 총액은 60억, 연봉만으로는 물론 높지만 요즘 웬만한 FA 대어들이 기본이 4년 70~80억 이상에서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가에서는 오히려 김태균의 몸값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김태균으로서도 이번이 전성기 기량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FA가 될 수도 있는 데다, 그간의 팀공헌도를 감안할 때 기대치가 높을 법하다.

김태균없는 한화는 생각하기 힘들다. 단순히 김태균의 개인성적만이 아니라 앞뒤 타선까지 연결하여 상대 투수들에게 주는 무게감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태균의 활약과 팀 성적과의 연결고리를 감안하면 유독 김태균만 특별대우를 해주기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내년이면 34세가 되는 나이와 최근 잦아진 잔부상도 걸림돌이다.

김태균은 여전히 한화 잔류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분류되지만,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FA 시장에 나와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어 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한화 구단이 김태균의 몸값으로 어느 정도를 감수하느냐에 따라 외부 FA 영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FA인 포수 조인성도 한화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조인성만큼 공수를 겸비하고 꾸준한 포수는 리그에서도 찾기 힘들다. 정범모-허도환 등이 있지만 당장 다음 시즌 성적을 노려야하는 한화로서는 조인성은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FA 시장의 불펜투수 잡아야

하지만 한화가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하여 시급하게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역시 투수다. 한화는 올 시즌 선발투수 부재로 애를 먹었다. 선발자원으로 영입했던 배영수-송은범 등이 모두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한화는 일단 지난 시즌 활약했던 에스밀 로저스-미치 탈보트와 재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 10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맹활약하며 한화 마운드의 에이스로 부상한 로저스는 김태균만큼이나 반드시 잡아야할 선수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쓸만한 선발투수 자원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불펜진에서는 수준급 자원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최대어' 정우람을 비롯해 윤길현, 채병용(이상 SK) 등은 과거 김성근 감독이 SK 시절 중용했던 애제자들이라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시장에만 나온다면 노려볼만한 선수들이다. 여기에 넥센의 마무리로 활약한 손승락도 있다. 지난 시즌 권혁과 박정진, 윤규진에 대한 의존으로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불펜투수 보강이 절실하다. 과연 올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한화의 지갑은 얼마나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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