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독립영화제가 26일 저녁 CGV압구정에서 개막했다.

2015 서울독립영화제가 26일 저녁 CGV압구정에서 개막했다. ⓒ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에 우리의 영화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2015 서울독립영화제가 영화감독 120인의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 사업(이하 예술영화 사업) 거부 선언'과 함께 26일 저녁 7시 CGV 압구정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로 41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진행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한 해를 숨 가쁘게 달려온 국내 영화제들의 마무리를 맡고 있다.

국내 최대의 독립영화 행사지만, 올해는 정치적 압박 속에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고,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사업의 파행 등 독립영화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기에 무거운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독립영화인들의 의지가 하나로 결집되면서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영진위에 대한 공개적인 항의와 함께 박근혜 정권의 영화정책에 강한 경고를 날리는 모양새가 됐다.

영화제의 개막에 맞춰 <만추>의 김태용 감독,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김조광수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경계도시> 홍형숙 감독 등 독립영화 감독 120인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지원 사업을 거부한다"며 "작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의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잘못된 정책 때문에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힘 없고 돈 없으나 가오는 있다"는 개막 선언

 26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과 함께 독립영화진영의 공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6일 저녁 CGV 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과 함께 독립영화진영의 공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성하훈


배우 권해효와 류시현의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에서 개막선언을 위해 단상에 오른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작심한 듯 이날 발표된 독립영화 영화감독들의 거부 선언을 언급했다. 고 이사장은 "정치라는 게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 나가는 일이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어렵고 절박한 사람들인데 이들이 보이콧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함이 더하기 때문이다"라며 "영진위가 이해관계를 잘 조절해 독립영화가 관객들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 이사장은 또한 "민주공화국에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해야 하는 (독립영화) 지원을 정부에 반대하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 영화도 미디어나 언론과 같다고 보기에 세상을 진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 없고 돈은 없지만 가오는 있다"는 말로 독립영화인들의 결의를 나타낸 후, 관객들과 함께 개막을 선언했다.

이어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른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입을 뗐다. 김 위원장은 "우선 공동주최자로서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 뒤 독립영화 진영의 공개 질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휴머니스트로, 문화예술전문가로 살아왔다"고 강조하고 "정치적으로 풀어달라고 했는데 정치인이 아니기에 정치적으로 풀 수 없다"면서 피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관객석에 앉아 있던 <레드 마리아> 경순 감독이 "그럼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묻자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인으로서 인간적인 부분으로 고민하겠다, 다만 공공기관으로서 잘 조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두드리면 문이 열리겠지만, 너무 많이 두드리면 아프다"는 말로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기존에 추진되던 안을 수정 보완했고, 잘못 전달된 부분도 있다"며 거듭 해명했다. "다들 공감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말로 마무리했다. 그는 비교적 길게 답변했지만, 당황하는 내색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종국 영진위 부위원장과 양영철 영진위원도 참석했다.

독립영화감독들의 성명 발표와 개막식에서의 공개질의가 맞물린 것은 1차적으로는 무기력한 영진위를 향하고 있으나, 독립영화를 억압하려는 현 정권에 대해 저항하겠다는 영화인들의 의지도 담겨 있다. 한 독립예술영화관 운영자는 영진위가 강행하고 있는 예술영화 사업과 관련해 "최근 영진위와의 간담회 때 위탁사업자에게 최근 독립영화 본 게 뭐가 있냐고 물어보니 제대로 답변을 못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영진위가 전문성 있는 단체를 선정했다고 했는데, 독립영화도 안보는 위탁사업자가 무슨 전문가냐"면서 "영진위를 배임혐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영화제 수상작 및 세월호 참사 소재 작품 등 알찬 프로그램 돋보여

한편 막이 오른 2015 서울독립영화제는 다양한 색깔의 대표적인 국내외 독립영화 110편을 준비했다. 국내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이 경쟁작이나 초청작들에 대거 포진해 알찬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장편 경쟁에서는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았던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와 부산영화제 넷팩상과 여자배우상 수상작인 <소통과 거짓말>,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인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 등 11편이 상영된다. 특별초청장편은 국내외 영화제 화제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는데, 제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김대현 감독의 <다방의 푸른꿈>,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민병훈 감독의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 작품인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 등 화려하게 구성됐다.

윤솔지 감독의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오멸 감독의 <눈꺼플>, 임상수 감독의 단편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 > 등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로 제천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12월 4일까지 9일간 CGV 압구정과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된다.

서울독립영화제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김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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