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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사이트로 알려진 '소라넷'에 대해 경찰이 사이트 폐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라넷이 '몰카'(몰래카메라)의 온상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어디 그곳뿐일까. 몰카는 화장실, 목욕탕, 모텔, 병원은 물론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도 안심할 수 없을 수준에 이르렀다. 몰카뿐 아니라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찍는 무단 촬영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1천 건에 불과하던 몰카·무단촬영 범죄는 2014년 기준으로 6천 건을 넘어섰다. 이젠 사회문제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몰카는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일까

지난 8월 경찰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간판과 홍보물을 통해 신체의 일부를 몰래 찍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을 알리고 있다.
 지난 8월 경찰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간판과 홍보물을 통해 신체의 일부를 몰래 찍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처벌을 알리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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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다른 사람 몰래 또는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을 하면 모두 형사 처벌해야 마땅할까.

물론 타인의 얼굴이나 신체를 촬영하면 초상권을 침해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민사상 권리이다. 민사의 영역을 넘어서 국가가 개입하는 형사의 영역(범죄행위)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더 엄격하다.

예컨대, 야구장에서 응원곡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치어리더 바로 앞으로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남성의 행동은 어떤가. 꼴불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을 범죄라고 보긴 어렵다. 비슷한 예로, 치마보다 짧은 바지를 입은 걸그룹 공연장에서 망원렌즈로 여가수들의 몸매를 촬영하는 행위는 어떻게 볼 것인가. 여기에 쉽사리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몰카가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남성이 여성을 촬영한 경우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일단, 알몸이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것처럼 명백한 범죄행위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현실에선 애매한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예를 들자면 지하철에 탄 여성의 전신을 우연히 찍거나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성을 멀리서 찍는 경우 등이다.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죄가 되는지는 유심히 따져봐야 한다.

'몰카'나 무단촬영을 처벌하는 근거 조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나온다.

처벌 대상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다. 따라서 성적인 의도가 없는 촬영이라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몰라도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영리를 목적으로 몰카를 인터넷에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 된다. 또한 촬영 당시에는 동의를 얻은 촬영물이라도 사후에 동의를 얻지 않는 상태로 배포하거나 판매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판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몰카 촬영 사건. 실제 재판을 통해 '바람직한' 결론을 탐구해보자. 2개의 사건을 편의상 ① 버스 옆자리 여고생 허벅지 촬영 사건과 ② 길거리 짧은 치마 여성 전신촬영 사건으로 이름을 붙여봤다.

[판결 ①] 버스 옆자리 여고생 허벅지 촬영 사건

마을버스에 오른 중년 남성 이아무개씨는 여고생 박아무개양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박양은 치마 끝이 무릎 위로 올라오는 원피스를 입었는데 좌석에 앉으니 허벅다리까지 드러났다. 그런데 이씨는 갑자기 핸드폰 카메라로 옆자리 박양의 다리를 촬영하였다. 박양이 항의하면서 핸드폰을 뺏으려 하자, 이씨는 "찍지 않았다"고 둘러대면서 박양을 밀치고 때리기까지 했다. 수치심을 느낀 박양은 경찰에 신고했다.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로 법정에 선 이씨는 "잘못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증인으로 출석한 박양은 촬영사실을 똑똑히 보았다고 주장했다.

"판사님, 저는 제 얼굴을 찍으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버스가 흔들려서 저 여학생(박양) 다리가 우연히 찍혔을 뿐입니다. 억울합니다."

"거짓말이에요. 아저씨(이씨)는 제 왼쪽에 앉아서 왼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어요. 자기를 찍는 척 하더니 갑자기 휴대폰을 돌려 제 가슴 높이에서 제 다리쪽을 찍었다고요."

법원은 사진의 형태와 찍힌 각도로 보아 박양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보고 "이씨가 박양의 허벅다리 이하 다리를 노려 의도적으로 촬영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관건은 이씨가 찍은 사진이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사진인지 여부였다.

"허벅지 부각 사진은 성적 수치심 유발" 유죄 판결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법조항과 법원 판례.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법조항과 법원 판례.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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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두 사람이 상당히 밀착된 상황에서 불과 30cm 정도의 거리에서 허벅다리 부분을 정면으로 촬영"한 점에 주목했다. 또한 법원은 "허벅다리 부분만 부각시킨 사진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도록 유포될 수도 있고, 당시 박양이 촬영 사실을 감지하고 핸드폰 카메라를 빼앗으려 하였다"며 성적 의도를 인정했다.

이 사건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노출한 신체라도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로 촬영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신체 중 가슴이나 허벅다리, 엉덩이 등 여성에게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를 강조한 촬영은 유죄를 면하기 어렵다.

이씨는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었던 이씨에게 대법원은 여기서 몰카나 무단촬영 시 범죄가 성립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다.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고려함과 아울러, 당해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 등)

대법원의 설명도 딱 부러지는 건 아니다. "일반적, 평균적 사람들"의 눈으로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결국 판사가 한 건 한 건 유심히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일까. 어쨌거나, 대법원의 기준을 떠올리면서 최근에 판결이 난 2번째 사건으로 넘어가보자.

[판결 ②] 길거리 짧은 치마 여성 전신촬영 사건

몰래카메라가 진화하면서 관련 범죄도 나날이 증가 중이다.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14조에 따라 처벌된다.
 몰래카메라가 진화하면서 관련 범죄도 나날이 증가 중이다.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14조에 따라 처벌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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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무개씨는 지하철 전동차 안이나 승강장, 버스 정류장, 길거리 등에서 여성들을 촬영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여학생 등 주로 젊은 여성들이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어느 날 여성의 뒷모습을 찍던 이씨는 경찰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그의 핸드폰에는 59장의 여성 사진이 담겨있었다.

서울북부지법(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은 10월 22일 이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가 초범인 점을 감안한다면 형이 상당히 세다. 한 달간 수 십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여성의 치마 속이나 허벅지 등을 부각시켜 촬영한 점을 "죄질이 불량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진 59장 중 16장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6장은 교복 치마를 입은 여고생들의 전신사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걸어가는 뒷모습 사진,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서 있는 여성 사진, 버스 승강장에 짧은 하의를 입고 서있는 여성 측면 사진 등이었다. 왜 그랬을까.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재판부는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2008도7007)을 제시한 뒤,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게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전통적으로 유교적 성향이 짙던 우리 사회에서도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거치면서 시스루, 탱크 탑,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여성 패션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반면에 무단 촬영과 관련하여 범죄화 내지 형사분쟁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이동통신기기의 발달로 여성에 대한 무단촬영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는 구별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타인의 신체를 무단촬영 하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고, 예외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경우"만을 처벌한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북부지법 "몰카 처벌 조항 엄격하게 해석해야"

재판부는 "만약 (엄격하게) 제한 해석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개인의 모든 사진이나 영상물이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과 수치감이 든다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으로 인해 범죄화 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적어도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은 촬영 각도나 신체의 특정 부위를 부각하려는 의도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벌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게 보지 않으면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전신은 그 자체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는 극단적 해석까지 가능하다"고 위험성을 경계했다.

재판부는 "일반 시야에서는 평범한 전신이던 것이 영상화되기만 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가 되는 것도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초상권의 문제와 처벌입법의 공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처벌 범위를 확대하여 형사범죄의 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이나 ▲ 얼굴까지 다 나오는 통상적인 시야에 비친 모습의 사진은 처벌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이 사건은 이씨와 검사가 모두 항소하여 현재 서울북부지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가지 법원 판결에 수긍이 가는가. 사실 법률전문가건 일반인이건 어디까지 어떻게 촬영해야 유죄이고, 무죄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확실한 것 2가지는 현행법은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촬영행위만을 처벌하고 있다는 점과 스스로 원해서 노출한 신체를 찍어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삼가자. 형사처벌은 용케 피했더라도 민사 법정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태그:#몰카, #무단촬영, #초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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