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나라> 포스터

<나쁜 나라> 포스터 ⓒ 시네마 달


세월호 가족 등의 요청으로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가 재편집 과정을 거쳐 12월 3일 개봉한다. 영화 <나쁜 나라>는 지난해 6월 5일 진도에서 국회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과 세월호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의 간담회부터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 지난해 11월까지 특별법 제정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 커피숍에서 <나쁜 나라>를 연출한 김진열 감독을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심경은?
"세월호 가족들이 현재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개봉을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그리고 영화를 기다려주신 분들에게는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과 기다려 주신 것에 대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나쁜 나라>를 통해 관객분들이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를 보고, 현재 세월호 가족들이 하는 행동에 함께 동참해주세요. 영화가 시민과 세월호 가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어요."

- 한 차례 개봉이 연기됐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존학생들의 첫 등교장면이 이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학생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 의견을 제작진이 수용하면서 개봉을 잠시 미루고 재편집을 했습니다."

- 재편집한 것에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프롤로그를 바꿨어요. 지난해 6월 5일 국조 특위 위원들이 진도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하고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과 체육관에서 간담회를 하는 장면이거든요.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가족분들이 거리로 나오는 배경이 된, 정치인을 믿고 기다릴 순 없겠다는 판단을 하는데 작용했던 간담회였어요.

당사자인 가족분들 입장에선 아쉬움도 많고 부족함도 많은 작업일 겁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이 있고 저희 마음을 아시기에, 고생했다는 말씀과 이후에도 작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하셨어요. 가족분들은 많은 시민들이 <나쁜 나라>를 통해 세월호를 잊지 않고 함께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세요."

 김진열 감독

김진열 감독 ⓒ 시네마 달


- 그 장면을 프롤로그로 하신 것에 의미가 있을 갔을 것 같아요.
"가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이 영화의 기본 축이에요. 6월 5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첫 활동이 참사현장 방문과 가족 간담회였어요. 국조특위 구성에 대한 여야합의 과정도 가족들이 3일간 국회에 들어가 조속한 여야합의를 요구하고서야 특위가 구성됐잖아요. 간담회에서 여야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가족들이 중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에도 5시간 가까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겪으며 가족들은 정치인만을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신 것 같고, 이후 가족들의 전국순회서명활동과 연결된다는 판단에 프롤로그로 국조특위 활동을 넣게 되었습니다."

- <나쁜 나라>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안산에 계신 분들을 중심으로 시민기록위원회를 구성했고, 거기엔 작가단도 있고 기록보존팀, 사진팀 등이 꾸려졌어요. 저희 영상단도 꾸려지게 되어 세월호에 대해 기록을 할 사람들을 모아서 지난해 5월부터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 1년 6개월 정도 걸렸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잖아요. 작업하며 유가족을 옆에서 지켜보셨을 텐데 어땠나요?
"가족들은 아이를 잃고 참담한 상황이었는데도 의연하게 대처하셨던 것 같아요. 가족들은 자신들이 가진 슬픔보다는 그 슬픔을 넘어서서 아이들 죽음의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것과, 그 다음 단계로 우리나라가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특별법 제정을 이루어 냈습니다. 평범했던 시민들이 특별법이라는 것까지 얻어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가족분들 활동이 저희 입장에서는 고맙죠."

- 제목이 <나쁜 나라>잖아요. 좀 자극적이고 보수층이 공격하기 쉬울 것을 예상하셨을 거예요. 어떤 의미인가요?
"보수층이 공격할 것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어요. 가족분들이 마주한 지난 1년여의 모습이 나쁜 나라였고, 영화 안에서도 '나쁜 나라'라는 이야기들을 하시거든요. 가족들이 마주한 국가의 모습을 제목으로 잡으면 좋겠다 싶어 제목을 <나쁜 나라>로 정했죠."

- 영화에서 가족들의 욕설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던데 의도가 있나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가족들이 처한 상황에서의 반응이었고, 그게 욕설이라고 해도 관객들이 충분히 가족들의 상황에 대해 공감을 하실 거로 생각해 의도적으로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가족들도 크게 불편하다고는 안 하셨어요."

 <나쁜 나라> 한장면

<나쁜 나라> 한장면 ⓒ 시네마달


- 주 내용은 지난해 11월 초반 세월호 특별법까지의 유가족들 이야기인데, 1년이 지난 지금 되짚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선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가족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참사의 진실이 밝혀진 게 하나도 없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진 것도 아니라서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보고 다시 시민들과 가족들이 저희 영화를 매개로 해서 힘을 모아나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 같아요.
"가족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함께 있다보니 가족들과 감정적으로 섞이게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가족들의 상황을 좀 더 담담히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개인적인 부분이나 하는 건 편집하는 거로 조절했어요."

-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가족들에게 저희가 카메라를 들고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어쨌든 저희는 유가족이 아니라서 당사자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교류들이 있는 것이고, 저희는 카메라를 들고 기록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부분이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국회에 들어가실 때 외부 언론 매체하곤 단절되는 상황이었어요. 국회 안에 언론매체가 많이 있기는 했지만, 가족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외부로 전달해주는 매체는 없었어요. 저희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들어간 상황이었지만, 빨리빨리 가족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밖으로 알려내야 하는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저희 제작진 내부에서 역할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가족들 입장에서는 다큐멘터리 작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알려내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저희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 힘들었던 것이죠."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국회를 보거나 방송으로 보면 단식 농성했을 때가 생각나요. 저는 국회에서 같이 노숙하며 보낸 시간이 가족과 좀 더 단단해지고 가족을 좀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 그때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가족들과 있다보면 가족들이 아이들 사진을 자주 보여주세요. 그러면서 아이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주시거든요. 가족들 휴대폰에 저장된 아이 사진을 보면서 아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서로 좀 더 친밀해지고. 유가족이라고 해서 늘 특별법에 관해 이야기만 하진 않으시잖아요. 일상을 같이 보냈어요."

 김진열 감독

김진열 감독 ⓒ 시네마 달


- 촬영과 연출을 같이 하셨던데.
"독립 다큐멘터리 작업자들은 대부분 연출이 촬영을 같이 하거든요. 늘 저희가 해오던 방식이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제가 만약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부분을 촬영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제가 1 대 1로 가족들 하고 카메라를 들고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내밀한 것이 담길 수 있었던 장점은 있었던 것 같아요."

- 배우 문소리씨가 내레이션을 했던데 어땠나요?
"문소리씨 입장에서는 내레이션을 한다는 상황이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거예요. 왜냐면 상황적으로 세월호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했을 때 배우로 받는 타격이 있기 때문에 고민을 하셨을 텐데, 저희가 제안을 드렸을 때 저희 영화를 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레이션이라도 하겠다고 하셨어요. 세월호와 관련해서 문소리씨가 활동을 계속 하고 계셨기 때문에 제안을 한 거죠."

- 영화를 통해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가족들이 피해자이신데, 피해자 스스로가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으로 시작해서,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일련의 성찰 과정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 성찰의 과정들을 저희 영화가 담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유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참사가 일어난 그해에 특별법이 제정된 사례가 처음이거든요. 유가족 활동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오마이뉴스> 독자분들이라면 세월호나 특조위 활동에 관심을 많으실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나쁜 나라>도 봐주시고, 가족들의 활동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시는 등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편집ㅣ이병한 기자


김진열 세월호 나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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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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