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0대 남자가 취직을 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현실에 그건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근데 그런 일도 있다네. 아내와 사별하고 회사에서도 은퇴해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노인네가 어느 신생 회사에서 인턴 사원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을 하지. 그렇게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덜컥 취직을 했다네.

물론 창업자인 30대 CEO 여성은 이 시니어 사원엔 전혀 관심이 없지. 그는 그녀를 열심히 돕고 있는 직장 동료가 필요하다며 뽑은 인턴일 뿐이니까. 온라인으로 패션 아이템을 파는 회사는 창업한 지 1년 반 만에 220명의 직원을 둔 잘 나가는 회사라네. CEO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온라인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는 회사의 특성상 새로 입사한 시니어 인턴은 CEO 입장에서 보면 효용가치가 없는 존재지. 컴퓨터를 다룰 줄 아나, 심지어는 폴더 폰을 사용한다네. 하지만 회사에 어른 공경의 모델로 그냥 놔두는 정도? 그렇게 관심 없이 30대 대표는 바쁜 일상 속에 시니어 인턴의 존재 가치를 못 느낀다네.

70대도 당당히 취직한다

영화 <인턴> 스틸 컷
 영화 <인턴> 스틸 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련사진보기


할리우드 여성 감독 낸시 마이어스가 <사랑은 너무 복잡해>(2010) 이후 다시 한 번 그려낸 여성 코미디 드라마 <인턴>의 내용이라네. 70대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와 30대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냐고? 하하하. 그래. 나중엔 줄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직장동료요, 멘토가 되니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는 거지.

'여성'과 '나이 듦' 그리고 '일'이라는 삼각관계를 이렇게 호탕하게 풀기도 어려울 걸세. 하지만 내가 영화 <인턴> 얘기를 하는 건 영화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네. 자네 왜 취직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자네가 그런 얘기 할 때 난 아직 현역이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네. 자네가 쓴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그랬지 않는가?

"취직을 하고 싶은데. 이런 늙은 일 어디서 받아주겠어?"

자네가 이리 말할 때 난 그저 그 말에 동조할 뿐이었다네. 지금 생각하면 그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이. 지금 우리 나이가 이제 60세 아닌가. 아직 늙은이 취급하면 안 되는 거거든. 그야말로 이 사회가 가장 많이 사용한 베이비부머 세대 아닌가. 부려먹을 땐 언제고 이젠 늙었다고 버리니, 참 씁쓸하지.

자네, 아직 희망이 있다네. 영화에서는 70대가 취직을 한다네. 유쾌한 코미디니까 가능하다고? 물론 그렇지. 하지만 아직 자네는 갓 60세 아닌가. 영화에서 벤이 전직에서의 경험과 인생살이에서 얻은 연륜을 동원하여 슬럼프에 빠진 30대 CEO를 구출한다네. 인생과 가정생활도 조언하고 용기를 잃은 CEO를 일으켜 세우지.

바로 그걸세. 우리 나이는 바로 그걸 할 수 있단 말일세. 영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실의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앤 해서웨이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라네.

"손수건은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캬! 무슨 작업 멘트 같지 않나. 이 느글느글한 유치함이 바로 70대 노익장의 매력인 거지. 요즘 손수건 사용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신세대 CEO에겐 전혀 안 먹힐 멘트인데 그-냥- 먹힌다네. 그러게 유쾌한 코미디인지 모르지. 하지만 이 유치함 속에 우리가 모르는, 혹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인생 연륜이 묻어 있다네. 진짜 어른들만 아는 유치함.

자네에겐 발랄함이나 팍팍 돌아가는 두뇌회전은 없을지 모르지만 그건 있지 않은가. 어른스러움! 삶의 궤적이 밴 너그러움과 유들유들함 말일세. 전직에서의 노하우와 인생의 경험이 무기인 우리 나이 또래는 그걸 이용하면 된다네.

베이비부머, 재취업이 대안이다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장욱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 2015. 11 / 392쪽 / 1만 5000 원)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장욱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 2015. 11 / 392쪽 / 1만 5000 원)
ⓒ 매일경제신문사

관련사진보기

내가 요새 읽은 책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는 자네 같은 나이의 은퇴자가 제2의 인생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네. 저자 장욱희 교수는 15년간 자그마치 4000여 명의 퇴직자를 만나 재취직 컨설턴트를 해준 이 분야 전문가라네. 이 책은 자네가 한 것 같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시작되었네.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정말 있긴 한가요?"

어쩜 자네가 내게 한 말과 똑같은지. 실은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자네가 생각난 걸세.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4년까지 태어난 사람들로 자네 나이또래를 일컫는 말이라네. 700만 명이나 되는데 이미 베이비부머의 퇴직 쓰나미가 시작되었지. 재취업만이 대안이라네. 창업은 실패율이 높고.

"전처럼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고, 자식에게 '올인'한 탓에 따로 모아놓은 자산도 없다. 국가의 복지 시스템도 취약하고, 그간 수명이 늘어나 살아야 할 날은 길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53세 전후에 은퇴해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약 30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한다. 누구에게 손을 벌리겠는가?" -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 49쪽

저자는 재취업의 당위성을 말하며 구체적으로 재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네. '실제 사례'와 '워크시트', '문서 샘플'은 물론, '자기진단'과 식상한 이력서 말고 어필하는 이력서 작성법, 면접에서 중장년층에게 주로 하는 질문과 그 의도, 답변 방법까지 상세히 가르쳐준다네.

일자리가 없다고? 그렇지 않다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340만 개의 일자리가 있고, 이 중 자영업자는 약 290만 명이라고 하네. 이를 빼면 약 45만 개의 일자리가 있는 셈이지. 하지만 여기서도 10인 미만인 소기업이 약 30만 개라니까 은퇴자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일자리는 약 10만 개 정도라네. 자네가 이 10만개 일자리 중 하나를 차지해야 하는 걸세.

우리와 비슷한 또래는 가장 은퇴 준비가 안 된 나이라네. 2012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퇴직 후에도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라네. 다른 말로 하면 은퇴 후 준비를 가장 못 한 나라가 우리나라란 뜻일세. 그러니 어쩌겠나. 다시 취업하는 수밖에.

자네가 "이런 늙은 일 어디서 받아주겠어?"라며 포기했던 재취업, 이젠 도전하길 바라네. 70세에 재취업한 <인턴>의 벤처럼 자네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당당히 전해 보게나. 생각으로 그치지 말고 도전하길 바라네. 내가 응원하겠네. 저자가 말해주는 원칙 몇 가지를 적을 테니 참고하게나.

첫째, 나이 들수록 의미가 커지는 일을 찾으라.
둘째, 그간 자신이 해왔던 분야에서 강점을 최대한 살려라.
셋째,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구직자 자신도 변하라.
넷째,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라.
-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 314~315쪽

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 - 한 권으로 끝내는 4050 재취업 바이블

장욱희 지음, 매일경제신문사(2015)


태그:#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 #장욱희, #베이비붐 세대, #재취업, #은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