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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자들이 적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자들이 적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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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서일까? 아니면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평일 낮 시간이어서일까?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이 안치된 무대 앞쪽은 유가족과 정관계 인사들, 주한외교관으로 거의 빈 자리없이 채워졌다. 그러나 그 뒤편 '유족 관련 단체석'부터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이더니 일반 추모객들을 위해 마련된 좌석은 거의 다 텅 비었다.

흩날리던 눈발이 거세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바람까지 불어 한 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영결식장 주변에 설치된 천막으로 몸을 피해 멀리 서서 영결식을 지켜보는 인원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숫자도 많지 않았다. 결국 애초 국회 잔디밭에 깔린 좌석에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영결식이 시작되기 직전 예상보다 참석이 저조하자 현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요원들은 각 출입국 검색대에 "지금부터 들어오는 조문객들은 앞쪽으로 보내달라"라고 무전을 보냈다. 평소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해 영결식에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적어서 깜짝 놀랐다"라며 "날씨가 추워서 그렇겠지만 조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초청인사가 1만여 명인 것을 가지고 이날 영결식 참석인원을 7000명에서 1만 명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가늠했을 때는 3000명 가량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이 왔으면 더 많은 사람 참석했을 텐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엄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참석하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엄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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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결식에는 '보이지 않는 빈자리'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심한 감기에 걸려 불참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박 대통령의 영결식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날 예정돼 있던 '창조경제 박람회 개막식'에도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기로 했다는 점에서 불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고 빈소인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발인식에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주치의가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래 야외에 있으면 해외순방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서 장기간 외부 공기 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건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영결식장에도 박 대통령의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맨 앞줄에는 유가족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참석을 한다면 맨 앞줄 가운데에 앉게 된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씨와 이 전 대통령 사이 자리다.

그 위치에 의자가 놓여 있기는 했다. 다만 다른 자리에는 착석하는 인사의 직책이나 이름이 써 있는 반면 그 의자에는 파란 원형 스티커만 붙어 있었다. 행사 의전 관계자에게 "여기가 원래 박 대통령의 자리인가"라고 물었지만 처음에는 잘 모르는 듯 정확하게 답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황 총리는 장례를 총괄하는 장례위원장 자격으로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사이 자리에 앉게 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불참함에 따라 황 총리가 가장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의자에 '국무총리' 또는 '장례위원장'이라는 표시가 돼 있지 않았던 이유는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의 참석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아쉽지만 영결식에 빈자리가 많아 더 가슴이 아팠다"라며 "대통령이 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참석해 고인이 가시는 길을 배웅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영결식 내내 눈이 세차게 내렸다. 바람도 차갑게 불었다.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이었던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 국회 등원을 마치고 떠나는 길은 쓸쓸했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자들이 적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 경호원 만 덩그러니 앉은 영결식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자들이 적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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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김영삼, #영결식, #박근혜, #황교안, #김영삼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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