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이 나오지 않았다지만, 지난 3년간 밴드 칵스(THE KOXX)는 은근히 바빴다. 누군가는 군대에 다녀왔고,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으며, 또 다른 밴드로 활동하기도 했다. DJ로 활동하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각을 나타낸 멤버도 있었다. 군대에 갔던 이현송과 이수륜은 휴가를 나올 때마다 틈틈이 아이디어를 냈고, 덕분에 2015년을 넘기지 않고 새 앨범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 정규 앨범인 < The New Normal(더 뉴 노말) >에서는 "어중간하게 돌아오기가 좀 그랬다"는 칵스의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장 먼저 작업한 첫 곡 'zeitgeist(자이트가이스트)'는 칵스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누군가는 새 앨범을 듣고 '칵스 같지 않다. 너무 변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칵스는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것을.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네 멤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것 계속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해"

- 시작부터 강렬하더라. 마치 '다 죽여버리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사실 그런 망상을 하고 있었다.(웃음) '자이트가이스트'도 그렇고, 콘셉트 잡히는 것 자체가 시작만 하면 다 되게 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이현송)
"인트로의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이트가이스트'가 나오자마자 '이건 1번이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생각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무게가 분명히 있었고, 부담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곡을 처음 썼을 때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숀)
"'자이트가이스트'는 밤에 작업을 시작해서 아침에 끝난 곡이다. 다시 정신 차리고 들으면서 '이번에는 우리가 상상하던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죽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이수륜)

- 상상했던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무엇을 이루고 싶었나.
"사운드의 제형 같은 느낌이다. 우리의 만족도랄까.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이수륜)
"수륜이 형이 현송이 형보다 일찍 제대했다. 작업실에 모여서 작업하고, 끝나면 집에 가는 게 일상이었다. 다음날 와서 결과물을 공유하고. 마음에 드는 곡들이 이때 나왔다. 'echo(에코)', 'by the way(바이 더 웨이)', 'spermwarz(스펌워즈)' 등은 새로운 케미를 찾은 느낌이었다."(숀)
"'campfire!(캠프파이어!)'는 현송이 잘 살렸지. 앨범 전체가 다크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환기가 되었던 것 같다."(이수륜)

- 작업 과정이 굉장히 순조로웠던 것 같다.
"잠깐 슬럼프도 있었다. 곡을 들려주고 받는 피드백이 항상 좋을 수는 없지 않나. 주관적인 의견이 있으니까. 과거 'Over And Over(오버 앤 오버)', 'Trouble Maker(트러블 메이커)'의 이미지가 각인된 사람들은 '너무 변한 것 같다'고 하더라. 이렇게 가도 되나 잠깐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숀)
"'내가 생각하는 칵스를 돌려줘', '너무 늙어버렸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엎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밸런스를 찾았고, 적당히 선을 지켰다. 이번 앨범으로 칵스를 만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넘기 쉬운 울타리이지 않을까. 사실 같은 것을 계속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고이면 썩는다."(박선빈)
"그러고 보면 우리가 1집을 정말 잘 만든 것 같다.(웃음)" (숀)
"우리를 1집의 피해자라고 하기도 하던데 그건 개인의 취향 아닐까. 물론 존중하지만 우리가 만든 음악이지 않나. '1집보다 별로다, 칵스 싫다'고 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매번 다른 건데. '록은 이래야지' 그런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이수륜)

-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인간이 변하니까. 자연스러운 거다."(박선빈)
"'이런 것을 해볼까', '이번엔 새로운 것을 해보자'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의견을 내면 그 자체가 새로운 편이다."(이수륜)
"모티브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이번에는 작업하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를 많이 생각했다. 다들 적당히 즐기는 것 같았다. 옛날에는 머릿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데 제한이 있었는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 연마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치가 쌓인 것 같다."(숀)
"그래. 개인의 경험치가 이전과 차이나는 것 같다."(박선빈)
"다양한 경험치를 쌓고, 스펙트럼을 확장하게 됐다. 그걸 즐기고 있는 거고."(이수륜)
"생각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무한하다는 생각도 들고. 변화는 죽을 때까지 진행 중이다."(숀)
"'퇴화도 진화다'라는 말이 있다던데. 진짜 죽지 않는 이상 사람은 계속 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계속 변하지 않을까 싶다."(이수륜)

"밴드 음악 = 록 = 옛날 음악?... 밴드 혁오도 록은 아니잖아"

 밴드 칵스

밴드 칵스 ⓒ 해피로봇레코드


- 밴드로서의 내적인 변화에서 좀 더 나아가보자. 밴드신의 외적인 변화 중 체감하는 부분이 있나.
"우리가 쉬는 동안 힙합신이 메인 스트림이 되었더라. 일렉트로닉도 그렇고. 그렇다고 밴드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밴드신은 원래 그렇게 크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쉰 것은 밴드신이 힘든 기간에 잠시 물러나 있었던 느낌이기도 하다. 앞으로 돌아올 부흥기에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이현송)
"밴드신의 전성기는 돌아올 거다."(박선빈)
"그래도 고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칵스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공연에 찾아오고,앨범을 사지만, 음악이 지천으로 깔린 것처럼 여기는 풍토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음원 수익은 구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숀)
"밴드를 좋아하면 기본적으로 공부를 더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악기도 있고. 힙합이나 일렉트로닉보다는 울타리가 조금 더 높은 것이 아닌가 싶다."(박선빈)
"밴드 음악을 록과 같이 생각하는 것 같다. 록 하면 옛날 음악이라는 무의식적인 게 있어서 올드한 견해가 유지되는 부분도 있다. 밴드 음악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고질적인 문제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밴드 뮤직을 너무 하나로만 보는 느낌 자체가 아쉽다."(이수륜)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제일 큰 장점 하나가 사람들이 장르를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기도 한데. 음원 사이트를 보면 너무 다양한 음악이 한 부류에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칵스의 음악이 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다. 록적인 요소는 물론 있지만, 장르로 따지자면 빅뱅도 록을 굉장히 많이 한다."(숀)
"그래. 우리가 밴드 음악을 하는 건 확실한데. 록 음악인가?"(이현송)
"올해 가장 성공한 밴드가 혁오인데 록은 아니잖아. 밴드의 편성인 거지."(박선빈)

"DJ를 하면서 음악을 정말 많이 듣는데 힙합은 진짜 멋있는 게 많아서 즐겁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음악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밴드 음악을 모니터링하려고 하면 진짜 없다. 한국으로 오면 더욱 없고. 어딘가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 그게 우리의 현주소인 것 같다."(숀)
"해외 신보를 다 들을 때가 있는데 되게 멋있는 록 음악은 별로 없다. 밴드 기반의 음악은 많은데."(박선빈)
"2008년~2010년에 밴드 음악 중 명곡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칵스라는 밴드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가 최고였던 것 같다."(숀)
"나올 게 다 나와버렸나. 그래서 그때만큼 멋진 음악이 나올 수 없는 건가."(이현송)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할 텐데."(박선빈)
"환경을 탓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게 없을 것 같다. 어떤 환경에서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야지. 그래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이현송)

"대중음악의 메인 스트림으로 무엇인가 계속 던지고 있다"

 밴드 칵스

ⓒ 해피로봇레코드


-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지만 그럼에도 밴드 음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고집은 아니고 할 수 있는 게.(웃음)"
"우리는 변화의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용어 자체가 인디펜던트와 메인 스트림으로 구분되지 않나. 인디펜던트는 언더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어서 메인 스트림으로 재료를 보내주는 위치다. 우리는 계속 대중음악의 메인 스트림으로 무엇인가를 던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나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숀)
"트렌드를 따라가면 절대로 트렌드와 동일선상에 설 수는 없다. 그러나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식으로 살아가면 트렌드와 관계 없이 세상의 속도와 동일선상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이수륜)
"어떤 장르가 유행한다고 해서 그것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다. 더 끌어가거나 새로운 것,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게 그것을 내려놓고 따라가는 거니까."(숀)
"그건 칵스가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어진 밴드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거겠지. 인정받고 돈 벌면 좋은데."(박선빈)

- 인디펜던트? 누군가는 칵스를 보며 메인 스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때문에 음악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미안하다. 밴드 음악은 점점 힘든데 그것과 반대로 하는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메인 스트림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좀 다르지 않을까."(이수륜)
"음악방송에 나오는 팀들과 활동하고 행사하고 공연 다니고 그런 것들을 메인 스트림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네."(숀)
"대중이 소비해야 메인 스트림 아닐까. 전 국민이 다 아는? 범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박선빈)
"우리는 올라가려고 한다."(이현송)
"맞아. 음악을 하면서 꿈을 꾸는 것 같다."(이수륜)

- 12월 20일에는 악스코리아에서 콘서트도 한다. 준비는 잘하고 있나. 그 이후의 행보도 궁금하다.
"해마다 콘서트를 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입장에서는 뜻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미가 없을 수가 없다. 단독 공연은 3년 만이라. 어떤 특별한 장치나 이벤트를 기대하고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와 함께 3시간가량 추억을 만드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현송)
"아마 단독 공연이 끝난 시점이 진짜 라이브 활동의 시작일 거라고 생각한다. (콘서트에서) 새로운 흐름의 시작을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라이브를 할 때마다 곡이 많이 바뀐다. 흐름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이런 흐름에서 만들어지는 분위기 자체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거다."(이수륜)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규모도 가장 크고, 오랜만에 하는 콘서트이기도 하고."(박선빈)
"내년에는 다양한 해외 활동과 국내 활동을 할 거다. 새 앨범 계획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각자의 활동도 있을 거다. 칵스로, 칵스 밖에서 많은 활동의 문이 열리는 2016년이 될 거다."(숀)
"내년엔 진짜 쉴 틈이 없을 거다."(이현송)

칵스 THE NEW NORMAL 캠프파이어 자이트가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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