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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3학년 학생들을 인솔하여 지방 소재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문화공연에 다녀왔다. 공연에 앞서 입학처장의 간단한 입시설명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대학 동아리에서 준비한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간 입시로 쌓인 스트레스를 맘껏 해소할 수 있었다.

정시모집을 앞둔 많은 대학이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겸한 문화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보는 것도 수업 파행을 막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여건이 된다면, 최종 합격한 대학을 미리 방문케 하여 대학 측의 허락을 택한 뒤 자신이 앞으로 전공할 강의를 한 번쯤 들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대학의 협조를 얻어 대학 재학 중인 선배와 멘토링(Mentoring)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다.

최근 고3 예비 대학생을 학과 실험실로 초대하여 실험에 직접 참여케 함으로써 학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대학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경우는 안전사고가 따르는 만큼 그 학과를 전공한 교사 한 명을 인솔교사로 지정해 그 학과가 주관하는 실험에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동참해 보는 것도 좋다.

이외에도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이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는 대학과의 사전 조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학사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고교 측의 일방적인 부탁이 대학 측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고교 측의 무리한 진행이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라

수능 이후, 며칠째 계속되는 가을비가 등교하는 아이들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고3 교실, 수업 파행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실시되는 프로그램인 '독립 영화 특강' 또한 아이들 마음을 그다지 업(Up) 시킬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듯했다. 그래서일까? 몇 명의 아이들이 강당을 채워 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강의 시간이 되어도 강의실을 찾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특강을 위해 미리 자리하고 있는 강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아이들의 동원을 위해 담임 선생님의 협조를 구했다. 잠시 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강의실로 입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독립영화 그 자체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강당 자리가 채워지자, 강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최신 유행하는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제야 아이들은 낯익은 노래와 음악이 나오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뮤직비디오가 끝나가자 아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다른 가수의 뮤직비디오 한 편을 더 요구했다.

두 편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하고 난 뒤, 감독은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평소 즐겨 보던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불법 다운으로 제작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익으로 뮤직비디오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에 아이들 표정이 진지해 보였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강의가 끝난 뒤, 감독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독립 영화 몇 컷을 보여주며 장면 설정과 제작 동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제작 감독한 단편 영화 한 편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내용을 맞히는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는 감독의 말에 강당의 분위기가 들뜨기 시작했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상영되자 강당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거의 대사가 없어 영화의 내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은 장면마다 등장인물의 몸짓을 눈여겨 지켜봐야 했고 장면마다 가끔 나오는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나 또한 그 영화의 시사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숨죽여 그 영화의 장면 장면을 주시했고 대사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사실 처음에는 그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내용은 어머니가 청각 장애인 한 아이의 때늦은 후회를 그린 슬픈 영화인 듯했다.

상영 중, 내용 유추를 포기하고 조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아이들 대부분은 눈과 귀를 그 영화에 집중하였다. 어떤 아이는 영화 내용을 아는 듯 눈가에 눈시울 붉히기도 하였다. 비록 30분짜리 짧은 영화였지만 아이들에게 주는 그 감동은 그 이상인 듯했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강당의 조명이 켜졌다. 갑자기 밝아진 조명에 눈이 부셨는지 아이들은 눈을 비비며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은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순간 강당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짧은 독립 영화 한 편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마침내 영화에 대한 감독의 말이 있었다. 그 영화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감독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고 철없던 시절 어머니를 생각하며 감독 자신이 직접 만든 영화라고 하였다. 그리고 감독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내용 하나도 독립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며 대학생이 되어 기회가 된다면, 독립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하였다. 무엇보다 침체된 독립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하였다.

강의가 끝난 뒤, 일부 아이들은 독립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수능 후유증과 며칠째 이어지는 가을장마로 기분이 다소 착잡한 요즘, 평소 접하기 힘든 독립 영화 한 편으로 그 아쉬움과 복잡한 마음을 달래 보는 건 어떨지.

덧붙이는 글 | 한교닷컴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고3 수능이후 교실, #고3을 위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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