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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군 고덕면 새마을부녀회 김장 만들기
 예산군 고덕면 새마을부녀회 김장 만들기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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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추워지는 겨울을 앞두고 지금 충남의 농촌은 김장하는 일로 분주합니다. 지난 11월 25일 예산군 고덕면 새마을 부녀회에서는 '사랑의 김장하기 행사'가 고덕면사무소에서 있었습니다. 각 마을의 부녀회장들과 봉사자들이 모여서 배추 400포기 김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홀로 사는 인근의 노인들과 각 마을 경로당에 김치와 떡, 고기를 전달했습니다. 배추 400포기도 이 지역농업인이 직접 키운 배추를 무료로 기증하는 바람에 올겨울 초입은 나눔으로 인정이 넘치는 훈훈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해 만든 김장김치
 독거노인을 위해 만든 김장김치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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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부녀회에서 만든 김치를 먼저 비닐에 담아 끈으로 잘 묶은 다음에 사과상자에 담아서 각 마을 이름을 겉에 붙여서 배달합니다. 젊은 날 농사지으며 아이들을 잘 키워서 도시로 내보내고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그리고 각 마을에서 올겨울에 밥을 스스로 하여서 드시는 어르신들께 기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말라가는 고춧대에는 아직도 빨간 고추가 매달려 있습니다. 농촌에서 홀로 낡은 농가를 지키며 텃밭에 무, 배추를 키워서 함께 김장할 도시의 자식들을 기다리는 노인들도 더러 있습니다.

농촌 어르신들은 젊어서 집안의 시부모 모시고 살며 논밭 일을 하느라 일생을 보냈기에 팔다리 허리 어깨에 관절이 있어 안 아픈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농촌 노인들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고추와 마늘, 양념농사를 손수 만들어 주고 겨울김장 배추까지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어르신은 젊어서 농사지어 자녀분들을 도시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고 지금은 도시에서 직장을 가지고 손주 손녀들 대학교 보낸다고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그래도 손주손녀들이 대학교 다니고 외국유학까지 보냈다고 자랑하십니다. 지금의 70, 80대 어르신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할수 있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분들이 노후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농촌 노인들은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온몸이 다 아프지만 일을 하기 시작하면 아픈 곳도 잊어버립니다. 외딴 산골짜기 집에 홀로 사는 이 어르신은 무를 일부러 늦게 심어 생새우와 각종 마늘, 파 양념을 넣어 알타리 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아들 며느리 4명에게 줄 무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며느리들이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면 김치가 맛있다고 하며 특히 살짝 익은 무김치를 지져먹으면 맛있다고 합니다. 어르신은 큰대야에 무와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바닥에 비닐을 깔아놓고 돌아다니며 양념과 무를 골고루 무칩니다.

갖은 양념에 무김치를 버무리는 79살 노인은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60살만 넘어도 집 안에서나 동네에서 귀한 노인 대접을 받으며 조석으로 며느리가 만들어 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농촌의 낡은 오막살이를 홀로 지키며 텃밭에 갖은 양념과 배추, 무를 길러서 도시에 사는 자식들을 도와줍니다.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이 안 좋아져서 내년에는 김장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해마다 배추를 심어서 자식들을 위해 김장 준비를 합니다. 어르신께서 하는 말씀이 "내가 아파서 몸져 누워버리면 김장을 해줄 수도 없지만,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자식들에게 김장을 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어느 어르신은 텃밭에 직접 가꾼 무를 뽑아서 2명의 자식에게 줄 동치미를 만들고 계십니다. 자녀들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동치미를 한여름에도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어르신은 주말에 자녀가 김장하러 온다고 배추 100포기 이상을 혼자 소금에 절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도 혼자 이 일을 하기 어려운데 노인 혼자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모습을 지켜보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병날까 봐 조금 걱정이 됩니다.

멀리 사는 자식들은 이런 부모 마음을 과연 얼마나 헤아리고 살까요? 올 김장이 끝나고 나면 부모님을 위한 감사의 말씀과 기쁨을 전달할 마음의 선물이라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아픈 딸을 위해 고추장을 만드는 분도 있습니다. 농촌에 사는 노인들은 텃밭에 고추와 콩을 심어서 직접 메주를 만들고 된장, 간장을 만들어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무청이 줄에 달려서 말라가는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있습니다. 이제 곧 눈이 내리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농촌의 어르신들은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차디 찬 겨울을 석유 값 아낀다고 전기 장판에 의지한 채 보내실 것입니다.

농촌의 노인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각종 채소와 콩 농사를 지어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살림에 도움되라고 보냅니다. 한겨울을 외로이 지내는 어르신 댁을 방문하면 방바닥이 차가워 까치발을 들고 다녀야할 정도입니다. 연탄보일러라도 설치해 드려서 훈훈한 겨울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태그:#에산군 고덕면 김장, #새마을부녀회, #사라의 김장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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