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리그 K리그 클래식에서도 보기 드문 명승부가 초겨울 쌀쌀한 빗줄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고형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양팀 필드 플레이어 대부분은 빗물이 고인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새내기 팀 서울 이랜드 FC의 위대한 도전은 아쉽지만 거기까지였다.

조덕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25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5 K리그 챌린지 서울 이랜드 FC와의 준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 3-3으로 비겨 정규리그 상위 팀 우대 규정에 따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수원 FC는 28일 오후 2시 대구 스타디움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자파의 그림같은 선취골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평일 저녁이었지만 수원종합운동장 관중석에는 1240명의 적지 않은 관중들이 찾아와 주었다. 이 단판 승부가 지니는 묘미가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아는 축구팬들이었던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3위를 기록한 수원 FC는 이 경기를 홈 경기로 치를 수 있게 되어 비교적 편안하게 출발했다. 경기 시작 후 20분 만에 그림같은 골까지 나왔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비겨도 되는 수원 FC가 연장전이나 2차전 없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으니 그럴 만했다.

브라질에서 데려온 골잡이 자파의 유연한 몸놀림은 쌀쌀한 날씨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종우의 크로스가 낮게 날아왔지만 중심을 최대한 낮추어 몸을 날렸다. 아름다운 오른발 가위차기 슛이 제대로 맞아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국가대표 출신의 골키퍼 김영광이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이었다.

하지만 이 한 골로 끝날 경기가 아니었다. 상대 팀 서울 이랜드 FC에도 축구 실력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12분 만에 서울 이랜드 FC가 반전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크로스로 타라바이를 겨냥한 공격 상황에서 수원 FC 수비수 이준호의 밀기 반칙이 고형진 주심에게 적발된 것이다. 페널티킥이었다. 선취골 주인공 자파 못지 않게 서울 이랜드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타라바이도 결정력이 좋기에 어김없이 동점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이 이렇게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우선, 44분에 역전골이 먼저 터졌기 때문이다. 서울 이랜드 FC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조원희가 상대 벌칙구역 반원 위에서 뒤로 내준 공을 윤성열이 달려들며 30미터 중거리슛으로 연결한 것이다.

윤성열의 오른발 끝을 떠난 위치가 골 라인으로부터 약 30미터쯤 떨어진 곳이었지만 물을 머금은 그라운드에 깔려 뻗어가는 공이었기에 수원 FC 골키퍼 박형순이 막아내기 힘들었다. 그 공은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빨려들어간 것이다.

엎치락뒤치락 명승부, 대구 FC는 누구를 기다렸을까?

정규리그 4위 팀 서울 이랜드 FC로서는 이대로 경기가 끝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전 종료 휘슬이 아직 울리지 않았다. 수원 FC는 전반전 추가 시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증거다.

추가 시간 2분의 약속된 시간도 지났지만 고형진 주심은 수원의 마지막 공격 기회를 인정해줬다. 거기서 미드필더 시시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터져나왔다. 서울 이랜드 FC 골키퍼 김영광으로서는 직접 잡아낼 수 없어 이 공을 쳐냈지만 임성택의 기막힌 왼발 발리슛이 곧바로 골문 안으로 날아들 줄은 몰랐다.

수원 FC의 두 골은 모두 발리슛이어서 홈팬들의 감격은 더욱 짜릿하게 전달되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 조건에서 이런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축구 경기 이상의 기운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2로 전반전이 끝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후반전 드라마를 예측할 수조차 없는 박진감이 느껴졌다. 그 기다림은 채 5분을 넘기지 않아도 되었다. 50분, 서울 이랜드 FC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베테랑 미드필더 김재성이 올려준 공을 반대쪽에서 달려든 전민광이 오른쪽 무릎으로 방향을 바꿔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드라마였다. 그리고 6분 뒤에 운명의 골이 만들어졌다. 홈팀 수원 FC 선수들의 집념과 집중력이 돋보이는 동점골이었다. 수원 FC의 왼쪽 코너킥이 만들어졌을 때 서울 이랜드 FC의 골키퍼 김영광은 동료들에게 정신을 집중하라고 지시했지만 의식적으로 더 집중한 쪽은 수원 FC 선수들이었다.

코너킥을 짧게 처리하여 수비수 블라단의 헤더 슛부터 만들어낸 수원 FC는 김영광의 1차 슈퍼 세이브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골문 앞으로 좋은 패스를 이어주었다. 여기서 주장 김창훈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수비수 칼라일미첼의 몸에 맞고 굴절되어 살짝 방향이 바뀐 것을 김재웅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세 번의 슛이 끝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경기 시간 60분도 안 되어 무려 여섯 골을 주고받았으니 뛰는 선수들이나 이를 빗 속에서 지켜보는 팬들이나 숨 돌릴 틈도 없었다. 이제 관심사는 원정 팀 서울 이랜드 FC의 재역전 결승골 뿐이었다. 조덕제 수원 FC 감독은 이를 막아내기 위해 79분에 수비를 강화하는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미드필더 시시를 빼고 수비수 임하람을 들여보낸 것이다.

수원 FC가 3-3 점수판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겹수비 전술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울 이랜드 FC의 공격 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60분에 바꿔 들어온 주민규를 포함하여 타라바이, 전민광 등이 끈질기게 공격에 집중했지만 끝내 수원 FC의 수비벽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로써 3-3 무승부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원 FC가 정규리그 3위 우대 규정에 의거하여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수원 FC는 오는 28일 오후 2시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구 FC(정규리그 2위)와의 플레이오프 단판 맞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22일 열린 마지막 라운드에서 부천 FC 1995를 이기지 못해 아쉽게도 2위에 머물며 1부리그(K리그 클래식) 승격 직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친 대구 FC는 수원 FC가 플레이오프 상대가 된 것이 약간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2015 시즌 네 차례의 맞대결 기록에서 1승 1무 2패(6득점 8실점)로 열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4년 기록까지 합쳐도 대구 FC는 2승 3무 3패(12득점 13실점)로 수원 FC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2년간 8차례의 맞대결에서 득점 없는 무승부는 단 1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의 외나무다리 맞대결도 골 잔치가 예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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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결과(25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

★ 수원 FC 3-3 서울 이랜드 FC [득점 : 자파(20분,도움-김종우), 임성택(45+3분), 김재웅(56분) / 타라바이(33분,PK), 윤성열(44분,도움-조원희), 전민광(50분,도움-김재성)]

◇ 플레이오프 일정
☆ 대구 FC - 수원 FC (11월 28일 오후 2시, 대구 스타디움)
축구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수원 FC 서울 이랜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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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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