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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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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으로 따내는 로또용돈",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 "페널티를 부과해서라도 방지해야"...

지난 5일 서울시가 발표한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을 포함한 20개 사업으로 구성된 '청년정책기본계획'이 여권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청년수당은 서울 거주 만 19세~29세 청년 중 정기소득이 없는 미취업자 3천 명에게 활동계획서(공공·사회활동 혹은 자기주도적 활동)를 제출받고 선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6개월간 월 5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전형적인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과 '최소한의 청년실업 구제대책'이라는 반론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펼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성명서가 발표되고 언론에서도 지상공방이 치열하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4일 이 정책을 도입한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을 만나 '청년수당'의 입안 취지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전 기획관은 며칠 전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청년수당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다가 아파트 계단에서 굴러 왼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전 기획관은 정책 발표 이후 20여 일간 지속되고 있는 찬반논란에 대해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왜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냐'는 것이다.

그는 "청년수당은 청년들을 지원하되 어떤 활동과 책임을 질 것인지 다짐을 받고 하는 일인데 왜 포퓰리즘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 '청년희망펀드'야말로 포퓰리즘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50만 원을 그냥 주면 누가 일하겠냐"는 비판에 대해 "50만 원이란 돈이 그거 받고 그냥 주저앉아도 되는 액수냐, 진짜 어려운 청년들에게 디딤돌 하나 놓아주자는 심정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서운해했다.

그는 이어 청년수당을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승부수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정치적 승부수를 하려면 왜 수천 명만 주겠냐"며 모든 걸 정치적인 구도에서 바라보는 세태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전 기획관은 서울시하자센터장, 서울시청년허브센터장 등 청년정책 실무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지난해 8월 서울시 개방형직위 공모를 통해 취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년실업을 규격화된 직능교육 아닌 자율시스템으로 풀자는 것"

- 청년수당을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촉진해주는 정책은 지금도 이미 많지만 청년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 원인은 정책들이 청년들의 욕구나 필요에 적합하게 설계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부분에 주목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정부의 관리시스템 안에다 청년들을 끌어넣는 것이었다면,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반대로 청년들의 상태와 욕구에 정책을 맞춘 것이다."

- 직접 현금으로 준다니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 아닐까.
"노동부에서 하는 것을 보면 상담을 받고 취업학원에 등록하면 그 비용을 대주는 식이다. 그런데, 학원교육이라는 게 규격화된 직능교육 같은 것이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다양성이나 필요에 적합하지 않다. 관리시스템 안으로 잡아끄는 게 아니고 자율시스템으로 만들어보자, 그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 계획서를 보고 '선발'한다고 했다. 선발을 어떻게 하나.
"구체적인 것은 지금 연구를 진행 중인데, 실직기간이나 가정형편 같은 객관적 기준에다가 진로탐색활동, 공익활동 등에 적합한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계획을 함께 검토해서 선정할 것이다."

- 선발된 청년들은 50만 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단 6개월이라도 자기 진로와 관련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탐색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 교육기관에 들어가서 앉아있느니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의 계획을 갖고 공유하고 발표하는 신뢰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는 청년허브, 청년정책네트워크 등 그런 청년활동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활동이지만 자신의 관계도 깨닫고 유의미한 사람이란 자각도 하고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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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청년희망펀드'야말로 포퓰리즘"

-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받고 있는데.
"이 사업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예산만 2조 원을 쓰고 있는데, 청년수당 예산은 겨우 90억이다. 무슨 사업인지도 모르는 '청년희망펀드'야말로 오히려 포퓰리즘 아닌가. 반면에, 청년수당은 청년들을 지원하되 어떤 활동과 어떤 공적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인 다짐을 받는데 이게 왜 포퓰리즘인가."

- 청년희망펀드와 청년수당의 차이점이 뭔가.
"대통령이 기업에게 돈을 거둬서 펀드를 만들고 있는데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가 하는 어마어마한 일자리 정책이 있는데도 특정한 목적을 갖지 않은 돈을 모아보자고 하는 이런 게 훨씬 인기영합주의에 가깝다고 본다."

- '실업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워야지 그냥 돈을 쥐어줘선 안 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의 무책임성이 심각하다. 그럼 지금까지 정부는 그 엄청난 예산 써가면서 무슨 근본대책을 만들었나. 근본대책이 있는데 왜 그걸 안 하고 이걸 하냐고 말한다면 몰라도 아무 대안제시 없이 그냥 근본대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지경까지 무슨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왔는지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다 아는 이야기만 반복하지 말고, 제발 청년들의 상태와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라고 하고 싶다."

"50만원이 받고 그냥 주저앉아도 되는 액수인가?"

- 50만 원을 그냥 주면 누가 일하겠냐고도 한다.
"청년수당은 최대 지원해봐야 6개월간 50만 원씩, 총 300만 원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이거 받고 주저앉아도 되는 액수인가. 청년들에 대한 모욕이고, 청년들을 보는 시각의 문제라고 본다.

한 1억쯤 되어서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면 몰라도, 이건 진짜 어려운 청년들에게 디딤돌 하나 놓아주자는 심정으로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청년들을 신뢰하며 문제를 풀겠다는 약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서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일방적인 비판만 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

- 서울시가 청년들을 신뢰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사례를 보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증 없이 돈을 빌려줬지만 99%의 상환율을 보였다. 사람을 믿는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서울시의 청년허브에서 하는 청년커뮤니티지원사업이란 게 있다. 1백만 원을 지원해주는데 청년들이 그 돈을 얼마나 소중하게 쓰는지 모른다.

기성세대들은 정부지원금을 막 쓰지만 청년들은 무서워서 쓰지도 못한다. 그렇게 지원하는 팀이 몇 백개 된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정말 참담한 거 같다. 약자들은 돈 주면 그냥 놀 거라고 생각하는 대신 그 돈이 잘 선용될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함께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나를 보지 말고 청년들을 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함께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나를 보지 말고 청년들을 보라"고 말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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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승부수라면 왜 3천명한테만 주겠나"

- 박근혜 대통령도 몇 년 전에 비슷한 정책을 제안했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닌데, 여권에서 이같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 청·장년층의 구직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기간 월 30만∼50만 원의 '취업활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기자 말).
"박원순 시장의 두 가지 말에 답이 있다. 하나는 '제발 청년들의 현장을 가보고 얘기해라'는 것. 정부가 정책사업을 많이 하는데 왜 청년들이 만족감을 못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청년수당은 이미 3년 전부터 시가 청년들과 직접 부딪쳐 토론하며 도출한 결론이다.

두 번째는 '나를 보지 말고 청년을 보라'고 했다. 청년수당은 박 시장의 개인사업이 아니고 청년문제를 풀기 위한 서울시의 약속이다. 왜 자꾸 정치적으로 비화시켜 마치 정치적 승부수인 것처럼 몰고가나. 정치적 승부수로 하려면 서울시 예산도 많은데 왜 수천 명만 주겠나, 몇 만 명 준다고 하지. 모든 걸 정치적 구도 속에서 바라보니까 우리가 얘기하는 게 안보인다. 너무 안타깝다."

- 최경환 부총리는 '무분별한 무상복지사업'이라며 페널티를 부과해서라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청년문제든 일자리문제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야 간신히 풀릴까 말까 하다. 페널티 같은 걸로 지방정부를 콘트롤하겠다는 건데, 지방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란 느낌이 든다. 이렇게 다양화된 시대에 왜 하나로 통제하려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중앙정부에 돈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갖고 있는 조그마한 돈으로 해보겠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든 막겠다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청년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불황, 실업 등으로 사회적 장이 열리지 않으니까 청년들의 좌절, 실망, 분노가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헬조선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대해 보이는 불신의 정도를 보여준다고 본다. 청년들의 문제를 같이 듣고, 고민하고, 풀어보면서 적어도 사회가 자신들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심리적 안전망이 절실한 때다. 그렇지 않으면 각자도생해서 승자들만 살아남을 텐데 그런 사회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나."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청년수당, #박원순, #최경환,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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